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킹맘의 성장일기 Aug 23. 2023

시애틀 여행 사진을 정리하며  

처음으로 떠난 3주간의 여행에서 가족간의 대화를 하다  

합병된 회사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뭉뚱그려진, 그리고 거진 개점휴업인 상태에서 휴가를 그냥 3주를 (!!) 내고 가족들이랑 여행을 갔다 왔다. 사실 회사가 지속적으로 존속해 있었으면 실적인 코앞인 7월에 그렇게 오래 자리를 비우기도 힘들 뿐 아니라 - 이렇게 오래 휴가를 써본 적은 16년 일하는 동안 처음이었다, 만약에 간다고 해도 여행 다니는 도중에 리퀘스트니, 주가니 신경 쓸 일이 많았겠지만 개점휴업인 상태라 일도 많이 없었어서 가족들에게 집중해서 다닐 수 있었다. 


합병 이후에 나에 대한 처분을 그냥 기다리고 만 있다는 사실, 누군가를 만나면 헤어질 말미에 꼭 자리 있으면 알려달라고 부탁하는 나 자신, 메시지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찌질한 나를 보다가 여행사진을 한번 정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도 좋았고, 아이들도 행복해했고, 남편과 대화도 할 수 있었던 (그렇다고 사이가 극적으로 좋아진 건 아니다) 여행 사진들을 한번 보고 정리해 보고 싶었다. 


나는 사진을 그냥 대충 찍는 편이다. 아이 둘을 키우는데도 사진에 관심이 없어서 아이들이 예쁘게 나온 사진들은 죄다 동생이나 양가 부모님들이 찍어주신 사진이다. 그래도 풍경이 너무 좋았어서 정리하면서 나름 마음이 몽글몽글 해졌다. 그리고 그 당시에 내가 깨달았던 것들도 다시금 기억해 보았다. 


1. 가족 간의 대화는 중요하다. 여행을 다니면서 보니, 회사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이 상황에서는, 대부분 나에게 돈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들에서만 연락이 왔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사실 가족이란 정말 중요한데, 가족이 대화가 잘 되고 문제가 없으면 삶이 훨씬 윤택해질 텐데, 내가 바쁘다는 이유로 가족 간의 (라고 하지만 대부분 남편과의) 대화에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앞으로의 우리 가족의 방향성에 대해서 지난 몇 년 동안 근심하던 문제가 있었는데, 그 부분이 사실 그렇게 까지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남편이랑 이야기하면서 처음으로 알았다. 솔직히 엄청 황당했다. 남편과의 소통의 부재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늘 스스로를 위로했고, 다른 회사 동료나 친구들이랑 잘 지내면서 즐겁게 지내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엄청난 시간적인 그리고 정신적인 비용이 든 셈이었다


2. 나의 현재의 모습은 내가 바뀌어야지 바뀐다. 환경이 엄청나게 바뀌기 때문에 나의 행동들도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좋은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나, 피곤하다고 생각하면 다 놓아버리는, 너무나 열이 받으면 아이들에게 목소리 톤이 올라가는 나는 변화하지 않았다. 반대로 말하면 내가 한국에 있었어도 충분히 바꿀 수 있는 것들이었다.


3.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3주간을 있다 보니 가족 간의 다양한 상황들과 맞닥뜨리면서 느낀 것은 걱정과 희망 혹은 기대라는 탈을 쓴 망상으로 인해서 나도 힘들게 할 수 있고, 아이들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도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 내가 세웠던 많은 계획이라는 게 얼마나 가치가 작아질 수 있는지 - 신수정 부사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계획보다는 어떤 상황이 와도 내가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겨낼 수 있도록 나 자신을 단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다. 


사진을 정리하며 그때 느낀 것들을 기억하며 기분의 방향을 바꾸어 본다. 시애틀에 도착해서 시작한 여행은 밴쿠버를 찍고 다시 시애틀로 돌아오면서 마무리를 했다. 날씨랑 자연환경이 너무 좋았던 그 풍경들을 기억하며. 

시애틀에 도착해서 처음 갔던 베인브리지 아일랜드; 아기자기한 예쁜 마을이었다 
스페이스 니들에서 찍은 전경 사진
밴쿠버 가는 길에 들렸던 디셉션 패스 국립공원 ; 자연경관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밴쿠버에서 갔었던 스탠리 파크 ; 아이들이 정말로 좋아했었다 
시애틀에서 남편의 동생 가족들이랑 같이 갔었던 야구장 
워싱턴 대학교의 해리포터 영화의 배경이 되었다던 수잘로 도서관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레이니어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