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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코 Barroco Jul 16. 2021

영어는 결국엔 자신감이다

INFJ인 내가 이렇게 될 줄이야...

원래 나는 천성적으로 내성적이며 소심하고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그래서 초중고부터 대학까지 학교 생활을 함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들을 겪었었다. 다니던 대학고 그랬고 섬기던 교회도 그랬고 영어를 접하고 직접 말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는데 성격 자체가 워낙 이렇다 보니 외국인들을 두루두루 사귀지는 못했고 그냥 마음 잘 맞는 아는 사람이 한 두 명 정도 있을 뿐이었다.


미국 생활 초반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나 또한 뭔가 통하는 사람이 있다 싶으면 나의 감정이나 상태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결코 머뭇거리거나 주저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 당시는 대학을 갓 졸업한 어린 나이였고 아무것도 몰랐기에 뭔가 한계가 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어느덧 30대로 접어든 나. 가족에 관한 일도 그렇고 나에 관한 일도 그렇고 이전에는 부모님이라는 울타리 속에 있었다면 이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오로지 나 자신 스스로가 감당하고 해결해야 할 연령에 접어들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전화며 이메일로 사람들을 상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닥치게 되었다.


말보다는 글이 더 편하기에 이전에는 연락처를 보고 전화번호와 이메일이 있으면 무조건 이메일을 선택하여 연락하여 필요한 정보나 해결책들을 얻곤 하였었는데 어느 순간의 나를 되돌아보니 참다못해 전화기를 먼저 집어 드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생각 이상으로 일반적인 경우들에 있어서 일처리를 그럭저럭 해내는 모습 또한 보고 나도 놀라고 가족들도 모두 놀라곤 하는 요즘이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한 번 곰곰하게 생각을 해보니 바로 자신감(confidence)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만약 옛날처럼 '난 내성적이야~ 아무것도 못해~' 이런 마인드였다면 정말 아무것도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 자체가 나를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까지 몰아가면서 남들과 대화하는 건 싫지만 어쩔 수 없는 유일한 방법이기에 얼굴에 철판 까는 각오를 하고 되든 안 되든 자꾸 부딪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이전과는 다른 조금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면모도 점점 드러나게 되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2 외국어이기 때문에 여전히 영어가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소한 앞에서 말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것들에 대한 일처리를 척척 해내고, 외국인들을 만나게 되면 영어로 거리낌 없이 의사소통하면서 나에 대하여 어필할 수 있는 정도까지 된 걸 보면 그동안 그래도 인생을 헛살지는 않았구나라는 감사한 생각이 든다. 비록 남들처럼 좋은 학벌은 없지만 평생교육원이든 통신강좌든 꾸준하게 공부를 해온 성과의 열매가 이제 결실을 맺게 된 거 같아 뿌듯함과 보람을 느낀다.


그렇기에 나에게 있어서 인생이란 매일매일의 삶이 도전 그 자체이다. 물론 그 가운데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고 틀린 표현에 대해 후회도 한다. 하지만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면 다 그분의 섭리 안에서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게 되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앞으로도 미국에 계속 사는 한 영어를 안 쓸 수가 없는데 아무쪼록 영어를 쓰는 일이 조금은 잠잠해진 이 시점, 결코 있던 실력들이 다운되지 않도록 꾸준한 독학을 통하여 더욱더 갈고닦아 이후에 언제 어디서든 크든 작든 쓰임 받는 날이 꼭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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