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5번과 엘가의 첼로 협주곡
2월 22일 개봉한 영화 <타르>Tár 를 봤다.
최근에는 극장가는 일은 거의 없고, ott 서비스를 주로 이용한다. 짬짬이 시간안에 바로 볼 수 있기에 극장을 선호했던 바가 달라진다. 퀴어영화요소가 가미되었지만, 그런 부분보다는 음악과 지휘자로서의 리디아만 눈에 들어왔다. 여성지휘자의 이야기 라는 말만 듣고, 개봉날 보러갔다. 나 포함 6명이 조용히 본 영화 <타르>.
케이트 블란쳇이 리디아 타르 역을 맡았는데, 영화<캐롤>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던 기억이 남아있다. 이 영화도 '퀴어영화'라는 공통점도 있고, 무엇보다 지휘자의 고뇌와 무너져가는 음악가로서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리디아 타르는 베를린 필의 최초 여성 지휘자라는 설정으로 나온다. 카리스마있는 지휘자, 음악가, 작곡가로서의 리디아는 타이트한 삶속에서 자신을 갉아먹는 인물이다. 그녀는 심리적인 우울과 소리에 대한 강박을 겪는다. 세밀한 소리에도 환청처럼 귀를 기울이고 예민하다.강박이 되어 불면의 밤을 보낸다.
영화 속 장면에서 그녀가 인터뷰하는 장면이 있다. 거기에서 언급한 말이다.
Time is the thing (시간은 중요하다)
Time is the essential piece of interpretation (시간은 해석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You cannnot start without me (당신은 나없이 시작할 수 없다)
I start the clock (나는 시간을 시작한다)
이 시간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의 시간이며 지휘자로 인해 시작을 알린다.
말러 5번 교향곡과 엘가 첼로 협주곡
얼마 전에 들었던 연주프로그램 엘가 첼로 협주곡이 영화에 나와서 반가웠다. 사운드가 집에서가 아닌 극장에서 들으니 서라운드가 명확하고 웅장하게 들려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곡을 연습할 때 리디아는 젊은 첼리스트의 동영상을 보며 그녀를 솔리스트로 세운다. 그때 등장하는 곡은 엘가의 첼로 협주곡이다.
자크레 뒤 프레 이야기도 대사에 언급되고, 지안 왕이 들려주던 엘가의 곡이 생각났다.
꾸준히 듣고 아는 곡들은 영화 내에서 복기 될 수 있다는게 좋았다. 다행히 말러 5번과 엘가의 첼로 협주곡은 들었던 곡이라 이해하기 쉬웠다.
158분의 러닝타임은 길지 않나. 케이트 블란쳇이 아니였다면 극장에서 그냥 보다가 나올 뻔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너무 지루하게 끌고 간것 같아 아쉽다. 만일 음악영화를 만들거라면 좀 더 공을 들여서 악장과 지휘자의 면모를 더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아님 지휘자의 지휘모습을 좀 더 많이 보여 주던가. 실화로 다룬 동영상 을 찾아보니, <다큐멘터리 더 컨덕터-메린 올솝>가 있다.
애매한 음악영화? 아님 지휘자의 삶이 무너지는 모습 말고 다양한 음악으로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긴 영화시간에 비해 즐길거리는 좀 덜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휘자를 다루는 음악영화도 드문데, 그 중에서 여성 지휘자를 전면에 내세워서 다루는 영화라니. 주인공을 맡은 연기자가 잘 끌어내지 않았다면 글쎄. 산으로 갈 수 있었을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르>는 클래식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볼만한 영화로 손색이 없다. 케이트 블란쳇이 우리들의 지휘자로 나섰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