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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little cabinet Nov 24. 2023

제약회사 사장의 컬렉션

Wellcome Collection

런던에서 많은 컬렉션들을 만나고 놀라는 경험을 해왔지만 또 한  감탄스러웠던 공간 바로 Wellcome Collection이다. Euston역에서 내려 학교까지 가는 길에 위치해서 오매가매 참 많이 지나다녔지만, 대쪽 같은 취향 때문에 절대 들어가 보지 않았다. 그러다 교수님과 같이 학교 근처 뮤지엄들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발견한 두 뮤지엄중 하나이다.(하나는 Hunterian Museum인데 이 뮤지엄도 할 말이 많으니 아껴두자.) 그날의 충격이란. 게다가 Reading Room공간은 그냥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사람을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공간이다. 그 후론 학교 도서관 대신 이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예쁜 거에 목메고, 기분으로 공부하는 스타일. 런던에서 어떤 뮤지엄을 둘러봐야 하냐고 사람들이 물을 때, 꼭 추천하는 곳 중 하나이다.

그래서 여기에 뭐가 있냐?! 인간이란 종, 사람의 몸, 사람이 걸릴 수 있는 각종 병, 그걸 치료하기 위해 연구하고 발전했던 의학기 기술과 약 등에 관련된 어마어마한 컬렉션이 모여있다.


미국에서 태어나 약을 공부하고 제약회사에 다니던  Henry Welcome은 사업을 시작했고, 사업 확장을 위해 영국으로 건너왔다. 그리고 친구와 함께 제약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한다. 이때 이 사람이 처음 만든 게 바로 알약 Tablet이다. 가루약 형태의 약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게 만들면서, 또 영국에서 처음 인슐린을 개발하면서 어마어마한 부를 축척하게 된다. 마침 또 이 사람의 취미는 수집이었다(사업가들 중에 유독 수집이 취미인 사람들이 많은 건 우연일까?).


 사업의 규모가 글로벌하게 커지고 업무차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의학과 관련된 사료들 중 문화적이고 인류학적인 것을 모으기 시작한다. 사업이 성장하면서 컬렉션도 같이 성장하게 되는데 전 세계에서 모은 책과 물건들이 런던 사무실에 쌓였다고. 당시 모았던 컬렉션의 개수가 백오십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1932년, Euston  Road에 있는 건물을 구입해 리서치와 연구소를 설립한다. 그리고 그 옆에 작게 약의 역사에 대한 것을 소개하는 뮤지엄 공간을 만든 것이 Wellcome Collection의 시초이다. 이 건물을 세우고 몇 년 지나지 않아 그는 사망하게 되는데 그는 유언장에 자선 활동을 위한 막대한 자본을 남겼고, 사후에도 이 수집품들이 교육적 자료로 활용되도록 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이것이 지금의 Wellcome Trust이다.

 Wellcome Collection 도 이 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컬렉션이 너무 많아서 초기 컬렉션의 극히 일부만 Wellcome Collection에 소장 전시되고 있고, 나머지는  Science Museum에서 관리하고 있다. 해서 Science Museum의 전시나 혹은 런던의 여러 기획전시 등에서 종종 Wellcome Trust 소장품을 볼 수 있다. 알고 보면 정말 많이 보인다. 어마어마한 컬렉션이다.  


소장품은 정말 재미있다. 고대부터 어떻게 사람을 치료해 왔는지를 볼 수 있는 자료들도 있고. 지금 보면 참 무지했던 과거의 과학 실험들도 있고, 내가 사용하고 있는 약 혹은 물건이 이렇게 오래전에 발명된 거였구나 하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소장품 하나하나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국 관련 자료도 있는데 한의학, 홍삼 등에 관한 고전 의학 서적이나, 한국 전쟁 당시 군인들에게 처방되었던 처방전 등을 모아 놨다.  


2022년에는 한 차례 이슈가 있기도 했다. ‘The Medicine Man Gallery’라는 소장품 갤러리가 백인과 유색인종간의 과거 이미지를 고착시키는 우려가 있다며 갤러리 자체를 폐쇄해 버렸다.  인종차별이라는 이슈에서는 꾀나 날카로운 영국. 차별이 많은 사회이지만, 또 공개적으로 차별하면 큰일 나는 분위기가 그저 신기할 뿐이다. 아주 오래전 너무 다른 사회적 분위기 속. 게다가 백인 개인 남성에 의해 완성된 컬렉션이다 보니 그럴 만도 하다. 과감하게 갤러리를 닫아버린 Trust의 결정이 멋지다. 최근 전시 중인 ‘The cult of Beauty’에서도 이런 논란을 희석시키려는 부단한 노력이 느껴졌다. 전시는 너무 재미있다. 인종에 대한 평등을 강조하려다 보니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지는 작품들도 있었지만. 아무튼 런던에서 놓치지 말고 보아야할 컬렉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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