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시필사. 147일 차
추위에 대하여 - 이성미
네가 올 때마다 육각형 눈이 와. 나는 여름 들판에서 너를 기다려. 하얀 별들이 밤하늘을 뒤덮고, 나의 심장에도 차가운 눈이 내려.
너는 새벽에서 이곳으로 와. 빈 방에서 여름으로 와. 그럴 때 너는 너보다 커 보이거나 작아 보여. 그림자놀이처럼.
침엽수에게 어떤 모양의 잎을 달고 싶으냐고 물으면 흰 왕관처럼 얹힌 눈이 녹아버릴까.
북쪽 여왕의 반대말은 북쪽 왕인가 남쪽 여왕인가 남쪽 허름한 소녀인가 소년인가. 이런 걸 궁금해하면 네가 화를 낼까.
담요를 드릴까요. 물어보면 네가 조금씩 녹을까. 녹으면서 허둥댈까.
너는 하얀 자동차를 타고 한 방향으로 가.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나라로. 눈보라가 치고 침엽수가 자라는 빈 방 속의 빈 방으로.
나는 옆구리나 심장으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할 때가 많아. 너의 안을 오래 들여다보지 못하고. 뜨거움이 모자랄 때마다 나는, 발바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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