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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힐라 Oct 17. 2023

50에 어학연수

무모할지라도 도전하는 용기를 나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돌이켜 보면 왜 그렇게 용기가 없었을까 싶게 나의 10대 20대는 틀을 깨기 두려워 그 흔한 배낭여행, 어학연수도 다녀오질 않았다. 대학 시절 배낭여행이나 어학연수 붐이 일어서 조금만 용기를 내면 다녀올 수도 있었을 텐데 가게 되면 일어날 나쁜 시나리오만 한가득 써가며 착실히 한국에 머물려 소심한 청춘을 보냈다. 


직장 생활에서는 소심한 청춘을 보상해주듯 해외 출장이 잦아서 여권 도장 찍을 곳이 없어 추가 페이지를 늘리고 재 발급을 받아야 할 지경의 시절을 보냈다.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어김없이 하게 되는 결심이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영어 공부를 시작해야지! 제대로 영어를 좀 배우자. 하며 나의 한심한 영어 실력에 좌절하곤 했는데 놀랍게도 23년의 직장을 끝낸 후에도 한심한 영어는 진일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작년 이맘때 우연히 다녀온 밴쿠버의 매력에 빠져서 (지금 생각하면 밴쿠버만의 매력이라 하기엔 어찌 보면 평범한 풍겨이었는데...) 밴쿠버에서 살아보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2023년 12월 27일 트렁크 4개를 들고 밴쿠버에 입성했다. 마치 50에 어학연수를 떠나온 모습이 되었다. 밴쿠버는 일 년의 반은 레인쿠버라 불리는 우기이고 나머지 6개월의 아름다운 날씨 덕분에 밴쿠버를 아름답다고 한다는데 그 기나긴 우기 시즌에 도착했으니 어둑어둑하고 색깔 없는 밴쿠버의 풍경을 바라보며 내가 선택한 밴쿠버행에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일 년이 지난 지금... 영어는 드라마틱하게 발전하지 않았다.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커피 주문이 제일 자신 있고 전화 통화가 너무 두렵지는 않을 정도? 우스꽝스러운 영어를 스스럼없이 뱉어 버리는 뻔뻔함이 충만해졌다.

그럼에도 나는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에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다시 시간을 돌리면 다시 밴쿠버행을 감행할 거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기꺼이 YES!!라고 답할 것이다. 


나에게 선물한 무모한 용기가 좋다. 앞뒤 재지 않고 질러 버린 철없음이 좋다. 지나치게 치열하게 공부하지 않아서 영어는 기대보다 못 미치지만 나를 탓하지는 않는다. 매일을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산책하며 나와 나눈 값진 대화는 영어보다 더 귀한 것이니, 그럼에도 앞으로의 시간은 좀 더 영어 공부에 매진해야겠다. 나는 60대에 전 세계를 자유롭게 다니며 살고 싶으니까... 언어로 나의 거처가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제약이 될 수는 없게 하고 싶다. 사회적 관념에서의 내가 아닌 온전히 나로 살아가며 내 이야기를 만들어 가야지! 끌림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나의 무의식이 이야기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가자. @마이힐라

 


밴쿠버의 가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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