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MBTI 테스트를 하면 항상 INFJ가 나온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반복해도 똑같았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더구나 내가 생각해도 나는 조금 특이하다. 단순하게 넘길 수 있는 일들도 꼭 한 번 더 뒤집어 보고, 별것 아닌 상황에도 너무 깊이 고민한다. 그래서인지 항상 머릿속이 복잡하다.
INFJ는 흔치 않은 유형이라고 한다. "선의의 옹호자"라는 이름처럼 마음이 따뜻하고, 사람들을 위하려는 성향이 강하며, 이상을 추구하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면 조금 자랑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나 자신은 따뜻하다기보다는 불안하고, 이상을 추구하기보다는 현실에서 헤매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다. 누군가가 지나가며 건넨 가벼운 말 한마디에도 하루 종일 그 말을 곱씹는다.
"저 말의 진짜 의미는 뭘까? 내가 뭔가 잘못한 건 아닐까?"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또 물어보며 그 대답을 찾지 못해 힘들어한다. 가끔은 아무 의미 없는 한마디를 붙잡고 지나치게 깊이 빠져드는 나 자신이 답답하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런 내 모습이 나쁘지 않다고 느낄 때도 있다. 생각이 많은 덕분에 사소한 것에서도 의미를 발견한다. 남들이 지나치는 디테일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하고, 평범한 나의 기쁨이나 슬픔도 깊이 느낄 수 있다. 감정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건 힘들지만, 그 깊이 덕분에 나는 글을 쓸 수 있다.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나를 둘러싼 복잡한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되는 기분이다.
생각이 많은 나는 종종 피곤하다. 하지만 이 생각들이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준다고 믿는다. 내 걱정과 고민은 누군가를 더 이해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INFJ라는 이름으로 설명되는 나의 성향은 때로는 부담스럽지만, 동시에 나를 따뜻하게 품어준다.
특이하다는 말은 단지 남들과 다르다는 뜻일 뿐이다. 그 다름이 나만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면, 나는 그걸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도 나는 이런 나 자신을 글로 써본다. 내 안에 많은 생각들과 함께 살아가는 연습을 하며,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
내가 쓴 이 글을 누군가 읽는다면, 그 사람도 조금은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생각이 많아도 괜찮다"라고. 생각 많은 우리는, 그러니까 나는, 더 깊이 느끼고,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