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처세, 혹은 치유
그날따라 비가 와서 택시를 탔다.
라디오에서 날씨에 걸맞게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이 흘러나왔다.
음악에 한참 몰입하려던 찰나, 주변을 보니 내릴 때가 됐다.
그런데 택시 기사님이 목적지를 지나쳐서 계속 달리신다.
나: 저 여기 내려야 하는데...
택시기사님: 아... 죄송합니다. 노래 듣다가 정신을.
나: 네. 여기 그냥 세워주세요.
택시기사님: 네.
...
나: 아... 노래 참 좋죠?
택시기사님: (웃음)
목적지를 한참 지나쳤지만 나는 다시 돌아가자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몇백 원의 거스름 돈도 받지 않았다.
그저 택시 기사님과 앉아서 노래를 조금 더 듣다가 내렸다.
습한 공기와 차 안의 공간, 그 안에서 노래하는 김현식의 목소리.
그 조화로움 속에 적당히 젖어있는 감상에서 깨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삶의 의미 혹은 묘미는, 하루하루의 많은 당위적 행동들 가운데에서도
틈틈이 흘러나오는 '비처럼 음악처럼'을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 즐기는 것이 아닐까.
오늘, 내 생각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