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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

by 박수진


글을 쓴다는 행위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단순히 단어를 나열하는 행위일까, 아니면 마음속 깊이 숨어 있는 무언가를 끌어내는 작업일까. 아마도 글을 쓴다는 건 나의 내면과 마주하는 일일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던 감정과 생각을 단어라는 옷으로 입히고, 글이라는 집에 머물게 하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두려웠다. 그 집에 무엇이 자리 잡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나도 몰랐던 감정의 조각들, 잊고 싶었던 기억들, 어쩌면 내가 외면해 왔던 모습들이 글 속에 고스란히 드러날 것 같았다.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내 안의 목소리를 듣고, 그것을 기록하는 행위가 나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글은 나에게 거울이 되어 주었다. 흩어진 감정의 조각들을 하나로 모으고, 복잡하게 얽힌 생각들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나는 나 자신을 조금씩 알아갔다.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위로가 되었지만, 결국 글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 되었다.


글을 쓴다는 건 곧 꿈을 기록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를 돌아보며, 내일의 나를 그려본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미완성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 속에 담긴 나의 흔적들은 분명히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꿈은 불확실하지만, 글을 쓰는 손끝에서는 분명히 그 실체가 느껴진다.


글이란 나를 돌아보는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길을 비추는 등불이다. 내면의 진실을 마주하고, 내가 바라는 삶을 향해 한 발짝 더 가까이 가게 만드는 도구.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쓰는 과정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흔적이 결국 나의 이야기가 되고, 나의 꿈이 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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