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을 네 번이나 다녀왔다. 회사에는 반차를 연달아 냈고, 잠을 이루지 못한 밤이 한 달이나 이어졌다. 속 쓰림에 시달리며 새벽마다 울었고, 공복에 약을 삼키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속이 비어 있으면 더 아픈데, 그렇다고 무언가를 먹으면 더 쓰려왔다. 무엇을 해도 해결되지 않는 듯한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결국 병원에서 진정제 수액을 맞고 나서야 오랜만에 새벽에도 깨지 않고 푹 잘 수 있었다. 평범한 일이 나에게는 선물처럼 느껴졌다. 아픔 없이 온전히 잠을 자는 것, 그것이 이렇게 감사한 일이었다니, 몸이 편안하니 마음도 조금 가라앉았다.
아프고 나서 이제야 생각해 본다. 이렇게 몸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들을 외면한 채 살아왔구나. 어쩌면 아프지 않을 거라고, 나는 늘 괜찮을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건 아닐까, 그 안일한 생각이 결국 무너지고야 말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신체는 낡아가고, 무리한 시간들은 고스란히 흔적을 남겼다.
"늙으려고 준비하는 과정이다." 어디선가 읽었던 문장인데 정확히 어디서 보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돈다. 늙음에도 준비가 필요하다니, 사십 대 후반인 나는 이제껏 한 번도 늙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어려서 성장하는 법을 배우고, 꿈을 꾸며 미래를 준비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늙는 법'을 배우지는 않아서일까? 늙는 것은 그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늙어간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면서도 결코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는 변화였다. 몸과 마음 나의 신체는 예전처럼 회복도 더디고, 조금만 무리를 해도 피로가 쌓인다. 감정도 예전과 같지 않다. 젊었을 때는 견딜 수 있던 일들이 이제는 더 크게 다가오고, 작은 불안도 쉽게 가시지 않았다. 늙는다는 것은 준비해야 하는 일이 맞는 거 같다. 무작정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을 돌면서 다가올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건강을 되찾기 위해 잠시 멈춰야 하고, 진정제 수액 여러 병에 의지해야 하며, 때로는 아프다고 인정하고 약을 먹는 연습도 해야 한다.
모든 것이 늙음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면, 나는 이제 막 그 첫걸음을 뗀 것일지도 모른다.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작은 아픔도 외면하지 않는 연습, 나에게 더 잘해주는 것, 그리고 나 자신을 이해해 가는 과정으로 어쩌면 나의 늙음은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두렵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나는 지금, 나를 돌보는 법을 배우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