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조제핀 비크 슈만(Clara Josephine Wieck Schumann, 1819-1896) 은 독일 출생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다. 우리에겐 슈만의 아내이자 브람스의 사랑을 받은 여성으로 기억된다. 클라라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났다. 나는 2012년 프랑스에 거주하는 동안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하이델베르크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 클라라 슈만에게 주목했다면, 여행지를 베를린과 라이프치히로 선택했을 것 같다. 클라라와 슈만의 향기를 조금이라도 느끼기 위해서.
독일 라이프치히에 슈만하우스라는 곳이 있다. 이곳에는 로베르트 슈만과 그의 아내 클라라 슈만의 이야기가 전시되어 있다. 어릴 적부터 천재였던 클라라는 피아노연주에 두각을 나타냈고, 실제로 어릴 적 피아노 연주를 콘서트장에서 열었다고 한다. 독일 남성 음악가들 사이에 여성으로서 로베르트의 아내대신 클라라 슈만으로서의 삶은 어땠을까? 슈만의 아내나 어머니가 아닌, 평생 콘서트 연주자로서 작곡가로서 지냈다면 어땠을지 그녀의 곡을 들을 때면 상상해보곤 한다.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갔던 그녀의 삶은 훨씬 가파르고 어려웠던 것 같다. 실제로 그녀는 여섯 아이의 엄마이자 정신질환을 앓아온 슈만의 아내로, 아이들을 책임지며 현생을 힘들게 살아왔던 음악가다. 우리 시대의 일명 워킹맘이다.
그녀는 생의 고단함과 외로움을 음악을 통해 스스로를 다독이지 않았을까.
C. Schuman 피아노 곡 중 제일 좋아하는 곳은 C. Schuman-Notturno in F Major Op.6-2이다. 연주는 선우예권 피아니스트로 선택한다. 이 음악은 듣는 동안 고요와 침묵의 순간을 맞이하여, 나를 클라라의 시간성으로 이끌어 준다. 아팠지만 묵묵했던 시간들. 우리가 걸어가서 맞이할 인생의 시간들을 클라라 슈만의 음악으로 안내해 준다. https://youtu.be/jk7VGfhlCuU?si=ix8IPt5qXk8qGHAY
클라라는 슈만과 브람스와의 삼각관계로도 언급된다. 클라라의 아버지는 슈만을 반대했지만, 슈만이 아버지와의 재판에서 이기게 되고, 클라라는 슈만과 결혼을 한다. 하지만 그와의 사랑도 평탄치 않았다. 슈만이 정신질환으로 정신병원을 오가게 되고, 결국 자살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그 둘 사이에 브람스가 있다. 브람스는 클라라를 사랑했고, 끝까지 그녀의 곁을 지키게 된다. 그러나 클라라는 그를 남자로서 곁을 주지 않는다. 슈만과 클라라는 아름답지만, 바래버린 그들의 사랑 후 음악으로 사랑의 증표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두 천재 음악가의 사랑의 기호(C.L.A.R.A)가 발견되기도 했던 <로베르트 슈만의 단풍 4번>을 들어보기로 하자.
남편 슈만이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클라라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연주여행을 떠나게 된다. 손이 컸다는 클라라는 10도를 넘나드는 옥타브 악절과 화음을 연주했다. 작곡가로서도 활동했던 그녀. 슈만에게 영감을 받아 3악장으로 구성된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하게 된다. 책 <피아노의 시간>에서 수잔 톰슨은 그녀를 이렇게 표현한다. '클라라의 피아노 협주곡인 마지막 악장인 폴로네즈는 쇼팽을 향한 또 다른 경의의 표현이다. '라고 말한다. 그녀는 피아노 협주곡도 작곡할 만큼 뛰어난 작곡 실력도 보여준 여성피아니스트이다. 피아노 협주곡 중에서는 우리가 익히 들어온 베토벤, 모차르트, 브람스 등의 협주곡들은 자주 연주된다. 그러나 클라라 슈만의 협주곡은 들어본 적이 거의 없을 것이다. 익숙하진 않아도 그녀가 작곡했던 협주의 선율을 들어보며 어떨까? https://youtu.be/k0Y1hrqcSLI?si=tz4i69AchS6TrnFb&t=390
19세기에 살던 남성위주의 시대에서 여성음악가로서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클라라의 여정이 좋다. 독일 여성으로서의 강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워킹맘으로서 현시대를 꿋꿋이 살아내기 위해 오늘도 나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클라라 비크의 음악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