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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nne Nov 26. 2024

으악! 어떡해요! 고양이가 끈을 삼켰어요!

풍선에 매달렸던 끈을 삼켜버린 고양이

에이 설마 하는 마음이 화근이었다.

긴장 반 설렘 반으로 2호의 프리스쿨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날이었다. 조금 긴장했지만 잘 적응해서 노는 듯 보였던 2호가 기특해 고마움과 대견함이 마음 가득 찼던 날이었다.


프리스쿨에서 오리엔테이션을 무사히 마친 아이들에게 헬륨가스가 든 풍선을 날아가지 않도록 끈에 묶어 아이들 손에 살포시 쥐어주었다. 공중에 날아갈 듯 높이 올라가는 풍선에 묶인 줄을 아이는 꼬옥 손에 움켜쥐었다. 이 끈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에서 함께 노는 친구들의 손을 거치고 거쳐 다시 2호 손에 쥐어져서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빵빵해져 하늘을 날아갈 듯 치솟았던 풍선은 밤이 되어가니 어느새 가스가 점점 빠지는 듯 공중으로 떠오르지 않고 바닥을 맴돌았다. 하루종일 가지고 놀던 아이의 흥도 함께 빠졌을까? 장난감을 정리하고 자러 들어갔을 즈음에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꿀맛 같던 밤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 어김없이 2호가 제일 먼저 일어났다. 놀고 싶다며 엄마에게 빨리 일어나라고, 아침이 찾아왔다고 외치는 녀석 때문에 무거운 눈꺼풀을 마냥 쉬게 놔두기는 힘들었다. 기대보다 이른 아침 젖은 낙엽마냥 늘어진 몸을 이끌고 겨우 침실을 나왔다.


4살의 에너지는 아침 7시부터 최고조였다. 나름 깔끔히 정리해 놓았던 장난감들이 순식간에 바닥에 펼쳐지는 건 기본이었다. 좋아하는 장난감들을 다시 집안 구석구석 옮겨가며 놀던 아이가 어느 순간 울상이 되어 나에게 뛰어왔다.


무슨 일이야? 다정하게 물어보려는 마음과는 달리 잠에 덜 깬 걸걸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아이 손에 들려있는 물건은 아직 잠 속으로 마냥 빠져들고 싶은 나를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가운 냉탕에 빠트렸다.


울먹거리는 눈을 가진 고사리 손에 들려있는 것은 풍선이었다. 풍선 매듭에 묶여있던 긴 끈은 없어지고 짜리 몽땅한 끈만 남겨진 채로 내 눈앞에서 산들거렸다.

뭐지? 어디 갔지? 분명 적어도 1미터는 족히 되는 길이였는데?

내 눈앞에 있는 끈은 고작 5센티도 안 되는 길이였다. 그리고 끊어진 부분에서 확인 가능한 고양이의 이빨 자국은 나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낙하시켜버렸다.


하지만 섣불리 판단하기는 일렀다. 울먹거리는 아이를 진정시키고 우리는 함께 끊어져버린 남은 끈을 찾기 시작했다. 2호도 고양이가 먹은 것 같다고 걱정하면서 함께 온 집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학교에 유치원에 모두 보낼 때까지 끈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일을 하러 출발하면서 남편은 바통을 이어받아 틈날 때마다 구석구석 빠진데 없이 들춰보기 시작했다.


꼬박 하루를 찾아 헤맸던 끈은 도무지 우리 눈앞에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다. 이쯤 되자 슬슬 현타가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구글을 도움을 받아 온갖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고양이 이물질 삼킴

-고양이 끈 삼킴…


나는 밥을 더 먹이면 똥을 많이 쌀테니 더 금방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남편이 말렸다. 그러다 끈이 더 꼬여서 탈 날 수도 있다고. 그냥 평상시처럼 먹고 싸는 게 중요하단다. 우리는 그렇게 마음을 졸이며 밤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두 녀석 모두 맘마를 먹고 돌아다니며 토를 한 것이다. 사실 늘 하는 토였음에도 불구하고 끈이라는 존재가 더해지니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부풀기 시작했다. 두 녀석 모두 가지고 놀다가 사이좋게 끊어서 나눠 먹은 건 아닐까. 끈이 위에 머물고 있어서 소화가 불편한 건 아닐까. 혹시 장으로 내려가다가 길게 늘어져서 장을 관통하면 어쩌지. 똥으로 한 번에 나오면 괜찮은데 똥꼬에 끈이 대롱대롱 보인다면 바로 병원으로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수술해야 한다는데 어쩌지. 혹시 토하다가 식도에 걸리면 어쩌지.


이런 일이 처음이다 보니 겁이 났다. 물론 이물질을 삼킨 적은 많았다. 냥이들은 수시로 사용하고 테이블에 올려진 티슈를 가지고 놀며 뜯어먹는다. 바스락 거리는 비닐봉지를 이리저리 가지고 놀다가 잘근잘근 씹어서 1/3만 남은 경우를 보는 건 허다했다.


그런데 토를 한 것 외에는 냥이들 컨디션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어? 그럼 먹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냥이들은 말짱하게 뛰어놀고 그루밍을 하고 늘어지게 잠을 잤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끈은 내 걱정의 끈을 부여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이때부터 우리가 할 일은 더욱더 녀석들의 동태를 유심히 살피는 일이었다. 혹시라도 응가에 나올까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봤다 하면 스쿱으로 떠서 확인하고 응가는 일일이 젓가락으로 다 부숴서 확인하고 있었다. 아마 냥이들은 게으른 집사가 웬일로 화장실 청소에 부지런하지? 하며 냥이둥절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걱정하던 하루가 또 지났다. 그렇게 끈이 사라진 세 번째 날을 맞이했다. 아마도 응가로 나온다면 진짜 오늘이 아닐까 싶은, 제발 나와줬으면 싶은 하루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세 번째 날도 나는 제발 나와줬으면 하는 바램을 가득 담아 냥이 응가를 빠짐없이 전격 해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램은 무색하게 하루 종일 소득이 없었다. 그저 제발 냥이들의 건강만 해치지 않았으면 하는 기도만 입으로 중얼중얼하고 있었다.


똑같은 루틴으로 아이들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설거지를 하고 방을 구석구석 정리하며 혹시라도 집에서 발견되면 너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또 찾아보고 있었다.

그러다 오독오독 맘마를 맛있게 먹고 어슬렁어슬렁 화장실로 갔다가 화다닥 뛰어나오는 고등어와 눈이 딱 마주쳤다. 사람에게는 정말 예감이라는 것이 있나 보다. 왠지 그냥 느낌이 왔다. 지금 당장 고등어의 응가를 확인해봐야 한다는.


기쁘게도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고등어의 응가를 해부하는 순간 내 눈앞에 선명히 광채를 내며 보이는 하얀색 노끈. 두 녀석은 나눠먹지 않았다. 고등어가 혼자 독식했었다는 사실을 나는 눈으로 확인했다.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맨 끈은 녀석의 검은 털에 섞여서 함께 응가에 똘똘 뭉쳐있었다.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아래 사진을 보지 말아주세요>

얏호!!!!!!!!!!

그동안 차곡차곡 쌓이기만 했던 모든 걱정의 탑이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모유를 먹으며 일주일 동안 응가를 하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때만큼 응가의 존재가 감사하게 느껴지는 적이 있을까 싶었는데… 그날은 내게 또 찾아왔다. 얼마나 기쁘고 감사했던지 나는 응가가 더러운지도 모르고 끈을 젓가락에 든 채로 덩실덩실 춤을 췄다. 당장 남편을 불러다가 더럽지만 예쁘고 고마운 응가와 끈을 보여주며 함께 춤을 췄다.


세상에 이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냥이들이 우리 집 식구가 된 이후에 찾아온 가장 큰 안도와 기쁨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이들이 그저 몸 건강히 마음 건강히 만 자라주었으면 하는 모든 부모의 바램은 종종 다른 욕심이 더해지며 존재감이 바래지기도 한다. 그러다 그에 관련된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그동안 가졌던 온갖 욕심이 묵은 때를 벗기듯 우수수 떨어지며 다시 건강에 대한 바램만 남고는 한다.


오늘 나는 그렇게 다시 욕심이라는 묵은 때를 벗기고 소박하지만 절대 작은 바램이 아닌 것만 남겼다.

나의 아이들도, 우리 치즈와 고등어도 그저 몸 건강히, 마음 건강히 자라주었으면 하는 그런 바램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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