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RO DESIGN
안녕하세요. 저는 스타트업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미디어 업계에서 플랫폼 서비스 기획부터 전략 기획까지 두루두루 맡고 있는 1년도 채 안 된 서비스 기획자입니다.
제가 마이크로 기획을 하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세상에 당연한 기획은 없다! 기획 일을 하다 보면 항상 why를 생각해야 한단 것을 알고 있지만 지금까지 주로 "서비스 리뉴얼"이라는 대대적인 업무를 맡다 보니, 사소한 부분은 넘어가거나 '다른 레퍼런스도 그렇게 기획했으니까..'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기계적이고 수동적인 기획을 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아주 가끔요!
제가 근무했고, 근무 중인 기업의 서비스 특성상, 사용자에게 타사와 어느 정도 일관된 경험을 제공해야 했습니다. 아마 대다수의 IT 서비스들이 그렇겠지만요! 그러다 보니 분명히 불필요한 기능인데도 제공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고, 필요한 기능인데도 제공하지 못했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작고 사소한 부분이라도 당연하게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한 번은 짚어보고 사용자가 더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습관화하기 위해 마이크로 기획을 시작하려 합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사전 평가 과제로 웹·앱 서비스 기획을 해본 적이 몇 번 있습니다. 물론 학교에서도 과제로 해본 적도 꽤 있고요. 간단하게는 서비스의 개선사항을 구두로 전달하는 것부터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기획안을 PPT로 만드는 과제까지. 그때 당시에도 이런 과제를 개인적으로 선호하지는 않았는데, 그 이유는 서비스에 대한 제한적인 정보로 뜬구름 잡는 식의 기획이 주로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원자가 자사 서비스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 수도 있겠죠. 남들 다 잘하고 뜬구름은 저만 잡을 걸 수도 있겠죠.. 그런데 확실한 건 실무를 경험해 보니 그 뜬구름 잡기 기획에서 오는 허망함과 괴리감이 있답니다. 과제를 할 때만큼은 "내가 이 앱의 불편한 요소들을 나의 비판적 사고로 다 개선하고 사용성을 향상해서 가장 효율적인 서비스를 만들어주겠다!" 이런 마음가짐이겠지만...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더라고요.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의해 제한된 서비스 환경
이전에 시도해 봤지만, 좋지 않은 시장 반응
무거운 앱 (메인 서비스 아닌데도 과한 기능으로 앱 속도 처참)
서비스 컨셉 및 UI/UX의 일관성 유지
기존 기능 및 서비스와의 충돌
최종 결정권자의 NOPE
기술적 한계·구현의 어려움
기타 지원자가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항들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기획이라 하더라도 결국 겉핥기 기획이 될 수밖에요. 그래서 마이크로 기획할 때에는 이 세 가지 사항에 유의하여 진행하려 합니다.
사용자는 나, 기획자도 나
제가 한 달에 최소 5번 이상 이용하는 앱을 파악해 보니.. 40개가량 되더라고요. 마이크로 기획은 이 앱들 위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즉, 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기보다 사용자 입장에서 엇?! 이거 불편한데 하는 것들을 쏙쏙 뽑아서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기획할 거랍니다.
가설과 가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페이지뷰, 클릭률 등의 내부 데이터나 기타 기획에 필요한 정보가 제한적이니, 어떤 데이터 흐름이 있을 것이라 가정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가설을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기획을 진행할 겁니다! 가설 좋아해요. N은 만약으로 시작해서 만약으로 다시 시작한다.
나는 집들이 손님일 뿐!
물론 앱 집주인의 초대를 받지는 않았지만, 마이크로 기획할 때는 앱이라는 커다란 집을 통째로 바꿔야지! 하는 마음 가짐보다 작은 선물 하나 놓고 가고, 작은 흔적 하나 남기고 간다는 마음으로 기획 하나 얹고 온다고 생각하고 진행할 예정입니다.
/ 23.11.05 | 24.07.29 최근 글과의 톤을 맞추기 위해 쓸데없는 말은 지우고, 레이아웃도 수정했습니다.
/ 썸네일 : 미드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