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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하는 몸 Apr 02. 2019

[전문] 4화. 탈코르셋한 유튜버 배리나의 몸

http://www.podbbang.com/ch/1769459


"나는 대단히 특이한 케이스가 아니었다. 나는 하나의 신체, 수선이 필요한 신체였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우리 같은 사람이 지독히도 인간적인 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많았다. 잘 꾸며진 대기실에 기다리고 있던 아버지는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우리 약간만 더 힘내자. 음식 자제하고 하루 두 번 운동하고, 너에게 필요한 건 그뿐이야. 비포 애프터 사진에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나는 원했다. 지금도 원한다. 그 애프터를 간절히 미칠 듯이 원한다." (록산 게이의 '헝거' 중에서) 


"저의 과거랑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이 단락을) 선택하게 됐어요. 예전에 지방흡입 수술을 원했거든요. 기아처럼 마르고 싶었어요. 폭식증이 있었는데 먹고 토하면서 거식증에 걸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고 몸이 아주 뼈만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어요. 


어머니에게 '나 지방제거 흡입 수술하고 싶다'고 '성형도 하고 싶다'고 늘 말해왔거든요. 그때마다 저자의 아버지처럼 해주신 게 기억에 남아서 이 구절을 고르게 됐습니다.


내 딸이 한 번쯤은 다른 사람에게 손가락질받지 않고 젊은 시절 예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온 말들이죠. '항상 너는 소중한 아이야'라고 말씀하시면서도 살에 대한 부분이나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지나가다가 '툭툭'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먹을 때는 뭐라고 하다가 안 먹으면 또 먹으라고 하는 것. 뭘 하나 먹으려고 하면 '또 먹냐?'라고 말씀하시고. 


옷을 사러 가면 맞지 않는 옷들이 대부분이다 보니까 저에게 뭐라고 하시는 게 있었어요. '살을 빼지 그랬어. 맞는 옷이 없잖아.' 직원이 앞에 있는데 직원들에게 미안해하고. 내 몸이 큰 게 그분들에게 미안할 건 아니잖아요. '아이고 우리 애가 맞는 옷이 없네요 죄송해요.' 저에게는 그런 게 소소한 상처가 됐던 것 같아요.


(탈코르셋) 영상을 올렸을 때는 엄마 아빠 몰래 올린 거예요. 보통 확인을 받거든요. 메이크업 영상하고 나면 '엄마 이거 어때? 이거 괜찮은 것 같아?' 확인을 받고 올렸어요. 


(탈코르셋 영상은) 그냥 바로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올려버린 거라서 어머니가 보시고 우셨다고 하더라고요. 전화가 와서 '우리 딸이 이렇게 고생을 했구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겠구나' 말씀을 하셨어요.  


아버지도 아무 말씀은 없으셨지만 그래도 그걸 보시고 난 이후로는 저에게 외적인 부분으로 이야기를 최대한 안 하시려고 하세요.


그전부터 악플은 계속 있었어요. 악플은 늘 있었고 사이트들에서 늘 제 영상을 퍼가서 조롱을 했는데 탈코르셋 이후에 페미니스트라는 타이틀이 딱 붙자마자 가해지는 공격들이 어마어마해지더라고요. '꼴페미네. 워마드네' 외모뿐만이 아니라 저를 조롱할 거리가 하나 더 생기니까. 


대놓고 욕할 거리가 생긴 거잖아요. 테러 수준으로 제 댓글창에는 악플들 밖에 없었거든요. 분명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셨지만 그게 묻힐 만큼 악플들이 많이 생겼어요. 거의 80%는 악플이어서 아직 안 되겠구나 싶어서 (댓글창을) 닫았죠.


가끔 악플들 보고 나서 제 몸을 보고 나면 그런 쪽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정말 그런가?' 혐오스럽더라고요. 벌거벗은 모습을 제가 보잖아요. 튼 살도 있고 착색된 부분들도 있고 늘어진 살들도 있다 보니까. 곧이곧대로 제 몸을 보게 되는데 너무 싫은 거예요. 


너무 싫어서 다 잘라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아무도 내 몸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밖에 안 나간 것도 있었고. 항상 여름에도 저는 긴팔을 입고 다녔어요. 내 팔꿈치도 보이기 싫어서. 항상 난방 입고 다니고 더워 죽겠는데, 아예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 자신을 혐오했던 것 같아요. 


무거운 주제이긴 한데 늘 저에게 좀 상처가 있어요 몸에. 제가 만든 상처들인데 몸이 너무 싫어서 찢고 싶어서 상처를 내기 시작한 거였거든요. 그런 상처들을 지금 볼 때마다 '나에게 너무 가혹했구나, 나는 왜 나를 조금 더 사랑해주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요 지금.


좀 많이 고민을 했어요 탈코르셋을 용기가 없어서 실천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이 많이 바뀐 거죠. 저의 구독자님들 생각이 나더라고요. 10대 분들도 계시고 20대 분들도 계시고 다양한 30대, 40대 여성 분들이 외모에 대해 자신감이 없다고 많이들 제게 고민으로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분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외모에 대한 걱정거리를 내려놓자'라고. 세상에는 다양한 여자들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서요. 저에게 용기를 얻으셨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도 그분들이 있기에 더 용기를 얻는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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