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고요 속에 있으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흩트려졌던 생각들이 가지런히 정리된다. 오늘 하루 내가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하지 않았는지, 혹여 배려하지 못한 순간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런 시간 속에서 오히려 마음이 맑아지고, 하고 싶은 일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그럴 때면 내 눈빛은 반짝이고, 마음 한구석엔 잔잔한 흥겨움마저 피어난다.
오늘 남편이 말했다." 백화점 갈 건데 같이 나가자. 좋아하는 카페도 가고 커피도 마시자." 남편의 제안은 다정했고, 분명 즐거운 시간이 될 것도 알았다. 나는 웃으며 거절했다.
남편은 자주 산을 오른다. 그가 산에 오를 때마다 "혼자 생각을 정리하려고 간다"라고 말하곤 한다. 나는 그 말을 이해한다. 혼자 걸으며 느끼는 고요,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순간은 소중하다. 소소한 자유를 나도 누리고 싶다.
백화점이 아닌, 북적이는 카페가 아닌, 조용한 나만의 공간에서 온전히 나로서 존재할 수 있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비로소 진정한 나를 만난다.
누군가는 혼자 있는 내가 외롭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오해다. 그 시간은 오히려 내게 가장 풍요롭다.
혼자 있을 때의 나를 떠올려 본다. 손끝에서 글이 흘러나오고, 읽고 싶었던 책이 손에 들려 있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놓고 창밖 풍경을 바라보는 나. 이런 소소한 순간들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오늘도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그러면서도 알고 있다.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 역시 소중하다는 것을. 내 자유와 고요 속에서 채운 마음으로 그를 더 깊이 사랑할 수 있음을.
혼자 있는 시간은 비단 고독이 아니라, 나를 더 풍요롭게 하는 빛과도 같다. 그 빛 덕분에 나는 다시 세상 속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