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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경 Jun 10. 2021

나의 이야기 나의 반짝임

 친구들 안녕. 

 영지님이 건네준 바통을 받아,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고 노트북을 켰어요. 책을 읽다 보니까.. 유년시절이 기억이 나요. 전 원래, 현재에 집중하려고 하는 스타일이었고 유년시절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평일도 인생이니까>에서 작가가 그의 어린 시절을 반추하는데 그 색깔이 너무 고와서, 저도 덩달아 어린 시절을 추억해보고 싶어지더라구요.

 제 사소한 옛날 이야기 하나 들려 드릴까요? 초등학교 1학년때인가? 가을운동회때 백미터 경주 시합에 나갔던 것 같아요. 출발선에서 스타트 하자마자 엄청 열심히 뛰기 시작했어요. 근데 저는 몰랐는데, 엄마가 배꼽을 잡고 웃으며 하시는 말씀이, 제가 자꾸 옆에 누가 따라오나 안 따라오나 옆과 뒤를 자꾸 보더래요. 너무 웃기죠. 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고등학생때까지 무척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요. 남이 갖고 있는 것을 굉장히 부러워 하던 아이였던 것 같아요. 지금와서 돌이켜 보면 그래요. 성격이 쾌활한 아이, 친구가 많은 아이, 재능이 있는 아이, 예술적인 감수성이 뛰어난 아이... 그런 안 좋은 단점이 스무살을 넘겨서도 성격의 일부로 남아 저를 힘들게 했었어요. 타인의 재능을 동경하고, 나 자신의 자아가 없는 상태로 시간을 흘려보내기 일쑤였어요. 저는 서른이 넘어서야 저 자신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어른의 태도. 어른은 그저, 내 인생을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인생으로 만들며 살면 된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집에서 살면서, 나를 나답게 만드는 친구들을 곁에 두고, 나를 나답게 만드는 일을 하면서. 화려해지려고, 남들에게 인정받으려고 기를 쓰는 대신 평범한 일상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찾으면 된다. 평범한 인생을 소중하게 여기며 내일보다 좋은 오늘을 살아가고 싶다. 결핍이라는 부분을 조금이라도 채울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게 낫다. 남이 아닌 나한테 집중하는 것. 남을 부러워할 시간에 차근차근 내가 되어가는 게 낫다. 그러면 나에겐 나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진짜 어른은 나밖에 가지고 있지 않는 내 이야기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저는 요즘에 저 자신을 좋아하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그러려면 행동이 필요하고요. 나를 좋아할 수 있게 좀 더 좋은 상태를 만들고 싶어요. 그러려면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단순하게 말하면 나에게 만족하고 싶어요. 요즘 저는 그럭저럭 생계도 유지하고, 동시에 좋아하는 일도 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어서, 마음이 뿌듯하고 흐뭇해요. 생계를 위한 일이 아닌,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향한 무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예컨대 창작을 하는 작업자들에 대한 손쉬운 평가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요 옛날엔 저도 그런 사람이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 주위엔 저를 격려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가득해서 행복감도 들어요. 


 오늘 읽은 책에서, 잘 살아가는 방법 혹은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어, 또 밑줄도 치고 필사도 하며 이 책을 제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건너편의 불밝힌 도시를 바라보며 웃자란 풀들 사이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건 초여름을 지날 무렵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기도 했다. 잘 산다는게 대체 뭘까? 그건 그냥 내가 오늘 하루를 마음에 들어하는 그런 일이 아닐까? 언제 즐거운지, 언제 웃었는지 기억하고 산다면 그걸로 충분한 인생일지 모른다. 꽃피면 꽃 보러 다니고, 매년 여름휴가는 어디로 갈까 고민하고, 겨울엔 조그만 가짜 트리 위에 전구를 밝히며 살 수 있어서. 이 것이 그저 내가 이루고 싶었던 삶의 전부구나, 종종 생각한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사람으로 자라, 내 행복은 내가 책임지는 법을 익히게 된다. 어른으로 사는 기쁨은 아마 거기에 있을 것이다.”


 왠지 콧잔등이 시큰한 부분을 필사해봤어요. 맞아요. 우리는 스스로의 결핍을 스스로 채워주는 사람으로 자랐고 그건 정말 단단한 중심을 (스스로에게 받은) 선물 받은 것과 같아요. 후회하고 원망하는 대신에, 작더라도 사소하더라도 성취나 기쁨을 스스로 구하는 게 중요해요. 저같은 경우에는 좋아하는 일들- 글쓰기와 그림그리기를 하는 게 취미 이상의 일과가 되었어요. 타인을 부러워만 하지 않고 작은 일이라도 내가 ‘하는’ 것.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 저는 ‘하는’ 사람이고 또 제 친구들이 ‘하는’ 사람들이라는 데에 가끔 따끈따끈한 감정을 느껴요. 좋다는 말이에요 :-)     

 그럼 여기서 마무리를 해볼까 해요. 요즘 저는 약간 희망적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좋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서 그런가? 아니면 내가 달라졌나? 많은 게 연결되어 얽혀 있을지도 몰라요... 고요한 저녁시간 스탠드를 밝히고 내 책상에서 책을 읽던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참. 저 이제, 백미터 달리기 시합같은 자세 말구, 인생을 친구들이랑 같이 하는 이어달리기로 생각해보려구요. 우리는 한 팀이에요. 제가 영지님의 바톤터치를 받았고 그 다음 순서는 리밍님 인거에요. 이어달리기 할때는 경쾌하게 땅을 가르며 속도를 낼 수도 있지만, 휴식을 할 수 있어서 더 좋아요. 아닌가? 그냥 달리기 말고 함께 산책하며 걷는 것은 어때요? 저 걷기도 참 좋아하거든요. 

 그럼 이만 다음 주 이 시간에 만나요!           



 아 참. 마지막으로 필사한 부분은, 요즘 제가 연애를 하고 싶어 하는데, 예전보다 나은 모습으로 연애를 하고 싶어서 필사를 해봤어요. 으허허.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누군가에게 마음을 쓴다는 건, 그 사람에 대해 더 많은 TMI를 가지고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이 지금 어떤 마음 상태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또 무엇을 가리는 지, 요즘 무엇이 필요하다고 했었는지... 내 마음을 궁금해 하는 사람을 곁에 둬야 한다. 그리고 나도 상대의 마음을 궁금해 해야 한다. 그게 얼마나 따뜻한 경험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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