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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민 Oct 28. 2017

하소연

늙어가나봐요


 무릎 나온 추리닝 바지, 원래 흰색이었으나 때가 타서 베이지색이 되어버린 후리스 집업 자켓, 이와 전혀 매치가 안 되는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중 무지가 그려진 슬리퍼- 요즘 나의 교복이다.


 어느 샌가 깊어진 입가의 팔자주름, 쌍꺼풀로 둔갑한건지 알 수 없는 눈가의 주름, 얼룩이 덜룩이 광대 위로 넓게 번져만 가는 기미에 달마시안이 되어가는 기분- 아니, 달마시안은 몸값이라도 높지. 엄습해 온 노화는 당췌 피할 수도 없네.


 들쑥날쑥 거리는 마음을 다스리는 게 좋아서 요가 수업을 매일반으로 바꾸게 된 본인은 얼마 전 물구나무서기 자세를 도전해보려다 목 근육이 다 늘어나 일자목 진단을 받고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인데, 스스로 꼴이 우습다 못 해 안쓰러워졌다.


 듣기 싫은 소리들도 너무나 잘 들리던 두 귀는 듣고 싶은 소리도 작게 들리는 마법이 펼쳐지고 있고, 치킨 두 마리 정도야 거뜬 했던 위대한 소화력은 한 마리에도 부채표를 찾게 된 요즘이다.


 그렇게 나는 늙어가는 모양이다.


 며칠 전 제주에서 딸내미를 보려고 먼 여행길을 마다하지 않고 와 주신 친정엄마의 두 손을 보면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다. 분명히 말씀드렸던 일인데 머리 속에 지우개가 생긴건지, 전혀 기억해내질 못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나를 키우다 저리 늙어버렸나 싶어 괜시리 마음만 아파온다.


 내가 늙어가는데 우리 엄만 오죽할까,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가는 시간 붙잡아 둘 수 없어서 야속하기만 하다.


 이렇게 나의 내일은, 우리 엄마의 내일은 늙어만 가는 심신을 지니고 잘 버텨내야 하는 미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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