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강인함을 믿으며

by 박수진


아빠가 돌아가신 후, 엄마는 자궁근종으로 인해 자궁 적출 수술을 받으셨다. 사실 엄마도 아프셨지만, 아빠가 병과 싸우는 동안 엄마는 자신의 몸보다 아빠를 더 걱정하며 수술을 미루셨다. 엄마가 아빠에게 얼마나 의지가 되었는지 알고 있었기에, 그 헌신이 사랑이자 희생임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의 수술 기간 동안 나는 울산에서 생활했다. 남편의 배려 덕분이었다. "김서방한테 미안하다"라며 엄마는 연신 면목 없다는 말을 하셨지만, 나는 그런 엄마가 오히려 안쓰러웠다. 자식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엄마인데, 왜 이렇게 미안해하실까 싶었다. 엄마를 간병하면서 병실에 함께 머무는 동안 나는 엄마가 얼마나 나를 위해 살아오셨는지를 다시금 깨달았다.


울산의 보람병원은 크기가 작은 병원이어서 간호 병동이 따로 없었다. 간병인이 없으니 엄마를 간병하는 건 온전히 내 몫이었다. 나는 엄마 곁에서 음식을 챙기고 상태를 살피며 엄마의 말을 들어 드렸다. 엄마는 "내가 널 낳고 이렇게 귀찮게만 한다"라며 다시 한번 미안하다고 하셨지만, 나는 단호히 말했다. "엄마, 저를 낳아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해요. 미안해하지 마세요."


엄마는 수술 후 건강을 회복하는 듯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건강 문제가 찾아왔다. 이번엔 부비동 쪽에 이상이 생겼고, 대학병원에서 전신마취로 수술을 앞두고 계신다. 엄마는 전신마취가 무섭다며, 또다시 걱정을 쏟아내셨다. 나는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엄마, 잘 되실 거예요. 지금까지 어려운 수술도 다 이겨내셨잖아요"라고 말했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불안이 스며들었다.


사실 엄마는 내가 어릴 때부터 병원과 인연이 깊으셨다. 엄마는 의자에 발만 부딪혀도 뼈가 부러질 정도로 골밀도가 약하셨다. 병원 생활을 오래 하시던 엄마를 보며 자란 나는 엄마의 몸이 얼마나 연약한지 잘 알고 있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땐 슬픔에 우셨던 엄마가 결국 두통으로 고생하다가 뇌 대동맥류가 발견되어서 큰 수술까지 받으셨다. 그런 엄마가 내게 얼마나 큰 걱정의 대상인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새삼 느꼈다.


엄마는 늘 이겨내셨다. 약한 몸을 가지고도, 크고 작은 수술들을 견디고 버텨 내셨다. 그래서 이번에도 잘 해내실 거라고 믿는다. 물론 걱정이 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엄마를 간병하며 지켜보는 딸의 마음은 단 한 가지다. 엄마가 아프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것, 하루빨리 예전처럼 건강하고 평온한 일상을 되찾으셨으면 한다는 것.


엄마를 바라보며 나는 자주 생각한다. 인생이란 누구에게나 고난이 찾아오는 여정이고, 그 여정을 버텨 내는 힘은 결국 사랑에서 온다는 것을. 엄마는 아빠를 위해, 그리고 자식을 위해 늘 자신의 아픔을 미뤄 두셨다. 이제는 내가 엄마의 곁을 지키며 그 사랑을 되돌려드릴 차례다.


엄마는 종종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아들과 딸을 참 잘 뒀다." 하지만 엄마야말로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분이다. 앞으로도 엄마가 건강을 되찾으실 수 있도록 나는 최선을 다해 곁을 지킬 것이다. 엄마가 나에게 해주셨던 것처럼, 나도 엄마를 위해 기도하며 용기를 불어넣어 드리고 싶다.


이번 수술도 잘 이겨 내실 거라고 믿는다. 엄마는 누구보다 강한 분이니까. 그리고 그 강인함은 내가 본받고 싶고, 나 역시 엄마에게 줄 수 있는 힘으로 남고 싶다. 우리 엄마, 정말 잘 해내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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