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 같은 학교에서 동고동락했던 선생님들과 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 멤버의 구성은 초등교사, 사서교사, 상담교사다. 같은 학교 동료교사로 근무하다가 다른학교로 뿔뿔히 흩어지면서 그동안 우리는 자주 만나지 못했다. 오랫만에 만남이니, 이 귀한 시간에 뭘하면 좋을까 싶었다. 나는 불현듯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이 귀한 사람들과 함께 들어보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음악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텐데 이런 용기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건지 모르겠다. 친한 사람들과 함께 좋은 음악들을 나누고 싶고, 그게 클래식음악이었으면 싶은 내적 열망이 밑바닥에 스멀거린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만나니 모임 시간에 뭘하면 좋을까요?' '어디로 놀러갈까요?' 모임 단톡방에 운을 띄웠다. 그러다가 대뜸 "샘들 우리 클래식음악 들어볼래요? 각자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 하나씩 생각해서 같이 이야기 나눠봐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리고는 내가 장소도 물색하고, 준비를 좀 할테니 클래식 책 읽고 음악 듣는 시간듣는 '포레의 클래식 음악살롱'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했다. 모두 동의해주고 반겨줬다. 아마 내가 다 준비를 하겠다는 말에 조용히 따라와준것 같다. 독립된 공간에서 우리끼리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과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맛있는 음식먹으며 보내는 것도 힐링이란 생각이들었다. 스튜디오 실을 하나 빌리고 음식과 와인을 준비했다.
모임 날이 다가왔다. 나는 모임 샘들에게 알고 있는 클래식 음악 하나를 추천해 달라 부탁했다. 뭘 좋아하는지, 좋아하지 않지만 알고 있는 들어본 클래식 하나쯤은 있을 수 있으니 그들의 취향을 말해달라고.
클래식 음악과 함께 라면 얼마나 아름다운 시간들일까.
클래식 모임을 제안을 기쁘게 받아준 샘들이 고마웠다. 다행히 다들 관심들이 있는 모양.
"내가 자료는 준비해서 갈께요. 샘들은 참석해서 같이 이야기 나눠 주세요. "
우리의 <클래식 음악살롱> 이 시작됐다.
먼저 클래식 음악을 틀어 놓고, 와인 한잔을 나누었다. 대여한 공간에 음향 좋은 스피커와 엘피 플레이어 등의 영상기기들이 갖추어 있었다. 우리끼리 모이니 탭으로 화면을 띄워서 모임 음악감상을 시작했다.
와인으로 목을 축이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나와 한 선생님은 다른학교로 전보를 온 상태라 정말 오랫만에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학교안에서는 아이들 이야기를 주로 나누었다면, 학교 밖에서는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다.
2부 순서는 오늘의 모임 목적인 <클래식 음악과 감상> 이다. 사전에 세 분의 샘들이 골라온 곡들을 함께 들어보기로 했다. 모두 동일하게 '피아노'연주곡을 선택해오셨다. 그만큼 피아노라는 악기가 우리에겐 대중적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클래식음악 하면 떠올릴만한 작곡가들을 골라오셨다. 쇼팽, 라흐마니노프,드비쉬 등 클래식의 계보에 따라 작곡가와 추천곡을 정리하여 둔 자료들을 나눠가졌다.
폴란드 출신 쇼팽 왈츠 3번 op.34 no.2, 러시아 출신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 프랑스 작곡가 드비쉬의 '달빛' 함께 음악을 듣고 자신이 고르게 된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음악을 듣고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지만, 그 음악을 고르는 나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가 술술 나오기 시작했다. 쇼팽의 왈츠 2번을 고른 샘은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자신의 옛날 추억이 떠오른다고 했다. 나도 이야기를 듣다보디,더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곡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곡을 써준 쇼팽에게 고맙기도 했다. https://youtu.be/v_yHto4NsLc?si=9MsuJUTYfHC2O0Ss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을 고른 샘은 영화 속 어딘가에서 들었던 곡이라고 했다. 처음 쾅쾅 울려대는 피아노 협주곡의 시작이 마음을 웅장하게도 하고 러시아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나도 이런 점은 공감을 했고, 주위 샘들도 너무나 유명하고 연주가 많이 되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는 평가를 해주었다.
https://youtu.be/9FoNa4l7Trc?si=Xl1pq9Kg-WYUlcLh
드비쉬의 달빛을 골라오신 샘은 학교생활을 새로 시작하는 새내기 샘이었다. 달빛에 비친 피아노 선율을 어딘가에서 듣고 정말 곱고 이뻐서 골라왔다고 했다. 드비쉬의 달빛은 영화 그린파파야의 향기에 등장하는 선율이라 나도 엄청 좋아하는 곡인데, 만나서 반가웠다. 달빛을 들을 때의 있었던 에피소드도 들려주고, 서로의 이야기를 음악에 담아 나누게 되니, 진솔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https://youtu.be/97_VJve7UVc?si=nYNc4POHYe26aGOp
나는 포레의 무언가를 골랐다. 닉네임으로 쓰는 포레의 사연 이야기도 설명하게 되었다. 프랑스에 있을 때 우연히 듣게 된 프랑스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의 이름을 따서 만든 에피소드를 나누면서, 로망스의 한 조각을 나누게 되었다. 선생님들은 내가 클래식음악을 어떻게 좋아하고 입문하게 되었는지 궁금해 했다. 다른 사람들이 흔히 듣지 않는 취미 생활이 신기하다고 하셨다. 어릴 때 피아노를 전공하고 싶었고, 그 꿈이 꺽여버린 내밀한 말도 하게 되었다. 무언가는 무척 사랑스러운 곡이지만, 포레의 진혼곡 (레퀴엠)도 대표곡이니 들어보시라고 권하기도 하였다.
https://youtu.be/45CdhbiM1j4?si=qTTsipJJg1B3lT-F
만남을 가지면서, 음악은 가락으로 만든 이야기이고, 음악으로 부터 우리 내면에 있는 이야기들을 끌어낸다는 것을 느낄 수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말해 준 선생님들과의 시간이 소중했고, 시간이 가버리는 게 너무 아쉬웠다. 모임 포스터에 감동해주고, 자신의 이야기도 맘껏 들려준 고마운 샘들. '각자가 선택한 노래에 대한 배경과 같은 노래를 피아니스트마다 다르게 해석하고 표현한것들을 들을 수 있어서 귀가 행복했다. " 는 후기를 통해 메신저로서의 나도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