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봉인 - 정한아

2020 시필사. 143일 차

by 마이마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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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봉인 - 정한아


그때 너는 눈꺼풀을 닫았지

그러자 세계 전체가 일순 물러났다


드러나지 않기 위해 너는

하루 섭취 열량의 대부분을 존재하는 데에 쓰고 있구나

존재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줄곧 상처 입고 있어서

그 모든 빛과 바람을 복기하거나

묽고 진한 그림자의 엄습을 잊으려 하지만


망각은 언제나 무엇에 대한 망각

충분히 안전한 기분에 도달할 때까지

꼼짝 않고 선 채 눈을 감고 도망 중


도망은 언제나 무엇으로부터의 도망

너는 꿈속에서도 계속 도망하고 있지 않을 수 없었지


미모사. 건드려진 속눈썹처럼 바람만 불어도 곧 울 것 같은

미모사. 가장 다정한 햇살의 가벼운 입맞춤에도 혼절하는

미모사. 봉인의 속도가 존재를 대체해버린

미모사. 모든 감각이 통각인

미모사. 말할 수 없는 고통은 말하지 않을


https://thepin.ch/knowledge/m39bz/jha-interview-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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