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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마르스 Oct 03. 2020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 - 포루그 파로흐자드

2020 시필사. 109일 차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 - 포루그 파로흐자드(Forugh Farrokhzad)     


오늘 밤 그대의 눈이 하늘에서 

내 시에 별을 쏟아 낸다 

종이의 흰 침묵 속에 

불꽃을 심는 나의 다섯 손가락      


열정에 들뜬 나의 미친 시는 

욕망의 상처가 부끄러워 

또다시 자신의 단어들을 불태운다 

불꽃의 끝없는 갈증      


그렇다, 사랑의 시작이다 

비록 그 길의 끝이 보이지 않아도 

다시는 그 끝을 생각하지 않으리 

이렇게 사랑한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아름답기에      


왜 어둠을 두려워하는가 

밤이 빛의 조각들로 가득한데 

그 밤이 스쳐 지나가는 자리에 

재스민 꽃 어지러운 향기 머물러 있는데      


아, 그대로 두어라, 내가 영원히 그대 안에서 헤매도록 

누구도 내 흔적을 다시는 찾지 못하도록 

그대의 비 묻은 한숨과 타오르는 영혼이 

내 노래의 온몸으로 퍼져 나가도록     

 

아, 그대로 두어라, 이 열린 창을 통해 

꿈의 포근한 날개 속에서 잠든 채 

여러 날을 함께 여행하여 

세상 끝으로 도망치도록      


그대는 아는가, 내 삶에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는 그대가 되리라, 그대가 

영혼의 그림자까지 그대 

삶이 수천 번 반복된다 해도 또다시 그대다, 또다시 그대 

               

내 안에 숨어 있는 것, 그것은 바다 

숨길 수 없는 비밀의 파도 

그대에게 그 폭풍의 분노를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나를 당신으로 넘쳐 나게 하고 싶다 

사막으로 걸어가고 싶다 

산돌로 머리를 다듬고 

파도에 몸을 문지르고 싶다 


이제 나를 당신으로 넘쳐 나게 하고 싶다 

그대가 신기루처럼 내 안에서 부서지기 전에 

그대 환영의 무릎에 머리를 누이고 

그대 그림자까지 붙잡고 싶다 


그렇다, 사랑의 시작이다 

비록 그 길의 끝이 보이지 않아도 

다시는 그 끝을 생각하지 않으리 

이렇게 사랑한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아름답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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