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미쳤다고도 하더라고요
드디어!!! 해외유학휴직을 내었다 (월급의 반을 주는 케이스도 있다던데 현재 재직하고 있는 회사는 무급이다. 나는 휴직을 받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작년에 이 회사에 입사할 때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은 생각을 못했는데. 유학휴직계를 내고 나니 이 휴직계를 내기 위해 고민하고 머리 싸매던 시간들이 너무 어이없게 느껴지면서 나의 성격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남편과 이야기해서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1년 유학을 가기로 결정한 후, 아이들을 데려가더라도 학위를 따게 되면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그냥 퇴사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유학 휴직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주변에 케이스는 없지만 써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사실 휴직이라는 게, 회사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니 지난 15년 이상을 회사에 거스르지? 않고 살아온 나로서는 고민되는 일이었다. 휴가조차 반기지 않는 팀 분위기에서는 더욱더 그랬다. 글로는 그냥 ‘유학 휴직계를 내었다’로 끝나는데, 내가 이 휴직을 위해 고민한 세월을 생각을 하면, 고민하느라 아슬아슬하게 last minute에 낸 생각을 하면, 어이가 없을 정도이다. 어느 정도 냐면 선배가 ‘너 아직도 그것 때문에 고민해?’라고 말할 정도였다.
*우선 팀장님/그리고 상무님한테 말하는 게 나는 너무 힘이 들었다. 전형적인 한국의 직장인으로서 윗사람이 안 좋아할 것 같은 얘기를 하려니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리플레이를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팀장님은 해외 파견 후 본사에 관심이 없어져서 (뭐 1년을 휴직하고 나면 퇴사할 거잖아요? 이런 얘기는 들었다) 생각보다 심플하게 끝났다. 상무님은 나의 예상과 다르게 너무나 가정적인 분이어서, 우리 가족과 아이들의 상황을 들으시고는 우선 휴직을 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직을 해보라고 말씀해 주셨다. 나에게 ‘무조건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얘기를 직장 생활하면서 처음 들어봤다.
*그리고 스스로 혼자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 얼마나 신경을 많이 썼는지. 솔직히 나의 일이고, 조용히 휴직하면 될 일이고, 주변사람들도 본인에 일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데.. 이번에 내가 인정중독이라고 스스로 인정하고, 김주환 교수님의 ‘인정중독에서 빠져나오는 법’을 반복해서 듣고 있다.
*구두로 팀장님/상무님과 협의를 하고, 서류를 내러 지원부서에 갈 때도 그쪽이 어떤 반응일까 고민하는 나 자신을 보다가 그냥 어이가 없어져 버렸다. Conflict와 불편한 상황을 피하는 나의 습관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정말 도가 지나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심지어 내 가족보다 남의 반응을 더 걱정하는 나. 그 남과의 conflict를 피하기 위해서 뭐든 하려는 나. 도대체 왜 이렇게 생겨 먹은 건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아니 회사생활 이 정도 짬밥이면, 요새 웹소설에 보면 야무진 주인공들도 많은데 말이다 - 아 그것도 일종의 판타지였다보다.
회사에서 불편한 일들은 예전에도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더 솔직하게, 대놓고, 그리고 결정을 했으면 갈팡질팡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았다면 더 간단하게 그리고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를 하지 않을 수 있었던 케이스들이었다. 이번에도 정말 나의 쓸데없는 에너지를 여기에 얼마나 많이 소모했는지.. (머릿속에서 리플레이를 100번은 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다음에는 조금 더 효율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이거나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수고했고, 우리 더 발전하자. 마흔에도 발전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