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와 노트들
-무당벌레가 겨울잠을 잔다는 사실을 처음알았다. 빨간 보석같은 귀여운 무당벌레들은, 천적을 피하고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해 국화꽃 속에서 여러마리가 무리를 지어 겨울잠을 잔다고 한다. 국화꽃의 솜털같은 마른 잎들이 체온을 보존해준다고. 너무 귀여웠다. 무당벌레는 봄여름에 창문틈으로 들어와 내 손등위에 얹어 놓으면 꼬물꼬물 움직이던 것이 기억이 난다. 봄이 되면 날아오르는 작고 하얀 나비와 함께 반가운 것이 이 깜찍한 무당벌레다.
-요즘 아이즈원의 음악에 푹 빠졌다. 멤버 개개인은 모른다. 그렇지만 곡의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목소리가 정말 청량하고 예뻐서, 하루의 시작을 기분좋게 해준다.
-‘돌봄’이란 것은 정말 큰 재능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우리엄마는 강아지도 식물도 애정과 관심, 그리고 책임감을 다해 사랑으로 기르는 사람인데, 그 점을 정말 본받고 싶다.
- 어제는 우연히 빈곤비지니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서울의 쪽방촌에 관한 다큐멘터리였다. 실제 쪽방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국의 빈민들을 인터뷰하고, 그 실태를 촬영한 다큐멘터리였고, 나는 몹시 가슴이 아팠다. 어느 할아버지의 인터뷰 때문이었다. 그 할아버지는 다른 인터뷰이와 달랐다. 다른 인터뷰이가 기초 수급과 편의점 취업중에서 고민이라는 말을 할 때, 그 할아버지는... 일을 놓치지 않으셨던 분이셨다. 그 도중에 월급도 못받고 악만 남았다 라고 말씀을 하고 계셨지만,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내가 보기에 악이 없었다. 왜 그랬을까. 나는 그 할아버지의 다른 점을 할아버지가 기르던 식물에게서 찾고 싶다. 할아버지는 그 슬픈 쪽방에서도 식물을 기르고 계셨다. 한 화분은 콩나물이 분명했고, 한 화분은 양파 같았다. 나는 눈물이 왈칵, 나올뻔 했다. 수렁으로 떨어진 한 사람이 그래도 생명을 기르는 모습에 나는 눈물이 나왔다. 콩나물과 양파 화분에 물을 주시는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주름이 많이 졌지만, 비통함이 어려 있기보다 강인한 인내심이 언뜻 비쳐졌다. 신이 계시다면 초록색 희망을 가진 그 할아버지를 도우시리라 생각한다.
-만두와 김치콩나물국으로 따뜻한 저녁을 해먹었다. 그리고 문득 야구 생각을 했다. 나는 예전부터 스포츠 팬이 되고 싶어했었다. 스포츠에는 뭔가 강렬한 재미와 깨달음이 있는 것 같았다. 경기를 응원하는 마음과, 경기가 진행되는데 발생하는 열광, 엎치락 뒤치락 승부를 목격하는 짜릿한 재미 까지. 나는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받은 야구공이 한 개 있는데, LG 트윈스의 사인볼이었다. 이것을 인연삼아 나는 LG트윈스의 팬이 되고자 유니폼과 모자를 샀다. 그런데 덜컥 코로나가 세상을 뒤엎었고 야구장에 갈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야구와는 인연이 없는 건가. 그래도 언젠간 야구장에 가서 경기를 관람하리라 생각하며 팀을 연구했다. 1982년 창단된 연고지 서울의 팀. 무적LG, 끝까지 트윈스. 내가 응원하려고 하는 팀이 아주 옛날에 최종우승을 두 번 했었고 그것만이 전설처럼 회자되는 유일한 승리의 기록이라고 하니 기분이 아주 묘했다. 야구에 지식이 전무한데다 오랜 팬들이 많아서 섣불리 말하기엔 조심스럽지만, 수년 안에 LG트윈스가 우승을 거머쥘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든다. 근거는 없지만, 그냥 내 기분이 그렇다. (나를 비롯한 사람들이) 오랫동안 바라면 결국엔 이뤄질 것이란 이상한 믿음이 있나보다.
가끔 내가 생각하는 나의 문화유산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 아빠는 산을 좋아했고, 경상도 사람이고, 엄마는 식물을 기르는 것과 신문읽기를 좋아하는 분이시다. 나는 알게 모르게 모부의 영향을 받으며 자라났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미래의 내 자식을 데리고 가끔 야구장에 다니고 싶다. 스포츠의 정직한 결과에 경외심을 갖고, 인생의 축소판을 경험해주게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