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찾겠다 꾀꼬리’는 내게 불가능한 영역
요즘 우리 아이들과 한참 빠져있는 놀이가 있다. 바로 ‘숨바꼭질’
‘꼭 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를 외치고 나는 숫자를 세기 시작한다. 대체로 스물까지 세는 편인데 그래야 4살인 2호도 여유롭게 숨을 곳을 찾을 수 있다.
내가 술래가 되어 아이들을 찾기 시작하면 꼭 유념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너무 금방 찾으면 안 된다는 것! 이걸 모르는 부모는 없을 것 같다. 때로는 눈앞에서 얼굴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엎드려 씰룩거리는 엉덩이를 보고 있으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쿡쿡 튀어나오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내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다. 나는 앞에 보이는 아이들이 절대로 보이지 않는다. 나는 아이들이 너무 잘 숨어버려서 찾을 수가 없다는 듯이 온 집안을 큰 소리로 외치며 찾아다녀야 한다. 그러고는 적당히 뜸을 들인 후 딱 맞는 순간에 할리우드 배우 뺨치듯 진짜 깜짝 놀란 연기를 펼치며 찾아내고 말아야 한다.
그리고 나면 바로 내 차례가 찾아온다. 술래가 아닌 나는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들을 피해 재빨리 하지만 재미도 놓칠 수 없는 곳을 찾아 숨어야 한다.
혹여라도 너무 금방 들키면 재미가 없으니 이 큰 몸을 차곡차곡 욱여넣어 식탁 밑으로, 문 뒤로, 때로는 소파 뒤로 숨어 들어간다. 덩치 큰 내가 숨을 곳은 각 방 문 뒤가 가장 편하다.
드디어 아이들이 숫자를 다 세고 나를 찾기 시작하면 적당한 때를 보며 동태를 살핀다. 그리고 대부분 나는 호기심 어린 동그란 눈을 가진 맹수인 듯 맹수 아닌 고양이 두 마리와 마주치곤 한다. 가끔은 둘 중 한 마리만 나를 보고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치즈와 고등어 둘이 꼭 함께다.
‘집사~ 뭐 하는 거냥? 뭐 재미있는 거 하냥? 무서운 건 아니냥?'
'내가 도와 줄까냥? 혹시 나랑 사냥 놀이 하고 싶냥?‘
걱정하는 듯 하기도, 같이 놀자고 신나 보이기도 하는 맹수 아닌 맹수 두 마리는 정확히 딱 내가 있는 곳을 그것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이러다간 아이들에게 너무 빨리 들킬까 싶어 ‘고등어야~ 치즈야~ 저리 가서 놀아~‘ 애타게 묵언의 손짓으로 간청해 보지만 냥이들은 마치 못 들은 척 한결같이 내가 있는 곳을 쳐다보고 있다. 하아…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소용이 없다.
그럼 다른 곳을 찾아볼까 싶어 다시 주위를 살피다 보면 이미 아이들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고양이들을 발견하고야 만다.
문 뒤로 가도, 소파 뒤에 숨어도, 식탁 밑으로 들어가도 마찬가지다. 고양이들은 결단코 나를 제일 먼저 찾아낸다. 맹수 아닌 맹수의 동물적인 감각을 어찌 피해 갈 수 있을쏘냐. 그냥 포기하는 게 답이다.
치즈와 고등어를 키우기 전에는 제법 숨바꼭질을 하면서 아이들을 놀래켜 꺄르르 웃음을 터트리게 만들 수 있었는데 지금은 도저히 불가능에 가깝다. 이 작은 맹수들은 심지어 배 까뒤집고 세상모르게 자다가도 내가 숨바꼭질을 하는지는 귀신같이 알아채고 돌진해 온다.
마치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파파라치처럼 내가 자신들의 영역 어디에 있는지 기어코 찾아와 아이들에게 들키곤 한다. 마치 아이들과 고양이가 한 편을 먹고 나랑 숨바꼭질을 하는 기분이다. 아직 어린아이들이라 일부러 꼭 져줘야만 하는데 고양이랑 편을 먹으니 일부러가 아니고 나는 정말 매번 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져 백 년까지 누리리라 - [하여가] 이방원
일부러 지지 못한들 어떠하리, 일부러 져준들 어떠하리
개구진 아이들, 고양이들 재미있다면
이 한 몸 잘했다고 셀프 궁디팡팡 해주리라
이방원의 시처럼 나도 한 번 읊어보며 숨바꼭질 하나 잘해보고 싶었던 쓰디쓴 내 마음을 달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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