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부터 나 혼자만의 시간이나 나만의 개인 공간처럼 개인적인 영역에 유난히 애정을 가지어 왔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취향에 변화는 있을지언정 나는 언제나 나의 취향이 무엇인지 잘 알았으며, 나 자신을 위해 내가 만들어 놓은 시공간을 기꺼이 즐겨 왔다. 오죽하면 어릴 때 나의 형제는 내 방에 들어올 때마다 이 집안과는 다른 공기와 향기가 느껴진다고 이야기하기도 했고, 우리 엄마는 나의 섬세한 미감을 일찍이 눈여겨보시고는 어린 내게 미술 과외를 붙여주시기도 했다. 물론 그 미술은 그저 취미로만 했을 뿐이다. 그렇게 자라 어른이 된 지금, 나는 여전히, 더욱 섬세해지고 견고해진 나의 세계 속에서 내 삶을 즐기고 있다.
글에 앞서 이러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는, 바로 이 <취향가옥 2> 전시에서 나 같은 성향을 지닌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을 담아낸 '자기만의 방'을 만나볼 수 있었음을 전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이 사람들의 '자기만의 방'에는 훨씬 높은 안목과 세련된 예술감각 그리고 막대한 금액의 금전적 투입이 반영되어 있지만 말이다. 비록 우리의 방이 이들의 방처럼 꾸며지기란 쉽지 않은 일일 테지만, '자기만의 방'을 원하고 또 사랑하는 우리 모두에게 이들의 방은 많은 영감과 공감을 전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꼭 값비싼 디자이너 가구, 고가의 미술품, 넓은 평수의 집 등이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색깔의 벽지 또는 의자, 내가 직접 그린 그림, 내가 좋아하는 책들, 내가 좋아하는 음반, 내가 좋아하는 꽃 등으로 꾸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를 위한, 나다운, 나만의 멋진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이 복잡하고도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준다.
더불어, 이 전시를 통해 예술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는데, 이는 마치 예술이 일상이 될 수 있고, 일상 또한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듯했다. 표면적으로는 부유한 수집가가 집 안 여기저기에 놓은 귀한 예술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또 한편으론 방 안에 앉아서 차 한 잔을 마시는 소소한 순간,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순간도 마치 작품의 일부인 듯 아름다울 수 있음을, 반드시 각 잡고 만들어진 것만이 예술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평범한 일상 또한 바라보기에 따라 충분히 아름다운 예술과 같은 순간이 될 수 있음을 은근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지막으로, 전시는 전시이기에 이 <취향가옥 2> 전시에서는 수많은 기성 및 신진 예술가들의 멋진 미술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공간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여러 예술 작품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왜 이 공간에 이 작품을 배치했을까, 이 작품은 어떤 의도를 담고 있을까 고민해 보는 시간을 즐기는 것도 굉장한 재미였다.
이 전시에서 느꼈던 점들을 되짚고 글로 써 내려가 보고 있는 지금도 나는 나만의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내 입맛에 맞게 내가 만든 케이크를 먹으며, 내가 직접 골라 구매한 찻잔에 담긴 차를 마시고 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취향대로 삶의 공간을 꾸릴 수 있고, 그러한 취향은 예술이 되어 일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는 것을, 이번 디뮤지엄 <취향가옥 2> 전시를 통해 새삼스레 다시 한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