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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경 Jul 08. 2023

청소년의 진로탐색 작가편 강연 기록

지난주 강연 발표 원고 기록

행복한 인생을 찾아서

발표자: 임자경

(이 발표 원고의 저작권은 작가인 저에게 있습니다)


들어가며

0) 인사와 자기소개 

오늘같이 아름다운 날씨, 한여름에 D중학교 학생 여러분과 귀한 시간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신기하고, 이번 시간을 행복하고 값지게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임자경입니다. 

저는 소설과 산문을 쓰는 작가에요. 지금까지 <마법서점 라라북스>,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 <나의 싱그러운 외식생활>, <휴일에 내 마음 그리고 기록하기>란 책들을 썼답니다. 작가로서 저는 재미와 감동 그리고 메시지가 있는 소설들을 계속 써 나가고 싶은게 목표이고요. 요즘엔 소도시에 사는 두 자매가 뱀파이어가 된다는 내용의 소설을 쓰고 있어요. 

여기까지 작가 임자경을 설명했다면, 인간 임자경에 대해 이야기 드릴게요. 저는 편안한 옷차림을 좋아해요. 티셔츠와 원피스, 그리고 빈티지 캡모자를 쓰는 것을 좋아하고요. 좋아하는 계절은 옛날에는 봄과 가을이었는데, 올해는 여름을 좋아하게 됬어요. 친구들과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고, 시원한 카페에서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주 좋아해요. 걸으면서 친구와 대화하는 것도 좋아하고, 숲과 바다같은 자연환경도 아주 사랑합니다.     

1) 책에 관한 인터뷰 질의응답      

2) 작가로서의 생활에 관한 이야기 

a. 직업으로서의 작가 

 저는 주로 카페에서 소설이나 에세이 글을 써요. 작업실을 갖는 게 제 꿈인데요. 아직 작업실이 없어서, 집에서는 집중이 안되서 카페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큰 제목과 아이디어, 주제, 목차를 짜고 나서 구체적으로 글들을 쓰기 시작합니다. 소설을 쓰는 것은 잘 써질 때가 있고 막힐 때도 있는데요. 아이디어가 잘 샘솟고 그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문장으로 잘 풀어낼때는 정말 신나고 즐거워요. 다만 다음 챕터에 어떻게 이야기가 풀어갈 수 있을지 실마리가 잘 안 잡힐 때는 막막하고 힘들고요. 

 직업으로서의 작가는 직장인이 아니라서 자기가 주도적으로 자기 시간을 운용해야 해요. 아침에 일어나 다른 일과 글쓰는 시간을 분배하여 스케쥴을 짭니다. 생활비를 벌 다른 통로도 만들어놔야 하고요. 책 수입으로만 살면 좋은데, 제가 아직 그 정도 인지도가 있는 것은 아니라서, 아직은 강연이나 도서관 단기근로로 생활비를 벌고 남는 시간에 글을 쓰고 있어요. 

 프리랜서 작가로서 저는 작은 일부터 얻었어요. 지난 해에는 성남시 수정도서관에서 출판에 관한 클래스를 했어요. 빅이슈라는 잡지에 칼럼을 써서 한 편 싣기도 했고요. 커리어를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직 이름이 안 알려져서, 일단 글쓰기에 관련한 어떤 일이라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조금씩 일하던 것이 이어져 오늘 D중학교 강연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쁩니다. 

 제 생각에 작가는, 자기 자신을 궁금해하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 타인에 대한 애정어린 관심이 있으면 좋은 직업 같아요. 글을 쓸 때 그런 것들이 자원이 되거든요.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 지 알아야 되요. 감성적인 결의 물건들과 음악을 좋아하는지, 혹은 담대한 인물상을 좋아하는지, 어떤 세계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지, 그런 것들에 대해 골똘하게 생각해보면 내가 무슨 글을 써야 할지 알 수 있어요. 글은 자기 자신을 반영하기도 하면서, 자기가 추구하는 이상을 반영하기도 해요.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은, 작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추구하는 미래상을 추구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 작가는 생각을 하는 사람 같습니다. 생각을 하고 그것을 글로 드러내는 사람이요. 생각은 작가에게 필수적인 덕목이고 기술이고 재산입니다. 이 생각이란 것은 색다른 것을 상상하는 상상력, 아름다운 것을 알 수 있는 미적 능력, 무엇이 내게 옳거나 좋은지 알 수 있는 철학적 사고 등등을 내포하는 아주 커다란 개념입니다. 하지만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 학생 여러분들도 생각하는 능력을 조금씩 조금씩 기를 수 있습니다. 쉽고 단순하게 시작해 보세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은 뭘까, 내가 편안하다고 느끼는 환경은 뭘까, 내가 있고 싶은 자리는 어디일까, 이런 것들에 대해서요.


b.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 

 저는 어려서부터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청소년기부터 이십대 중반까지 쭉 그랬어요. 그러다가 이십대 후반부터 삼십대 초반까지는 직장에서 일을 하느라 제가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다는 걸 까먹은 상태였고요. 

 제가 한참 일하고 있을 때, 동네책방을 좋아하던 고등학교 친구가 제게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자경아, 너 글쓰기 좋아했잖아. 독립출판 해보는 건 어때?”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독립출판에 대해 잘 몰랐어요. 출판사의 심사 없이 자기가 쓴 글을 자기가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만들어 출판하는 것이 독립출판이더라고요. 친구의 격려로 저는 독립출판을 결심했어요. 그래서 브런치라는 블로그에 짬짬이 써오던 일기글을 모아 엮어서 하나의 책으로 출판을 했어요. 서울에 망원동이라는 동네가 있어요. 거기에 되게 오래된 독립서점이 있거든요. 그 책방에서 독립출판 클래스를 들었어요. 하나의 책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클래스요. 인디자인 프로그램 툴도 배우고, 글도 계속 꾸준하게 쓰고요. 그렇게 봄부터 여름까지 수업을 듣고 나서 제가 쓴 글을 편집하고 북커버를 만들어 하나의 책 파일로 만들어서 인쇄소에 넘겨 인쇄를 하고 .... 그렇게 제 첫 책을 손에 쥐었어요. 독립출판물인 책이고 비록 아직 isbn 이라는 도서 고유번호도 없고 온라인 서점 세상에는 입고 되지 못하겠지만, 일단 온라인 공간에서만 보던 제 글을 종이책이라는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결과물로 잡으니 너무너무 행복하고 기쁘더라고요. 이런 작은 성취감들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자기가 무엇인가를 만들고 이루고 얻는 경험이요. 이런 것들이 자존감과 성장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게 시발점이 되어 지금까지 계속 글을 써오고 있고요. 

 첫 독립출판물 책 <생활과 일기:희망편>을 시작으로 <명랑생활 칼럼모음집>이란 산문집도 출간했고요. 2020년에 쓴 단편소설 <블루에서 핑크까지>는 경기콘텐츠진흥원 공모전에 가작으로 당선되었어요. 소설 <마법서점 라라북스>도 독립출판물로 시작했어요. 여러 동네책방에 책들을 입고 시키고 판매 하고 있던 와중에, 퍼블리셔스 테이블이라는 독립출판물 북페어, 북마켓에 참여 하게 되었어요. 이 자리는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여러 책방들, 작가들이 모여 일반 독자들에게 자신의 책을 선보이는 자리에요. 서울숲 디뮤지엄에서 2021년 겨울에 열렸을 거에요 아마. 저는 그 때 밀리언 아카이브라는 빈티지 의류 매장에서 산 크리스마스 스웨터를 입고 있었던 게 기억이 나요. 빨강색 바탕에 트리랑 루돌프 같은 자수가 놓여진 재미있는 스웨터였어요. 그 때가 크리스마스 시즌이어서, 저는 귀여운 기분을 내고 싶어서 루돌프 사슴 머리띠를 쓰고 제 책을 영업했었어요. 그렇게 북페어에서 제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고 있는데, 어느 고운 분이 찾아오셔서 출판사 대표님이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달꽃출판사 대표님이라고요. 명함을 주시면서 제가 이미지가 아주 쾌활하고 마음에 들고 책도 좋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출판사 명함을 받고, 그 다음날 연락을 드려서, 독립출판물 이었던 책 <마법서점 라라북스>를 달꽃출판사에서 기획출판으로 재출간하게 되었답니다. 여기서 기획출판이란, 작가가 자기의 돈을 쓰는 게 아니라, 출판사에서 투자를 해서 출판사의 돈으로 출간을 하고, 작가에게는 몇 퍼센트의 인세를 주는 시스템을 의미해요. 저는 이렇게 독립출판 시장에서 조금 더 큰 상업출판의 세계로 넘어 오게 되었어요.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 엽편 소설집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도 출판사에서 출간을 하였고, 꾸준히 글을 쓰면서 다른 출판사들에 투고를 하고 있어요. 여러 출판사에서 책을 내는 것이 좋다고 해요. 다른 출판사에서 한 책이 잘되면 또다른 출판사의 같은 작가의 책도 영향을 받아서 잘 되어서 선순환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고요. 

 요즘에는 작가가 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 것 같은데, 저같은 경우는, 독립출판으로부터 시작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법이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책읽기와 글쓰기를 사랑하는 것 같아요.      

c. 작가가 되고 싶은 어린 친구들에게

 작가가 되고 싶은 친구들 환영합니다. 작가는 언어를 다루는 사람이니까, 책읽기와 글쓰기와 친해져야 합니다. 다양한 책들 중에서 흥미가 가는 책들을 먼저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호기심과 애정을 잃지 않을 수 있거든요. 가끔 책이 권태로워지거나 해도 괜찮습니다. 잠시 시간을 갖다가 다시 친해지고 오래오래 친하게 지내셔요. 책을 읽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먼 세계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독특한 인물을 관찰하면서 내가 모르는 인생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이국적인 거리의 이름, 새로운 먹거리의 이름을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뭔가 알게 된 것 같아서 우리의 마음은 새로워집니다. 

 제가 청소년기 때는 무얼 읽을지 몰라서 학교에서 추천해주는 책이나 한국 고전을 읽었었는데요. 사실 저는 현대 청소년인 여러분이 부럽습니다. 요즘엔 청소년 문학이 발전해서 훨씬 더 재미있는 청소년 문학을 읽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대학에 가서 저는 알베르 까뮈같은 조금 철학적인 소설을 읽었던 것 같습니다. 철학 서적에도 끌렸었는데, 제가 좋아한 글들의 공통적인 결은, 어려운 생각을 쉬운 언어로 풀어낸 일상적인 문학 혹은 철학책들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저와 제 친구들 사이에서는 니체와 전혜린, 이상 같은 저자들이 유행했었어요. 그래서 저도 친구들 따라서 그런 분위기의 책들을 읽었고 조금 감성적이고 우울해 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우울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글쓰기는 꼭 우울하지 않고 밝고 환해도 쓸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작가가 되고 싶은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것은, 다양한 경험에 열려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들과 캠핑을 가는 경험, 휴일에 가족식사를 위해 직접 요리를 하는 경험, 스무살이 넘어 친구들과 함께 경주로, 속초로, 양양으로, 부산으로, 여수로, 통영으로 여행을 가는 경험, 도자기를 만들어 보는 경험, 애완동물과 함께 살아보는 길고 폭넓은 경험, 커피를 좋아한다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보는 경험.... 이런 경험들에서 우리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사건들 안에서 나의 새로운 성정을 깨닫게 되고, 내 내면과 내 바깥을 관찰하고 생각하면서 신선한 나만의 인사이트(관점)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일기를 쓰고 싶다면, 심심하고 평온한 하루도 좋겠지만, 소풍이나 여행을 기획하고 직접 다녀온다면, 훨씬 풍부한 기록을 남길 수 있겠죠. 모든 경험은 산문에도 소설에도 풍요로운 재료가 됩니다. 

 예비 작가 청소년 분들, 힘내셔요. 제가 응원합니다.           

3) 청소년기의 진로탐색 활동에 대하여

 작가가 되는 꿈이 아니더라도, 꿈을 찾고 있는 중인 친구들이 있을거에요. 벌써 꿈을 찾은 친구들도 있을 것이고, 아직 꿈이 없는 친구들도 있을 겁니다. 모두 좋습니다. 아직 여러분께는 시간이 참 많아요. 마음을 여유롭고 넉넉하게 갖길 바랍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꿈을 갖는 것 자체가 아주 소중한 일이랍니다. 입시 때문에 시간도 많이 없으실 거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실 것 같아요. 그런 현실을 무시하지 않고 제가 도움말과 응원을 해드리려고 합니다. 

 D중학교 학생 여러분! 제 중학교 시절을 되돌아 보면, 저는 중학교 때 사물놀이 동아리에서 활동을 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활동이 제 진로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원만한 교우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고, 무엇인가에 몰입하여 “열심히 연습해보는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진로탐색이란 무엇일까요? 바로 자신의 적성을 찾는 일입니다. 적성을 찾는 일이란, 어떤 고유한 한 인간의 개성과 성격에 잘 맞는 일이나 활동을 만나려고 탐색하는 일이죠. 일도 그렇지만 취미에 있어서도 적성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소년기에 진로탐색을 하면 좋은 이유가 있을까요? 무엇이 내게 맞고 안 맞는지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모든 체험학습은 그 자체로 즐겁지요. 내게 안 맞는 일을 하면서 괴로워 하는 시간을 줄이고, 나와 맞는 활동과 일을 하면서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다양한 진로탐색 경험을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학교에서나, 주변 어른들께서 청소년 여러분들에게 다양한 진로탐색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경험해보셔요. 

 저는.. 제가 청소년기를 다시 산다면 이렇게 살고 싶어요. 삶의 어두운 면보다 밝은 면에 주목하고 싶어요. 긍정적 태도와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고 싶어요. 어떤 경험을 한다면 그 경험에서 의미있는 가치를 찾고 싶어요. 가족들과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왜냐면,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은 인생에서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건강한 황금기가 바로 청소년기이거든요. 그리고 또래친구들과 더 마음을 터놓고 어울리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청소년 시기는 친구를 사귀는 법을 익히는 중요하고 소중한 시기입니다. 친구들은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받고 좋은 영향력으로 서로를 성장시켜 줄 수 있어요. 햇살도 되고 비도 되는, 아름다운 존재가 바로 친구가 아닐까요. 

 청소년기 진로탐색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여러분께 추천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 동아리 활동. 친구 사귀기와 문화생활 및 취미활동을 동시에 할 수 있고, 삶을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활동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책읽기. 책읽기는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최고의 통로에요. 그리고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력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필수적인 기술입니다. 언어와 친숙해진다면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 한가지를 좀더 유연하고 자유롭게 발전시키는 셈입니다. 세번째로 글쓰기. 어른이 되면 업무 이메일 한통 쓰는 것도 글쓰기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청소년 여러분은 일기쓰기부터 시작해 보셔요. 자신의 경험, 단기간의 추억들, 생각들을 하나의 글- 즉 이야기로 재해석, 재구성하면 그 시간들이 내 안에서 한번 더 정리가 되고 휘발되지 않고 나의 자산으로 남습니다. 네 번째 방법은 여행입니다. 따뜻하고 낯선 지방을 여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신나고 즐겁습니다. 친구들과 여행을 가는 것은 모험을 하는 기분이라 행복하고, 가족들과 여행을 가는 것은 추억을 만드는 기분에 따뜻합니다. 여가활동의 행복과 유익함을 어린 시절에 깨우친다면 앞으로 남은 인생동안 더 많은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바다와 숲같은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면 사람의 내면이 폭넓어지고 풍요로워진답니다.      

 여기서 잠깐, 청소년기의 놀이문화에 대한 탐구를 해보고 싶어요. 제가 생각할때에 청소년기, 중학생 시절에 놀기에 좋은 (슈퍼-건전한) Play Idea를 몇가지 추천해드립니다. 때마침 여름방학이 시작되기도 하고요. 여러분이 읽은 엽편소설집에 실린 초단편 <우리우정 뽀레버>에선 친구들이 함께 케이팝 댄스를 배우죠. 이렇게 뭔가 같이 함께 댄스 수업을 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요즘엔 원데이 클래스도 많으니까, 원데이클래스부터 시작해도 좋고요. 저는 몇 년 전에 케이팝 댄스 클래스를 야탑에 있는 종합운동장에서 들었었어요. 거기서 아이즈원의 비올레타와 트와이스의 팬시를 배운 기억이 있습니다. 걸스힙합 댄스도 아주 매력적인 것 같아요! 또.. 공부를 핑계삼아 친구 집에서 모여서 즐거운 홈파티 많이 하세요. 반올림피자샵에서 치즈후라이피자 한판이나, 교촌치킨 허니콤보 치킨 같은 맛있는 음식 같이 나눠 먹으며 수다도 많이 나누세요. 이때 같이 들을 음악 추천해드릴게요. 케이팝도 좋지만, 고전적인 팝-댄스음악 들으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마이클 잭슨, 비욘세, 테일러 스위프트, 아리아나 그란데 틀어 놓으면 행복해집니다. 왜 팝송 추천드리냐면... 케이팝은 가사가 들리는데 팝송은 배경음악으로 좋거든요. 그리고 운동 같이 하면서 노는 것도 추천드려요. 선선한 여름 저녁에 같이 배드민턴 치기, 캐치볼 하기, 파워워킹 같이 하기... 아주 아주 즐겁고 신날 것 같습니다. 혹시 부모님께 허락을 받는다면 가까운 청계산 친구들이랑 같이 등산하시고 내려오는 길에 맛있는 곤드레밥 드셔요. 가끔의 서울 나들이도 즐거운 추억이 될 것입니다.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 에어컨도 잘 나오고 시원하고 쾌적해서 예쁜 옷 입고 인생샷 찍으면서 문화생활하는 기분 낼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림이랑 공예물품들이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기운이 느껴지는 게 좋습니다. 서울 나들이, 가족들이나 친구들이랑 많이 많이 하셔요. 한양도성 하이킹, 종로 구청 홈페이지에서 해설사분이랑 같이 하는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감성적인 음악들으면서 한강을 걸으면서 노을멍을 하셔요. 백화점이나 시장에 가서 귀여운 옷들 아이쇼핑 하세요. 재밌는 선글라스나 귀여운 티셔츠들이 많습니다. 엄마 취향도 중요하지만 자기 취향을 어릴 적부터 쌓을 수 있다면 더 신나고 즐겁습니다. 가족들을 위해 팟타이를 만들어 보세요. 마트에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청정원 팟타이 소스가 있습니다. 팟타이 면을 삼십분간 물에 불리고, 새우를 물에 넣어 해동하고, 에그 스크램블을 하고, 숙주랑 면이랑 새우랑 에그스크램블을 팟타이 소스랑 같이 불에 볶으면 완성입니다. 강원도 음식, 전라도 음식같은 맛있는 음식 찾아 드셔보세요. 이국적인 음식을 먹는 식도락 여행도 재밌습니다. 맛잘알이 되어 보셔요. 공부도 좋지만 역시, 중학생 2학년 생이라면, 놀아야죠. 아직 시간이 많고, 공부도 좋지만, 휴식이랑 노는 시간 계획하고 만드는 사람이 정말 진짜 멋진 사람입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우리의 진로는 세분화 됩니다. 저 때는 고1때 공통과목을 듣고 고2때부터 문과, 이과, 예체능으로 과가 갈렸었는데요. 우리 D중학교 청소년 분들도 지금부터 자신이 어떤 길을 걸으면 좋을지 조금씩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방향성, 어떤 색깔의 길을 걷고 싶으신가요? 삶에는 여러 유형이 있습니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삶, 예술적이고 창작하는 삶... 모든 사람들에게는 자기만의 인생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공교육 체계에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수월하게 과를 나눕니다. 자신이 어떤 성향인지를 알고 과를 잘 선택하셨으면 좋겠어요. 언어가 더 친숙한지, 아니면 논리와 수학적 사고가 더 끌리는지, 또 그림을 그릴 때 해방감을 느끼거나 노래를 부를 때 마음이 탁 트인다거나 달리기를 할 때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거나.. 그런 자신만의 느낌을 따라 자신의 과를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부모님의 조언도 주변 친구들의 움직임도 여러분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의 직감입니다. 자신의 느낌을 믿고 자신이 속할 곳을 선택하시면 좋겠습니다. 

 고등학교 삼년을 통과하여 대학생이 되거나 혹은 이십대가 되었을 때 역시 자신의 성향을 알아가는 것은 중요합니다. 요즘 MBTI 가 유행인데요. 저는 I같은 ENTJ에요. 사실 알파벳 뒷자리가 의미하는 건 잘 모르고 I와 E의 뜻만 알아요. 여러분은 자신이 내향형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외향형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내향형 사람들은 자기 내면이 중요하고, 조금 더 정적인 활동을 좋아하고, 소규모 친구그룹을 갖고 있고, 외향형 사람들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바깥활동을 할 때 에너지를 얻는 유형으로 알려져 있지요. 자신의 성격을 잘 알고 자기에게 편안한 활동과 환경을 택하는 것이 자신의 능력을 만개시키는 데에 이롭습니다. 자기에게 최적의 환경을 구축하고, 그 환경의 수혜를 얻어 자신의 능력의 최대치를 이끌어 내는 것이죠. 예를 들면 조용하고 단정하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친구는 깨끗하고 조용한 자기만의 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활발하고 농구를 좋아하는 친구는 농구를 할 수 있는 친구그룹을 만드는 게 중요하겠죠. 

 참. 그렇지만... 저는 인간은 변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쁜 쪽으로 변할 수도 있겠지만, 한 사람에게 선한 마음과 의지가 있다면 대체로 좋은 쪽으로 변하고 성장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많은 가능성은 열려 있고 색다른 경험에 도전해보는 것도 응원합니다. 예를 들어, 야외활동 중에 하이킹이나 캠핑 같은 활동은, 내향적인 사람도 도전해 볼 수 있는 외향적인 취미이지요. 자신의 외부 세계를 넓혀 가면서 겪는 많은 경험들은 한 사람이 성장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십대 시절 친구에게 들었던 말 중에 강하게 기억하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이 변하려면 사는 곳이 변하거나 만나는 사람들이 변해야 한데요. 우리 청소년 분들은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아주 많은데, 다양한 사람들과 장소들을 경험하면서 크고 작은 행복들을 저보다 더 많이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4) 꿈을 위해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 

 공부하느라 힘드시죠. 취미를 갖기가 힘든 청소년들의 입시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이전 교시에도 말씀 드렸듯이, 현실과 너무 괴리되지 않은, 한국 청소년들에게 실질적으로 가능한 도움말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여러분께 추천합니다. 

 꿈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 세가지를 요약하여 추천해드리겠습니다. 동아리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친구들과도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통로이고, 꼭 자기 진로가 아니더라도 그 자체로 멋진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 사물놀이부에 들었다가 얼떨결에 졸업식 행사 무대에 올랐었는데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이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중학교 시기는 아주 말랑말랑한 감성과 가능성의 시기인 것 같아요. 이런 감성과 진로탐색, 교우관계 성립의 장이 바로 방과 후 동아리 활동입니다. 안전한 학교 안에서 건전한 취미활동으로 행복한 추억을 쌓으세요. 그리고 제가 생각할 때 취미생활이란 건 한 사람의 인간적인 인생을 위해 아주 좋은 것 같아요. 무조건 해야 하는 일 이외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자기가 좋아해서 하는 일을 할 때 물밀 듯이 밀려오는 행복감이란 건 아주 아주 기쁜 것이거든요. 

 꿈을 위해 할 수 있는 것 두 번째는 공부입니다. 공부라니, 너무 당연한 가요. 그런데 우리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과목들의 교과서나, 학습 체계는, 우리 조상들이 광복과 해방 이후 칠십년 동안 너무나 성심을 다해서 나라의 미래를 위해 만드신 유익한 학습체계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 한국 교육 체계에 불만이 많은 투덜이였는데요. 한국의 교육체계, 특히 교과서는 아주 훌륭하다고 다시 생각합니다. 모든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필수적인 능력들을 갖추게 하려는 어른들의 뜻과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많은 공부의 기회들을 놓치지 마세요. 지금 당장 불편하고 지루하더라도 공부에 흥미를 들여 보세요. 노트 필기를 예쁘게 하는 것 아주 재밌지 않나요? 문학 교과서의 다양한 비문학, 문학 지문들도 달리 보면 재미있지 않나요? 우리가 공부의 끈을 언제까지 잡고 있을지, 언제 놓을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입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열아홉살 까지는 공교육의 수혜를 입으므로, 그때까지 한국에서 태어난 럭키찬스를 누린다는 심정으로 좋아하는 과목도 발견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안맞는 과목에 대해 짜증내기도 해보면서, 즐겁게 고군분투하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재미’를 마음껏 누리시길 바라요. 무언가 열심히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고 힘든 것인데요. 좋아하는 과목을 찾게 되면 더 좋고, 아니더라도 연습하고 노력하는 그 과정 자체를 머리로 몸으로 익히면서 앞으로 살아가는 데에 큰 자산이 되는 시간으로 남길 바라요. 

 꿈을 위해 할 수 있는 것 세 번째는 여행입니다. 이전 교시에 열심히 설명해드렸으니 더 말하지 않아도 충분할 것 같아요. 바깥 활동을 통해 우리가 자신을 알게 되는 것은 중요합니다. 

 꿈을 위해 할 수 있는 것 네 번째는 자기 공간 갖기입니다. 여러분들 중에 자기만의 방을 가진 친구들도 있고 아닌 친구들도 있을 거에요. 아직 자기방이 없는 친구들이 꼭 자기 공간을 갖게 되길 너무 응원합니다. 자기 공간이 있으면 조용하게 자기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들의 사진이나 영화 포스터를 벽에 붙여놓고 맨날 맨날 보면서 황홀해 할 수도 있고요. 좋아하는 물건들(축구공, 야구모자, 빈티지 원피스, 꽃이 담긴 화병, 몇권의 책들, 컴퓨터, 촉감이 좋은 가벼운 여름이불, 귀여운 토끼인형, 등등)을 방에 놔두고 그 물건들로부터 안정감과 영감을 받을 수도 있죠. 자기만의 방은 내면의 안정감과 정신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퍼스널 스페이스입니다. 자신만의 개인 공간을 가족들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는 청소년기가 될 수 있기를 제가 응원해드립니다. 그런 조용한 방, 조용한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읽고 생각하고 끄적끄적 노트에 쓰면서 자기가 무얼 좋아하고 무엇에 재능이나 흥미, 적성이 일어나는지 자기 탐구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길 기원합니다. 자기 탐구의 시간을 가져야 자신의 앞날, 꿈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꿈이란 단어에 괜히 기죽지 마세요. 꿈은 그 꿈이 작거나 소박해도, 크거나 위대해도, 그 소중함은 똑같습니다. 모든 사람은 개개인 모두가 똑같이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설령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노력하고 정진하는 가운데에서 꿈을 이룰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씩 자란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꿈을 위해 할 수 있는 것 외에 꿈을 위해 해야 하는, 필수적인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아직 가족들의 보호를 받는 청소년들입니다.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자라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많이 걷고, 몸에 좋고 맛있는 제철 음식들 잘 드시길 바랍니다. 청결도 중요합니다. 하루에 한번 머리를 감고, 땀에 젖으면 샤워를 하고, 때가 있으면 때를 밀고, 양치도 귀찮더라도 잠자기 전에는 꼭 하세요. 잠들기 전에 렌즈는 꼭 빼시고요. 그리고 건전하시길 바랍니다. 한국에는 어두운 문화가 도처에 널려 있어 꽤나 위험한 국가입니다. 그런 어두운 유혹에 빠지지 마세요. 멋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 인생을 진짜별로로 만드는 어리석은 결정입니다. 제가 감히 단언드리기를, 건전함이 새시대의 쿨입니다. 건강하게 친구들과 교류하고 여행하고 모험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의식주와 청결까지 이야기했네요. 또 꿈을 위한 필수적인, 기본적인 것이 무엇이 있을 각자 생각해봅시다.      

5) 마무리 멘트

 여기까지가 제가 준비한 강연입니다. 오늘 하루 저와 함께한 두시간 반 가량 되는 시간동안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길 바랍니다. 제가 이 강연을 준비하며 원고를 쓸 때는 한 여름, 여름의 정 중간인 하지였는데요. 여름의 중심을 관통하며 여러분의 가슴에 가 닿는 말들을 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진솔하게 다가가려고 했고, 청소년 여러분의 세상을 상상하면서 글을 썼습니다. 저는 올해 서른 여덟살이고 한국에 사는 삼십대 후반 여성인데요. 아직 결혼을 안했고 아이가 없어요. 그래서 제가 D중학교 청소년분들게, 엄마나 선생님같은 위치에서 말하기 보다, 한국이라는 사회를 같이 살아가는 이웃사람으로서 이야기해보고자 했습니다. 당신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작은 마음을 담아 글을 쓰고 강연을 했습니다. 이 원고를 쓰면서 모 하이틴 케이팝 그룹의 음악을 즐겨 들었습니다. 어른들이 원하는 청소년 상, 그리고 청소년 스스로가 원하는 자신만의 상이 있을 텐데요. 조금씩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자신이 되는 연습을 하는 청소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자유롭고, 편안하고, 쾌활하고, 우정과 사랑이 가득한 청소년기를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여기까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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