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마르스 Jul 02. 2020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2020 시필사. 18일 차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處女)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우리가물이되어 #강은교 #시필사 #펜글씨 #손글씨 #닙펜 #딥펜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매거진의 이전글 너에게 띄우는 글 - 이해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