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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힐라 Apr 15. 2021

아버지 떠나신 후 , 나의 후회 리스트

6년 전 아버지께서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이 세상 소풍 끝내시고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셨다.


아프면 가족도 병간호하느라 고생이고 본인도 고통에 힘드니 편히 죽는 것도 복이라는 위로를 건네는 이들에게 아야 아야... 아프다는 소리라도 듣고 병간호하느라 힘들어서 투정이라도 부리며 이별 연습을 했더라면 이렇게 힘들지 않을 거라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것 또한 감히 이야기 꺼내기 힘들어서 몇 년을 마음으로만 삭히며 살아왔다. 


글쓰기를 시작하며 처음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이야기해보고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우리 가족의 금기어가 되었던 '아버지'라는 단어를 이제야 가끔씩 이야기해볼 수도 있게 되었다. 꼬박 5년이 걸린 시간.


심리치료를 받아봐야 할까 싶게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외면하듯 살아온 지난날이 있었지만 이제 글쓰기 하며 자연스레 아버지를 떠올려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야 아버지의 외로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딸들은 커서 엄마 편향적인 사랑을 표현하게 되다 보니 아버지는 늘 약간의 거리를 두고 앉으셔서 청취자, 시청자의 역할을 자처하셨다.


집안의 힘든 일, 번거로운 일은 모두 아버지의 몫인 듯 자연스레 아버지가 나서서 해결해주셨다. 왜 그때는 그런 일들을 그렇게 당연한 듯 받아들였던 건지 지나고 나서야 후회가 밀려온다.


제일 못난 일이 지난 시간 후회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아버지에 관해서는 멈출 수가 없다. 어느 것 하나 잘했다 싶은 구석을 찾아볼 수가 없는 지난 시간, 아버지가 떠나시고 줄줄이 이어지는 나의 후회 리스트.


바쁘다고 놓쳐버린 아버지 전화, 대학시절 사용했던 나의 수동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배워보고 싶다고 하셨던 아버지 말씀을 놓쳐버린 것, 아버지 떠나실 때 미국가 있던 내가 돌아오며 사드릴 레이밴 선글라스를 왜 미리 사드리지 않았을까? 후회도, 아버지께서 랍스터, 대게 등 갑각류를 좋아하신 걸 뒤늦게 알게 되어 자주 모시고 가지 못했던 것, 직장 생활하며 여유롭게 지낼 때인데 아버지 타보고 싶으신 근사한 차 한 대 못 뽑아 드린 것, 그랬다면 자랑하고 싶으셔서 그 차를 타고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이야기하며 다니셨을까? 아버지가 노래를 잘하시는데 비용 얼마만 들이면 앨범을 만들어 드릴 수도 있었을 텐데... 시니어 모델들을 보며 우리 아버지가 더 잘생겼는데 생각만 하지 말고 아버지도 시니어 모델해보시라 모델학원 등록이라도 해드릴걸... 노년에 삶의 기쁨을 더 느끼고 살아가시도록 도와드리지 못한 무심하고 바쁜 딸의 후회가 한없이 이어진다.


가장 큰 후회는 군대 생활했던 곳에 가보고 싶다하셨을때 당장 아버지와 여행을 갈 걸... 먼 타국도 아니고 고작해야 강원도인데 그걸 못 해 드리고 결국, 떠나지 못한 여행 용품이 유품으로 남게 되었다. 


이 후회 리스트는 세월이 지나며 더 길어지게 될 거 같다. 스쳐 지나가며 '아! 그때 이렇게 해드릴걸!' 하는 소리가 점점 자주 나오게 된다. 살아가며 더 늘어날 후회 리스트는 내가 감례 해야 할 일이 되겠지!

아버지와 엄마의 젊은 날. 

그 후회 리스트가 엄마의 버킷리스트가 되어 하나씩 해드리며 살아가야겠다. 길어질 후회 리스트는 하나씩 이루어질 버킷리스트가 되어 아버지께 못 해 드린 후회 가득한 딸의 못난 이야기를 채워가 보려 한다. 아버지! 시간이 흘러도 그리움이 자꾸 더 깊어집니다. 보고 싶어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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