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좋아하면 나이가 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이 떠오르며 피식 웃음이 났다.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내 마음이 무언가를 더 깊이 느끼고 싶어진 걸까? 요즘 나는 꽃에 유난히 마음이 간다. 이건 일시적인 감정이 아니라 확실히 습관으로 자리 잡아가는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번쯤은 꽃을 산다. 꽃집에 들어설 때마다 공기 속에서 은은한 향기가 퍼지고 각양각색의 꽃들이 줄지어 있는 풍경은 작은 전시회 같다. 그 순간은 꼭 선물을 받는 기분이 든다. 내가 나에게 건네는 작은 선물, 그게 꽃이다.
꽃은 이상하다. 어떤 날엔 위로 같고, 또 어떤 날엔 행복 같다. 내 손안에 안겨진 작은 생명은 마치 마음속에 찬란한 빛을 선물하는 것만 같다. 무거운 날엔 무게를 조금 덜어주고, 기쁜 날엔 기쁨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꽃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단순히 "예쁘다"라는 감정에서 비롯된 건지, 아니면 그 안에 담긴 상징성과 생명력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건지,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꽃은 안개꽃이다. 작은 꽃잎들이 뭉쳐 있는 모습은 마치 하얀 솜사탕 같기도 하고, 수줍게 웃고 있는 아이의 얼굴 같기도 하다. 왜 좋냐고 묻는다면 "그냥"이라는 말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 그러나 분명한 건 안개꽃이 주는 순수한 이미지가 나를 평온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하얀 안개꽃을 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의 깨끗하고 투명했던 마음이 떠오른다.
이상하게도 요즘은 다채로운 색깔의 꽃이 눈에 들어온다. 퍼플, 핑크, 노랑 같은 색감이 생동감을 더한다. 처음엔 조금 낯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런 색감이 주는 활기가 좋았다. 문득 생각한다. 내 마음도 어딘가 변하고 있는 걸까?
하얀색의 순수함을 좋아했던 내가 이제는 색깔의 다채로움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걸 보니 내 마음이 순수에서 벗어나 좀 더 발랄하고 활기차게 변해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꽃은 단순히 좋아하는 것 이상의 의미 일지도 모른다. 꽃이 좋아진다는 건 내가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 같기도 하다. 내 안의 감정이 더 풍성해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다양해지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게 꼭 무겁고 무딘 시간이 아니라, 이런 작은 변화와 성장의 순간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장미꽃 한 다발을 샀다. 핑크색 꽃을 골랐다. 집에 와 꽃병에 꽂아 놓고 보니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 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작은 장미꽃들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켜 줄지 기대된다. 꽃을 좋아하는 이 마음도, 꽃처럼 더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