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의 오래된 로망.. 그리고 이벤트
나는 레슬리에 대한 여러 가지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 몇은 꽤 원대한 것이었고, 남은 몇은 운이 좋다면 이루어질 수도 있는 것이었으며, 나머지는 남이 들을까 두려울 정도로 찌질하고 별 볼 일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로망들은 레슬리가 세상을 뜨면서 나조차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아련하고도 먼, 그야말로 잊혀진 기억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인생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오래도록 품어왔으나 끝내는 잊어버리고 만 로망 하나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게 될 참이니 말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부산영화제이다.
1996년에 처음 개최된 이래, 나는 매해 레슬리가 부산영화제를 찾기를 바랐다. 그래서 프레스 목걸이를 척 걸고서 그와 부산에서 만날 수 있기를 혼자 꿈꿨다. 내가 아무것도 이룬 것 없는 학생일 때부터 막연히 바랐던 꿈이었다.
그리고 99년 레슬리와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한 뒤에는 그 꿈이 좀 더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그를 만나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눈을 마주 보며 "Leslie, do you remember me?"라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레슬리는 부산영화제와 연이 닿지 않았다. 양조위가 다녀가고 장만옥이 다녀갈 때마다 내심 서운했지만, 다음 해에는 꼭 레슬리의 모습도 볼 수 있기를 바라곤 했다.
그리고 올해 가을, 그 오래된 로망이 이루어지게 될 것 같다.
부산영화제 커뮤니티 비프(Community BIFF)의 '리스펙트 시네마'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장국영의 결정적 순간>을 함께 기획하게 된 것이다.
연기파 배우로서의 결정적 순간,
악역에 도전한 결정적 순간,
감독에 도전한 결정적 순간..
이렇게 세 가지 순간을 스크린에서 만나게 될 것을 꿈꾸면서 기획한 프로그램이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비정전>을
가장 가슴 아픈 작품이라 생각하는 <창왕>을
그리고 감독 장국영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했던 <연비연멸>을 많은 분들과 함께 보고 싶었다.
하지만 모두 아시는대로 아쉽게도 <연비연멸>은 끝내 상영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RTHK에서는 흔쾌히 응했으나, 3rd party 저작권이 마지막까지 해결되지 못했다.
자막 번역까지 모두 마쳐놓고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렸지만..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스크린에서 보고 싶었던 작품이건만.. 아쉽게도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불발이 최종 결정된 날 잠을 제대로 못 이뤘을 정도로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이번에는 또 새로운 꿈을 꾸어본다.
언젠가는 <연비연멸>이 스크린에 오르는 것을 보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부산영화제 커뮤니티 비프(Community BIFF)의 '리스펙트 시네마'를 통해
레슬리의 작품들을 함께 모여 감상할 수 있는 기획전 <장국영의 결정적 순간>이 개최됩니다.
특히 10월 24일 토요일은 롯데시네마 대영에서 온종일 레슬리의 작품이 상영됩니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인데도 시간표를 보니 이게 도대체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 가슴이 벅찹니다.
24일에 상영되는 세 작품 모두 토크 프로그램도 진행된다고 하네요 :)
내일 오후 2시부터 예매가 시작되니, 지금부터 단디 준비하시고 예매에 동참하세요!
■ 아비정전
- 10월 22일 19:15 롯데시네마 대영 5관
- 10월 24일 10:30 롯데시네마 대영 6관 (+토크 프로그램)
■ 창왕
- 10월 23일 19:15 롯데시네마 대영 6관
- 10월 24일 19:30 롯데시네마 대영 6관 (+토크 프로그램)
■ 부에노스아이레스 제로 디그리
- 10월 24일 14:30 롯데시네마 대영 3관
'장국영의 결정적 순간'의 상영작인 <아비정전>과 <창왕>의 예매 인증을 해주시는 분 중 두 분을 선정하여 오는 10월 16일에 발매될 예정인 <Revisit> 앨범을 선물로 드립니다.
* 참여기간 : 10월 15일 ~ 10월 18일
* 참여방법 : 제 이메일(changmadam@gmail.com)로 인증샷을 보내주세요.
* 주의사항
- 영화와 상영시간, 좌석이 모두 표시되도록 보내주셔야 합니다. (중복 표는 선정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 이메일의 말머리는 [장국영의 결정적 순간]으로 작성해주세요.
- 10월 16일 발매 예정이라, 직구 후 우편으로 발송해 드리겠습니다.
우리, 부산에서 만나요!
그리고 만나면 반갑게 인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