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의 글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의미가 함축된 한 문장으로 된 글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길지 않은 하나의 문장을 읽고 여러 의미를 고민해보고 소위 말해 작가의 숨겨진 의도를 유추해보는 그런 글을 말하는 것이다. 어떻게 한 문장이 글이 될 수 있냐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문장 하나를 글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는 애매한 부분이 많지만 나는 글이 되려면 꼭 길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 글이라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논리 정연하게 상대에게 설명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 과정 속에 문장이 모여 문단, 문단이 모여 글이 완성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하나의 핵심 의미를 꼭 여러 문장이 모여야만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한 문장으로도 충분히 그 의미를 담아 전달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문장도 충분히 글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추상적이며 흐릿하기만 한 글이지만 이러한 점들이 한 문장의 글의 묘미라고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한 문장 글의 가장 매력적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은 그 의미를 탐색한 후에 오는 전율이다. 짧고 단순한 구조이지만 탐색하는 과정 속에 마주치는 어떠한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폭풍은 경이롭다는 기분이 든다.
한 가지 대표적인 한 문장 글을 가져와보라 하면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이 쓴 문장이다. 캠브릿지 대학의 한 강의실에서 바이런은 종교학 시험을 보고 있었다. 문제는 가나의 혼인 잔치에 예수님이 포도주를 물로 바꾼 기적에 대해 신학적 관점으로 서술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바이런은 시험 시간 동안 계속해서 창 밖을 보며 문제를 풀지 않았다. 이 모습을 본 교수는 한 줄이라도 작성하면 낙제는 면하게 해 주겠다는 말을 했고 이에 바이런은 움직였다. 그는 이 한 문장으로 종교학 수업에서 최우수 학점을 받게 되었다. 그 문장은 바로 이것이다. "Water saw its Creator and blushed." -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더라.>
길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이 문장에는 하나의 이미지가 그려짐과 동시에 이 문장 뒤에 숨어있는 듯한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 당시 상황, 신의 존재 등까지 머릿속에 스쳐가며 거대한 무언가가 뒷바쳐져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한 문장이다. 그렇지만 이 하나의 뒤편에는 수많은 생각과 지식들이 이어져있으며 지탱하고 있다.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함축과 간결을 통해 고농도로 응축된 하나의 문장인 것이다. 이런 글은 독자의 환경, 지식, 마음, 신념 등에 영향을 받아 각기 다르게 해석되어 받아들이게 된다. 독자에게 생각을 알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한 문장 글이 가지고 있는 힘이 아닐까 싶다.
한 문장의 글이 전달하는 것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다. 더 큰 무언가 이다. 그것은 보편적이지도, 명확하지도, 깔끔하지도 않다. 하지만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