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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흐 Aug 19. 2022

집구석 실험, 바이오 해킹

바이오 해커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바이오 해커가 온다"라는 책에 따르면 바이오 해커란 “인류에게 유익한 유전자 부위의 염기서열, 또는 건강정보를 알아내고 이를 활용해 기존 생명체를 변형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사람"은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양성된 과학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유전자 조작과 같은 실험을 하는 사람들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일반인인 이들이 하고자 하는 실험은 바이오 해킹입니다. 바이오 해킹은 시민 과학, DIY 과학이라고도 많이 불립니다. 즉, 바이오 해커들은 생명 실험들을 값비싼 장비들로 이루어진 실험실이 아닌 집이나 차고에서 가구 조립하듯이 몇 가지 실험 물품으로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와 뉴스를 통해서 밝혀진 바, 그들이 이런 실험을 하는 이유는 생명과학 기술의 민주화와 소수 사람들만의 기술 독점 방지를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즉, 일반 사람들도 쉽게 생명 기술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표를 표방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금 더 이들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왜 백신 제작, 유전자 시퀀싱, 조작 같은 기술들이 그동안 과학자들에 한해서만 다루어졌을까?라는 단순하고 쉬운 질문과 그들의 입장의 관계를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질문의 답은 딱히 깊은 고민을 안 해봐도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크게 분류하자면 어려운 이론과 실험 난이도, 값비싼 장비와 물품, 안정성의 문제입니다. 이들은 과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점들입니다. 마찬가지로 바이오 해커들이 하고자 하는 실험들 또한 전부 위의 이유들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하지만 이런 점들을 바이오 해커들이 극복하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굳이 복잡한 이론을 배우고 실험 기법을 배우지 않아도, 값비싼 장비와 안전장치가 없더라도 과학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그들의 목표 중에 하나입니다. 실제로도 The ODIN이라는 회사는 크리스퍼 킷 등 다양한 과학 실험 물품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각광받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보다 전문적인 해커들과는 직접 컨택하면서 물품을 거래하고 실험에 대해 상의하기도 합니다. 


바이오 해킹을 두고 무엇보다 생명 윤리와 안정성에 있어서 가장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당연하게도 생명 기술은 사람의 목숨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기에 일반인 사용하기에 너무나도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The ODIN의 Dr. Zayner는 실시간으로 Crispr를 자신의 몸에 주입하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바이오 해커, 트리스탄 로버츠는 에이즈 환자였기에 현재 치료법의 고충을 알아 확실한 치료 방법을 구하고자 자신의 몸에 직접 N6항체 대량 생성을 위한 유전자 조작 약품을 주입했습니다. 다행히 둘 다 신체에 위험한 변화가 감지되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주목을 받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들에게 왜 이렇게까지 하는가에 대해 물었을 때, 그들은 대중의 이익을 위해서라고 대답했습니다. 대기업 독점 그리고 이로 인해 수십억씩 달하는 치료제 비용에 의해 목숨을 구하지 못한 환자들을 보면서 이들은 이 같은 현상에 반기를 들고 있는 것입니다. 



바이오 해커들이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앞서 말한 안정성 부분이 가장 큰 부분입니다. 아직은 이렇다 할 큰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직접 사람의 몸에 실험한다는 행위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몸에 하면 그나마 나을 수 있겠지만 실험을 목적으로 납치 및 감금을 통해 인체 실험을 하는 등 범죄를 이용한 악용을 야기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더 나아가, 전문적인 검증이 되지 않는 약품을 몸에 투입한다는 불확실에 도박을 걸기에는 그들의 신념에 대한 모순이며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도전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으로는 바이오 해커들로부터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가입니다. 최고의 과학자들과 기구들이 모여도 몇 년 혹은 몇십 년을 연구해 치료제를 개발합니다. 그런데 개인이, 그것도 제대로 된 시설도 없는 장소에서 인체 변형을 위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적으로 보입니다. 또한 과학은 실패의 학문입니다. 몇 번, 몇십 번, 몇백 번의 실패를 통해 성공을 향한 미지의 길을 개척해나갑니다. 이런 실패들이 쌓인다는 것은 아무리 최소한의 비용일지라도 쌓이고 쌓이면 상당한 비용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에 성공한다 해도 투자한 비용을 메우기 위해서는 그들의 신념인 대중의 이익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내놓을 수 있을까도 놓쳐서는 안될 문제입니다. 


이러한 이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아직 바이오 해커들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불확실함으로 가득 차 있지 싶습니다. 그렇기에 바이오 해커들은 그들의 신념을 위해 개인의 싸움과 사회적 기업과의 대립을 내려놓고 서로 협력하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조금 더 현실적인 방도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은 개인이 무에서 유로 창조하는 것이 아닌 수천 년 전부터 여러 사람들로부터 축적되어온 지식들을 토대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내는 것입니다. 살아 있든 아니든 수많은 사람들이 간접적으로, 직접적으로 협력해 이룩해왔다는 말입니다. 물론 해결해야 될 문제가 적지 않겠지만 이를 통해 개개인이 아닌 우리로써 상업적인 목적보다 사람이 최우선시되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이오 해커들의 움직임은 세상의 부조리를 향한 용기 있는 도전입니다. 치료할 수 있지만 돈이라는 물질적 문제 때문에 목숨을 포기하게 된 환자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을 대변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사회적 문제들이 즐비하는 것이 지금 현대 사회입니다. 하지만 알아도 모른 척, 사회적 통념으로 그저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 또한 현대 사회입니다. 수많은 논란을 가진 그들이지만 이런 사회 속에 문제를 공론화하고 방도를 고민하고 실행에 옮기는 행동은 우리로 하여금 사회의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깨우쳐주고 맞서 싸울 용기를 안겨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문헌


- "바이오 해커가 온다", 저자 김훈기

- "부자연의 선택", 넷플릭스 오리지널

- "the-odin.com", The ODIN

- "바이오 해커를 아십니까?" 동아사이언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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