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나고 나의 마미 프렌즈들은 하나하나 늘었다. 운이 좋게도 내 어메이징 프렌드 자스민을 만났고 그녀를 통해 내가 가진 영국인에 대한 편견을 조금 덜어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가 학교를 다니며 시작되었다. 동방예의지국에서 나고 자라며 나는 인사에 대한 엄격한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짧은 인생 경험과 데이터 상, 먼저 웃으며 인사하면 좋은 인상을 준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나에게 좋은 방향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했다. 그런데 이 데이터에 오류가 생겼다. 이 마미 그룹을 만나면서 말이다. 신기한 건 그런 엄마들이 싸악 뭉쳐있다. 끼리끼리 유유상종은 만국공통 진리이구나. 모두 다 그렇진 않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할지언정, 대부분은 아주 친절하고 나의 문화에 대해 궁금해해 준다. 문제는, 나름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영국 백인 엄마들 무리이다. 신기하게도 그녀들은 같은 중고등학교를 나왔다고 한다. 보딩스쿨 문제인가.
언제가도 좋은 V&A, 가끔은 사람보다 물건이 나을때도... 쿨럭
얘두라 엄마한테 인사하라고 안 배웠니?
아이들 파티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나에게 직역하자면 ‘너는 누구를 담당하고 있니?’라고 물었다. 돌려 말해 너 누구 내니냔 말이다. 황당하지만 첫 만남이니 ‘어, 나 지수 엄마야’라고 답했다. 그 이후 우리는 길에서 종종 마주쳤다. 당연히 우리 인사를 나누었으니 ‘하이’, ‘굿모닝’은 못해도 눈인사 정도는 해야 예의 아니겠는가. 그래서 몇 번은 나. 혼. 자 인사하는 이상한 상황이 이어졌다. 나는 엄마한테 길을 가다 아는 사람을 만나면 인사하라고 배웠는데 너는 안 배웠니?라고 말하고 싶었다.(실제로 그녀의 엄마를 만나보았는데, 그녀와 또옥 같았다. 이래서 가정교육이 중요한거다.) 그래 아이 없이 길에서 마주치니 헷갈릴 수 있겠지. 얼마 후 교회에서 마주쳤다. 그녀의 딸은 우리 꼬마에게 안녕!하며 반갑게 인사했고 바로 옆에 서있던 나도 안녕하고 인사했다. 근데 이 여자 눈에는 내가 안 보였나 보다. 그리고 얼마 후, 공원에 모여 생일 파티를 하던 날 옆에 있던 그녀의 친구가 나를 그녀에게 소개해 줬다. ‘이쪽은 지수 엄마야, 루씨 인사해’. 그랬더니 그녀는 활짝 웃으며 처음 만난다는 듯이 ‘응 나는 루씨야’하고 인사했다. 이쯤 돼서 의심되는 상황은 그녀는 장님이거나, 안면인식 장애가 있단 거다. 하지만 그럴 리 있겠나. 내 영국 살이도 10년째다. 그 정도 눈치는 있다. 이쯤 되면 나의 포지션도 결정이 되어야겠지. ‘응, 그래’라고 답하고 돌아서 가버렸다. 그 이후 우리는 서로에게 없는 존재가 되었다. 내 친구 자스민에게 이야기했더니 ‘레이시즘’이란 단어가 튀어나왔다. 나보다 더 격하게 반응해 줘 고마워. 예전 같았으면 부르르 떨었을 만한 일도 무시할 수 있는 굳은살을 만들어준 시간과 경험이 참으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