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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ia Jun 02. 2024

2024 교향악축제 (4.27)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D. Shostakovich | Violin Concerto No. 1



2024년도 교향악축제에 대한 마지막 기록이 될 4월 27일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승원 지휘자, 김재원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다. 언제 바쁘지 않은 때가 있냐마는 5월은 유난히 더욱 바쁘게 보낸 듯하다. 그리하여 4월 말의 기록을 이제야 꺼내어 찬찬히 풀어 본다.


이승원 지휘자가 이끄는 연주는 이전 언젠가 한 번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솔직히 어땠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러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만큼 흐릿해진 그 기억이 나름 좋았던 형태였음은 머릿속에 남아 있었고, 때마침 내가 좋아하는 쇼스타코비치와 차이코프스키의 곡들을 연주한다고 하여 이 참에 이승원 지휘자의 연주를 다시 한번 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공연을 예매했다. 그리고 얼마 후 이승원 지휘자가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Malko Competition 2024)에서 우승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곧이어 이 공연 티켓은 매진되기에 이르렀다. 진작 예매해 두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피아니스트 조성진, 임윤찬 때도 그렇고 다들 누군가가 어디 무슨 무슨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고 하면 갑자기 그들에 대하여 없던 관심을 지대하게 갖기 시작하며 나아가서는 무조건적으로 그를 찬양하고 혹자는 신격화시키기까지 하는 현상에 씁쓸함을 느꼈다.


다시 공연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날은 안타깝지만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출근을 하여 잠도 별로 못 자고 열심히 일하다가 공연장으로 곧장 달려온 날이다. 커피를 네댓 잔쯤 마신 것 같은데도 피곤함이 가시지 않아 과연 연주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그 걱정이 기우(杞憂)였을 만큼 단 한 번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일 없이 몰입하여 감상할 수 있었다.


일단 이번 연주에 대한 한 마디 느낌은 ‘크다!’였다.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빵빵하도록 큰 것은 물론이고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에서의 바이올린 음량 또한 매우 커서 놀랐다. 전반적으로 소리가 매우 컸는데, 그 커다란 소리를 이루는 세밀한 부분 하나하나가 모두 섬세하도록 농밀한가 하면 그것은 아니었다. 공연장 안을 장악할 만큼 크고 시원한 연주였으나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특유의 음울한 느낌은 잘 전해지지 않았다. 물론 사람마다 모두 음악 취향이 다르기에, 이 연주는 그저 나의 개인적인 취향과 달랐을 뿐임을 밝힌다. 협연자인 김재원 바이올리니스트의 시원시원한 정격 연주를 들으며 괜스레 또 다른 바이올리니스트 사라장이 떠올랐는데, 아무튼 이 또한 안타깝게도 내 취향의 연주는 아니었다.


1부의 쇼스타코비치 협주곡 연주를 듣고 나니 2부에서 연주될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도 내 취향과 맞지 않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지만 협주곡이 아닌 교향곡이기에 오히려 오케스트라가 자유롭게 개성 있는 연주를 펼쳐 보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2부 감상을 위해 착석했다.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고 경기필하모닉과 이승원 지휘자는 1부와 비슷하게 크고 웅장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연주를 들려주었다. 오늘의 연주를 들으며 이승원 지휘자님은 완벽주의자이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트 하나하나에 모두 집중하며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가 각자 완벽한 소리를 만들 수 있도록 매우 심혈을 기울이는 것 같았고, 소리 하나하나 완벽하게 만드려고 공들이다가 도리어 섬세함이 바래진 듯 느껴졌다. 이승원 지휘자가 구현하고자 했던 느낌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지만 아마 그를 위해 준비할 시간 또는 기타 등등이 부족했었지 않을까 싶다.

비록 오늘 들은 연주는 훌륭하고 멋지지만 나의 취향과는 맞지 않았는데, 차후 다른 악단을 지휘하는 이승원 지휘자의 연주를 다시 한번 들어보고 싶다.





Heinz Fricke가 지휘하는 Staatskapelle Berlin과 David Oistrakh(Vn)의 Shostakovich Violin Concerto No. 1 연주 실황 영상의 유튜브 링크를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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