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두 시 즈음 따스한 햇살이 느긋하게 감싸안는 시간에 며칠 전부터 아껴두었던 커피 쿠폰도 사용할 겸 좋아하는 아메리카노를 텀블러에 담아서 돌아오려는 가벼운 외출이었다. 특별한 계획 없이 보내는 날에는 일부러라도 동네를 돌아서 들어오곤 하는데, 동네 골목에 시선을 끄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화분과 씨앗을 가득 실은 꽃 트럭 한 대가 멈춰 있었다. 트럭 위에는 색색의 꽃들과 알록달록한 화분들이 빼곡히 놓여 있었다. 작은 화훼 마켓이라도 열린 듯, 많은 사람들이 트럭 주변에 모여 꽃을 고르고 있었다.
나도 자연스레 발걸음을 멈추고 꽃을 살 계획은 없었지만 트럭과 바닥에 가득 채운 생기로운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꽃향기가 은은하게 번져왔다. 라벤더, 튤립 이름 모를 다양한 꽃들 사이로 들국화와 수레국화가 눈에 띄었다. 작고 소박한 들국화꽃은 따스해 보였다. 하얀 꽃잎과 노란 중심이 만들어내는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맑게 해 주었다.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꽃은 인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보라색 수레국화는 짙은 색감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눈길이 가는 꽃이어서 가까이 다가가 한참을 바라보았다.
예전에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나이가 들면 꽃이 그렇게 예뻐 보이더라"는 말을 들었을 땐 고개만 끄덕였는데, 그때는 그저 나와는 먼 이야기 같아서 흘러들었는데, 마흔 중반이 된 지금 문득문득 그 말을 떠올린다. 그리고 인정하게 된다. 나도 꽃을 좋아하는 시절을 지나고 있다는 것을. 나이 들수록 마음이 계절처럼 변해간다는 걸 누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깨닫는다. 살아온 날들이 쌓이면서, 마음속에도 선명한 색의 꽃을 좋아하게 되는 계절이 찾아오는 것 같다. 모든 나를 다 품은 채 살아가는 지금, 짙은 색감의 꽃을 좋아하게 된 이 시절은 어느 일요일의 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