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쓴 원고들

트위터를 다듬어서

by blue

<중국음식에 얽힌 기억들>

오늘은 슬픔 속에서 개그를 시전했다. 엄마랑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약간 기분이 울적했어서 기분을 개선시켜보고자... 궁예개그를 했다. 한쪽 눈을 가리고 “누가 큰소리를 내었어?” 근엄하게 말했다. 엄마가 이해를 못해서 나는 그냥 바지락 짬뽕을 열심히 먹기로 했다.

판교 언저리에 있는 황제짬뽕은 엄마와 내가 가끔 들르는 곳이다. 짜장면과 바지락 짬뽕, 탕수육을 먹고는 했다. (엄마는 내가 슬플 때 잘 먹여서 기운을 내게 했다. 내가 죽고싶어할 때에도 난 엄마가 먹여준 음식들로 다시 살게 되었다) 동생과는 짬뽕24시를 잘 갔다. 프랜차이즈 중식 요리가게인 그곳에서는 찹쌀 탕수육이 꽤 맛났다. 그리고 온가족이 기념할만한 날엔 호접몽에 갔다. 멋부린 이름만큼 호사스런 곳이다. 우리 가족은 한국식 중국음식을 좋아하는 것 같다. 중국음식은 왠지 대가족의 느낌이다. 영화속에서도 원탁이 돌아가고 온갖 휘황찬란한 요리들이 빙빙 돌아가고 내 입엔 침이 고이게 된다.

친구들과는 연희동을 투어하며 칠리가지와 멘보샤를 먹으며 중국음식의 또다른 맛의 향연을 누리곤 했다. 마라탕도 빼놓을 수 없다. 여의도 신주방 마라탕의 고소함은 과장 조금 보태서 일품이다. 그리고 마라샹궈.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 때문에 가지 않지만, 이태원 해피푸드의 마라샹궈는 정말 독특하게 맛있었다. 짭쪼름한데 계속 먹게되는. 내가 술을 잘했다면 맥주를 곁들여 계속 마셨을 거다.

추석때 예약해논 대만행 비행기 표가 있는데,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꼭 여행가보고 싶다. 키키레스토랑의 메뉴들을 부시고 오고 싶은 것이다. 배우 서기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라 들었는데, 맛도 아주 좋다고 한다. 먹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맛의 세계. 행복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6월 1일>

기분이 싱숭생숭하네. 눈물샘 밑에 눈물이 고여 있지만 흐르지는 않구. 아까부터 괜스레 얼굴이 울보가 되어 있었는데. 귀에는 노래 Love never felt so good 이 흘렀지.

난 어느샌가 원초적이구 단순한 단세포인간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먹보의 인생이란 그런걸까. 그런데 오늘 집에 돌아오는 길이 왜 그렇게 추웠는지는 모를 일이다. 비가 오려나. 서른 다섯... 그리고 사랑, 사랑...

“여름소나기 잉어의 이마를 두드리는구나” 라는 구절을 인터넷에서 읽었었다. 나는 잉어가 아니지만. 비가 몰고 오는 서늘함이 어쩐지 나를 쓸쓸한 생각에 잠기게 했다. 여름이고 초록들은 수채화처럼 번져나가겠지. 여름인간이라고 자부하기엔, 청년의 들뜬 시기들을 모두 거쳐온 느낌이다. 그래도 여름비는 좋아.

배가 불러 쓸쓸한 정조가 우스워졌다. 배부름은 사람 되게 볼품없게 하네. 폼잡고 분위기 잡고 좀 울고 싶었는데. 맞아. 눈물 좀 투두둑 흘리며 시원한 느낌을 느껴보고 싶었는데. 울면 시원하니까.

에릭 로메르의 모든 영화들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계절연작은 매우 좋아한다. 소품같은 <가을이야기>와, 사랑을 믿으려하는 여자가 결국에 사랑을 만나게 된다는 기적을 이야기하는 <겨울이야기>를 좋아했었다. 모든 계절에는 눈부신 이야기들, 이미지들이 있다.

서른다섯이란 늦여름에서 초가을쯤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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