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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HEE Mar 11. 2023

위기는 어디에서 왔는가



위기의 전조

우리 부부의 위기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지긋지긋한 코로나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 모든 것의 시작은 갑작스럽게 전 세계에 휘몰아친 코로나의 후유증이라고 여기므로. 코로나는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모양새로 흉터를남겼다. 우리 부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에 허우적거리던 2년 전 어느 때 쯤, 어쩌면 나는 이미 위험 신호를 감지했을지도 모른다. 남편이 심리적으로, 그러니까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르고 있어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러나 남편과 나, 그 누구도 감지된 위험신호에 대처할 겨를이 없었다.


코로나가 급습한 회사는 한 달, 한 달이 위태로웠다. 팀원 모두가 운영비를 벌어내고자 온 몸이 부서져라 일했다. 우리 부부는 무겁게 눌러 내려 주저 앉히는 위기 상황에서 살아 남고자 발버둥 치는 것에 온 마음과 정신을 집중했다. 하루에도 수 십번, 수 백번 '할 수 있어! 하나씩 해 내자!' 하며 최면을 걸었다. 최면 속에 만들어낸 자신감을 진짜라 믿으며 계속해 피어 오르는 불안을 다그쳐 숨겼다.   


하루 하루를 연명하듯 꾸역꾸역 2년 반을 버텨냈다. 작년 5월, 코로나로 인한 여러 제한들이 하나 둘 씩 완화되기 시작하니 비로소 숨이 쉬어지는 듯 했다. '우리 팀(회사)은 코로나를 버텨냈어!'하는 자신감 혹은 영광 따위는 없었다. 그저 너덜너덜해진 정신과 후들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서 있었다. 우리 부부는 글자 그대로 엉망진창의 최약체가 되었다.





위기의 시작

나는 버텨냈다는 안도와 동시에 밀려오는 한심함과 무기력감을 벗어나지 못했다. 처음엔 회사가 무너지지 않고 버틴 것에 감사했다. 주변 창업자들이 무너지는 것을 숱히 목격했기에 생존한 것이 퍽 자랑스러웠다.


코로나를 버텨냈다고 달라진 것은 없었다. 항상 그랬듯 매달 운영비를 벌어야 했고, 성장을 논해야 했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더 많은 매출을 일으켜야 했다. 코로나를 버텨낸 것과 마치 폐허가 되어버린 회사를 다시 정상화 시키는 것은 별개였다. 그럼에도 코로나가 진하게 덮고 있던 때 보다 한 결 편한 마음으로, 혹은 조금 더 자신있는 모습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정작 마주한 것은 당혹감이었다. 코로나로 시장과 사회가 변했다. 익숙하게 해오던 사업방식이 더이상 통하지 않았다. 코로나가 발병하기 이전, 호기롭게 계획하고 멈춰뒀던 일들을 재개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우리는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내야 했다. 코로나로 지친 몸과 마음은 남편과 나 어느 쪽도 조금도 회복되지 않았는데도.


생존에만 급급했던 것이 문제였을까. 코로나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꿔 새로운 시도와 도전으로 성장을 이뤄낸 회사도 있는데 우리는 도전과 성장을 감히 꿈 꾸지 못했다. 성장하기는 커녕 뒷걸음도 걸음이라 여기며 무너지지 않은 것에 감사하다며 건방떤 것이 얼마나 우습던가.


빨리 정신을 차려 회사를 정상화하고, 다시 성장 기세에 올라타야 한다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다시 앞으로 나아가자!'하고 화이팅을 외치면서도, 이번 만큼은 불안함을 외면할 수 없었다. 지칠대로 지쳐버린 내가 지금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거짓된 자신감 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빚을 늘리지 않고도 자생할 수 있으니 괜찮은 것 아닌가. 반드시 매출 성장을 해야만 회사가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인가. 나는 현재의 안일과 성장의 불안을 오가며 좀처럼 마을을 다잡지 못했다. 시작된 방황은 제법 오래 이어졌다.


남편은 모든 것이 한스러웠다. 생존에 매달려 꿈꿔온 일들을 하지 못하고 성장하지 못한 잃어버린 시간에 한탄했다. 남편은 이 회사의 창업자이니, 그가 꿈 꾸고 열망하던 회사의 비전과 목표가 있었으리라. 지난 몇 년간 '회사 생존'에 온몸을 던지고, 그의 꿈마저도 축소하다 못해 배제하며 지켜낸 회사였다. 그러나 정작 버티고 보니 회사에 그의 비전은 사라져 있었다. 그자 존재하기에 운영해야하는 책임과 의무, 막막한 현실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가 회사를 운영한 지 7년. 목표를 향해 얼마나 부지런히 지난 시간을 다져왔던가. 하지만 코로나가 가져온 세상은 그가 꿈에 다가가던 방식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코로나에 희생되어 작아진 꿈 조차도 절대 닿을 수 없을 듯 아늑히 느껴졌다. 코로나로 잃어버린 시간은 그를 꿈의 시작점으로 내던져 놓았다. 회사가 코로나를 버티고 나니 그가 무너졌다.


버텨진 회사를 정상화하고 난 뒤 다시 그의 꿈을 위해 노력해보라고, 조금만 더 때를 기다리라고 이야기 할 수 없었다. 코로나를 겪어대는 동안 수없이 무너져 내리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해온 것을 나는 누구보다 더 잘 알지 않는가.


지금의 회사는 그에게 고통스러울 뿐이었다. 그는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싶다는 포기와 그럼에도 다시 시작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했다. 그가 바로 서지 못하는 동안에도 우울은 계속 쌓여만 갔다.




방황하는 아내와 꿈이 무너진 남편.

우리의 코로나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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