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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마르스 Aug 01. 2021

월하정인 - 이은림

2021 시필사. 207일 차

월하정인月下情人 - 이은림   


그때 하필, 달이 사라지고 있었지

사라지는 줄도 몰랐는데

달 따위는 보이지도 않을 만큼

환한 사람이로구나, 했는데 


어둠이 무엇인지 일러주려는 듯

그가 눈을 감았어

그보다 더 어두울 수는 없었지

그렇게 긴 찰나는 처음이었어 


어쩌면, 바람이 불었어

달이 눈을 떴지

그가 먼저 눈을 떴던가 


달이라 말하니 달이겠지

달이구나 말하니 달빛 흐르겠지 


달빛에 대한 의심은 불순해

희미해지는 뒤태를 의심하는 것만큼 


사라지기 위해 존재하는 둥글고 환한 것

그날은 보름이었는데


내가 만진 것은 과연 누구였나

어디 한번 대답해봐, 손가락들아 


둥글어지기 위해 사라지던 차가운 달

명심해,

온전한 것들은 위험하기 짝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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