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주근접의 중요성
현 직장으로 옮기기 전, 나는 집에서 2시간이 넘는 거리에 있는 관세법인에 다녔었다.
새로운 업무를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이직을 결심했던 그 회사는 집에서 지하철을 2번 갈아타야 도착하는 곳으로, 경기도에 사는 나에게는 서울을 남에서 북서쪽으로 가로지르는 횡단을 해야하는 곳이었다.
당시엔 그나마 나쁘지 않았던 나의 체력과 고생을 조금 하더라도 새로운 업무를 배울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이직시 제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 중 하나를 그대로 무시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한 나비효과는 매우 거대하게 나를 덮쳐왔다.
따르르르르르릉X10
아이폰의
기본 벨소리가 끝없이 고막을 울린다.
물론 나는 그 전에 이미 정신이 반쯤은 깨어있었다. 의식이 없긴 하지만...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알람을 끈 다음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오늘은 새벽 몇시에 더워서 깼었는지 가만히 생각해본다. 뭔가 억울하다. 가뜩이나 아까운 잠인데 더위 따위가 깨우다니...
시침과 분침은 아침 6시를 가리키고 있고, 경험상 무조건 이 시간에는 씻어야 만석이 아닌 버스를 잡아탈 수 있다. 숙달된 조교의 모습처럼 기계적으로 출근 준비를 마치고 정확히 6시 40분에 집을 나선다. 그래야 50분 버스를 탈 수 있다.
더위는 아침부터 슬슬 시동을 걸었고 버스 정류장에 도착할 즈음엔 이미 뽀송했던 옷은 서서히 하루를 맞이하는 땀에 젖어 등에 딱 달라붙는다. 강남행 버스에 올라타 머리 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에 축축해진 옷을 말리고 있노라면, 모자란 잠을 보충하듯이 잠이 쏟아지고 어느 새 90도로 꺾인 목을 한 채 대략 1시간 동안 버스 여행을 한다.
도착지인 신논현역에 도착했다는 알람이 선잠을 깨우면 좀비처럼 일어나 9호선 급행을 향해 영혼 없는 발걸음을 옮긴다. 계단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갔다가 통로를 통과해서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가... 이제는 익숙해진 동작으로 착착 구간을 통과하여 대기줄이 긴 9호선 급행열차를 기다렸다가 인파에 휩쓸려 열차에 낑겨탄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또 여행하다보면 마곡나루역에 도착하게 되고 여기가 바로 나의 직장이 있는 곳이었다.
익숙한 출구로 나가는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맡긴 채 시계를 들여다보면 항상 8시 40분~45을 가리키고 있다.
잔뜩 졸린 발걸음은 자연스레 나를 카페인 앞으로 이끌었고, 어느새 정신을 깨기 위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뇌를 마비시키며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렇게 오전을 어찌 보내는 지 모르게 흘려보낸 뒤 점심을 먹고 오후 일과를 시작하면 아침부터 누적된 피로는 식곤증이 되어 지독하게 눈꺼풀을 아래로 끌어당긴다. 2차 세계대전 저리가라할 정도의 치열한 전투가 끝나면 난 잠으로부터 승리했지만 멍한 정신은 퇴근 때까지 후유증으로 남았다.
업무를 마무리하고 6시에 퇴근을 해서 출근 때와 똑같은 루트로 집에 돌아오면 어느 새 시간은 8시를 넘겼다.
날은 이미 어스므레 노을이 졌고, 식사시간은 넘겨 늦은 저녁을 챙겨 먹은 뒤 씻고 설거지를 마치면 시침은 10시를 넘긴다. 하루 4시간 이상을 길거리에서 보내니 하루가 참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덕분에 나는 직주근접의 중요성을 매우 뼈져리게 체험했고, 나의 체력을 과대평가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개인적으로 직장과 집의 거리는 교통수단을 막론하고 딱 1시간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매일 서울로 출퇴근하고 있는 경기도 직장인들... 너무 리스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