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잔 안에 담긴 얼음과 짙은 커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면 입맛에 퍼지는 쌉싸름함, 그 뒤를 잇는 시원한 여운이 든다. 단맛도 오트의 부드러움도 없이 짙은 에스프레소의 쓴맛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유난히 사랑받는다.
아마도 우리 삶이 그렇기 때문 아닐까? 싶다. 모든 순간이 달콤하거나 부드럽지만은 않다. 쓴맛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도 많다. 그 쓴맛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면 어느새 뒤따르는 상쾌함이 찾아온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그걸 닮았다.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면 짧은 순간이지만 삶을 천천히 되돌아본다. 내가 지나온 쓴맛의 시간들을. 그 뒤에 찾아온 고요하고도 맑은 순간들을. 그 모든 것을 함께 느끼며 살아가는 나 자신.
오늘도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카페에 앉아 세상을 바라본다. 얼음이 녹으면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점점 옅어지는 것처럼 내 안의 복잡한 생각들도 천천히 녹아내린다. 쓴맛과 시원함 사이에서, 삶의 또 다른 맛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