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恨)

by 사현

어쩐지 나는 꿈에서 적색 말라뮤트를 당당하게 키웠다

이제 싫은 일은 다 끝났다고 했다

너는 나에게서 아득한 기억을 가져갔다 그것이 한이라고 했다

한은 없어질 수 없고 전래될 수밖에 없어서 나는 다음 타깃으로 불행한 사람을 선택해야만 했다

누구든 좋았다, 내가 행복해질 수만 있다면 그야 내가 행복해야 세계가 행복한 법인걸

잔혹동화는 너무 오래되었고 내 한은 자그마치 두 계절을 살았다 애당초 한 계절이면 충분했을 것 그것을 너는 세 번째 계절이 되어서야 찾아왔고 내 아픔은 마침표를 찍는다고 했다


한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깝다


한이라는 그 정서, 배태한 민족, 표출하되 없어질 순 없는 것, 그런 감정들에 대하여

나는 자꾸만 글자가 사라질 때까지 밑줄에 밑줄을 그어보지만 기실 펜은 닳았다

글자에 투명한 양면 테이프를 붙여 페이지와 페이지를 맞대면 사라지는 감정도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꾹꾹 눌러쓴 한은 자꾸만 뒷 페이지에서 억울하게 삐져나와 결코 풀 수 없는 마음도 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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