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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행복

by 박수진


아침 창문을 열자마자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감쌌다.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공기는 더 투명했고, 햇살은 부드럽게 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세상 속에서 이런 맑은 아침은 그 자체로 선물처럼 느껴진다. 주전자에서 물이 끓는 소리를 들으며 좋아하는 찻잔에 홍차 티를 채우고, 따뜻한 잔을 손에 쥐고 창밖 풍경을 바라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하고 조용한 아침 소박한 순간들이 내겐 큰 위로가 된다.


이런 시간을 가질 때마다 생각한다. 인생이란 어쩌면 작은 행복들을 모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거대한 성취나 특별한 순간만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건 아니다. 오히려 사소하고 소박한 순간들이 우리 삶을 지탱해 주는 기둥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기

어느 날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무엇을 좋아할까?” 생각해 보면, 이 단순한 질문에 선뜻 답하기 어려웠다. 매일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삶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법을 잊어버린 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좋아하는 걸 찾아보았다.


우선 책을 펼쳤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미학 책 한 권이었다. 글 한 줄, 문장 한 문장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아, 나는 따뜻한 글을 좋아하는구나. 단어들 사이에 숨겨진 감정과 생각을 느끼며, 한동안 잊고 있던 내 마음의 안식을 찾은 기분이었다.


다음엔 커피 한 잔을 천천히 음미했다. 평소라면 무심히 넘겼을 향과 맛을 새삼스럽게 느껴보았다. 부드러운 향이 코끝에 닿고, 쌉싸름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질 때, 바쁜 일상 속에서 느끼는 이 작은 여유가 내게 얼마나 큰 행복을 주는지 깨달았다.


또 어떤 날은 음악을 들으며 조용히 산책을 했다. 발걸음마다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속 무거운 짐이 조금씩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흙냄새, 들려오는 새소리는 자연이 주는 평화 그 자체였다. 그런 순간,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게 바로 이런 자연과의 연결감이라는 걸 알았다. 나를 둘러싼 풍경 속에서 천천히 걷다 보면 어쩐지 나 자신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보물찾기 같은 여정

좋아하는 것을 찾는 과정은 마치 보물 찾기와도 같았다.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작은 행복의 조각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느 날은 따뜻한 글 한 줄이, 또 어느 날은 커피 한 잔이, 때로는 맑은 공기가 나를 웃게 만들었다. 아주 소소한 일에도 행복을 발견하고, 내 마음을 더 잘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건 결코 거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이나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내 안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된다. 그것은 어쩌면 사소한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색깔, 내가 자주 손이 가는 음악, 내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공간들. 그런 사소함 들이 모여 내 삶을 빛나게 해 준다.


지금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나요? 무엇이 당신을 미소 짓게 하고, 무엇이 당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나요? 그 답은 거창하거나 특별할 필요가 없다. 당신의 하루 속 작은 순간들에 숨겨져 있을 뿐이다. 결국 인생이란 거대한 행복 하나를 찾는 여정이 아니라, 크고 작은 행복의 조각들을 모아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조각들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지를 알아간다. 오늘도 나는 작은 행복들을 모으며 나를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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