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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오 Nov 12. 2021

연차를 다 쓰지도 못했는데 연차수당도 주지 않는다구요?

연차사용촉진제 진짜인지 확인하기


지난 주 국내 기업의 57%가 연차사용촉진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조사는 사실확인 없는 각 회사 인사담당 직원의 응답일 뿐이라 신뢰도가 좀 떨어지기는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일 많이 겪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인력은 부족하고 일은 너무 많아서 휴가를 다 쓰지도 못했는데 돈으로도 안주던데요?"


"그나마 여름 휴가기간에 내 연차 써서 가는 것도 취소시키고 휴가 간 사람 회사로 복귀시키는 곳인데 연차를 쓰긴 뭘 써... 근데 왜 돈으로도 안줘요?"


연차사용촉진제의 편법, 악용

연차휴가를 다 쓰지 못하고도 연차수당(돈)으로 받지 못하는 이유는 회사가 연차사용촉진제를 통해 미사용 연차수당 지급의무를 면제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연차사용촉진제라는 것은 굉장히 아주 굉장히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고 있고 그 절차를 모두 따라야지만 인정이 되는 제도인데요.


보통 직원(근로자)들이 근로기준법과 연차사용촉진제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서 절차를 위반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많이들 겪는 사례는 보통 이런 건데요.


사례1) 회사에서 일률적으로 연차 10개는 사용촉진을 했다고 차감을 합니다. 내 연차가 총 15개라고 하면 10개 이하를 쓰면 실제 사용하고 남은 갯수가 아닌 10개를 차감한 5개에 대해서만 수당을 주고 12개를 쓰면 12개를 차감한 3개에 대해서 수당을 주는 식 입니다.


사례2) 어느날 인사팀에서 사람이 와서 무슨 종이에 싸인을 하라고 강요를 합니다. 내 잔여 연차를 대충 임의의 날짜에 뿌려놓고 이날 연차를 쓴 걸로 간주하겠다고 합니다. 거기에 싸인을 하고 나면 연차수당을 한푼도 안주는 거죠.


위의 사례들이 편법으로 연차사용촉진을 해서 근로자들의 미사용 연차수당을 주지 않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연차사용촉진제란

(근로기준법 61조)

그럼 진짜 연차사용촉진제는 어떤걸까요?


연차사용촉진제는 근로기준법 61조에 규정된 제도입니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적극적으로 연차휴가 사용을 권유하였음에도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용자의 금전보상 의무를 면제해주는 제도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제발 휴가 좀 써라 써라 해야 하고

그럼에도 근로자가 곧 죽어도 일하겠다고 출근해야 합니다.


일단 이게 말이 좀 안된다는 생각 들지 않으세요?


세상에 누가 사장님이 제발 휴가 좀 쓰라고 애원하는데 난 이 회사에 내 인생을 걸었다고 자발적으로 나와서 일을 할까요? 회사에서 나오라고 명시적, 묵시적인 압력을 가하니까 나가는거죠.



근로기준법

제61조(연차 유급휴가의 사용 촉진) ① 사용자가 제60조제1항ㆍ제2항 및 제4항에 따른 유급휴가(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의 제60조제2항에 따른 유급휴가는 제외한다)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아니하여 제60조제7항 본문에 따라 소멸된 경우에는 사용자는 그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에 대하여 보상할 의무가 없고, 제60조제7항 단서에 따른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본다.

1. 제60조제7항 본문에 따른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사용자가 근로자별로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 일수를 알려주고, 근로자가 그 사용 시기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하도록 서면으로 촉구할 것

2. 제1호에 따른 촉구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촉구를 받은 때부터 10일 이내에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의 전부 또는 일부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하지 아니하면 제60조제7항 본문에 따른 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사용자가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할 것

② 사용자가 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의 제60조제2항에 따른 유급휴가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아니하여 제60조제7항 본문에 따라 소멸된 경우에는 사용자는 그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에 대하여 보상할 의무가 없고, 같은 항 단서에 따른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본다.

1. 최초 1년의 근로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사용자가 근로자별로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 일수를 알려주고, 근로자가 그 사용 시기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하도록 서면으로 촉구할 것. 다만, 사용자가 서면 촉구한 후 발생한 휴가에 대해서는 최초 1년의 근로기간이 끝나기 1개월 전을 기준으로 5일 이내에 촉구하여야 한다.

2. 제1호에 따른 촉구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촉구를 받은 때부터 10일 이내에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의 전부 또는 일부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하지 아니하면 최초 1년의 근로기간이 끝나기 1개월 전까지 사용자가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할 것. 다만, 제1호 단서에 따라 촉구한 휴가에 대해서는 최초 1년의 근로기간이 끝나기 10일 전까지 서면으로 통보하여야 한다.



연차사용촉진 방법

어쨌든 근로기준법 61조에 규정된 연차사용촉진제는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1차 촉진

1) 연차사용기간 만료 6개월 전 10일간 회사가 근로자에게 휴가사용시기를 정하라고 개인별로 서면 촉구

2) 근로자는 서면촉구를 받고 10일 이내에 잔여연차의 사용일을 정해서 회사에 통보


- 2차 통보

연차사용기간 만료 2개월 전 위 1차 촉진의 통보가 없는 연차에 대해서 회사가 사용일을 강제로 정해 개인별 서면 통보


- 노무수령거부의사 표시

근로자가 지정된 휴가일에 출근하여 근로를 제공한 경우, 사용자가 휴가일에 근로한다는 사정을 인식하고도 노무의 수령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


여기서 노무수령거부의사 표시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0.2.27. 선고 2019다279283 판결 ; 임금근로시간정책팀-285, 2005.10.21.) 과 노동부 행정해석(근로기준과-351, 2010.3.22.) 에서 요구하는 기준입니다.


연차사용촉진제는 근로자가 정말 자발적으로 연차를 강제로 쓰게 했는데도 안쓰고 나와서 일을 했을 때만 연차수당 지급의무를 면제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1차 촉진, 2차 통보 처럼 종이 서류로만 이루어지는 방식은 너무나 회사가 악용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요구하는 기준입니다.



노무수령거부의사 악용 사례

예전에 한수원 인사팀에서 일하는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니 거기는 연차사용촉진제를 하면서 노무수령거부의사 표시로 대상자의 PC를 셧다운 시켜 버린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팀장급 정도 되면 근속도 길고 해서 총 발생연차가 25개인데, 일이 너무 많아서 연차는 쓰지도 못하고 결국 연말쯤 되어 2차 통보가 올 때쯤이면 근무일이 40일인데(2개월 전 통보, 주 5일) 잔여 연차가 20개 라서 절반을 쉬어야 하는 사태가 생긴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일을 안할 수는 없는데 또 회사에서는 그 미사용 연차수당을 어떻게든 안줘보겠다고 팀장의 pc를 20일 동안 셧다운 시켜버리니..


이 팀장님은 신입사원을 자기 자리에 앉히고, 자기는 신입사원 자리에 앉아서 일을 해야 했다고 하네요..


쓰지도 못한 연차수당 받는 방법!

물론 회사에 다니는 동안에는 이러한 불법적이고 절차를 지키지 않은 연차사용촉진제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퇴사를 하고 이직을 하거나 하면 더 이상 그 회사에 볼 일이 없으니 당연히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겠죠.


미사용 연차수당은 임금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미사용 연차수당을 제대로 된 연차사용촉진도 하지 않고 안주면 임금체불이 됩니다. 결국 노동부에 신고하면 최소 3년치는 돌려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은 항의를 못하더라도 미리미리 증거를 준비해 두셔야합니다.


우리가 파훼해야 하는 회사의 논리는 위의 요건과 대응됩니다.


- 1차 촉진) 연차사용기간 만료 전 6개월에 해야 하는데 그 이후에 했나요? 그 날짜를 정확히 증거로 남겨두세요!

- 2차 촉진) 연차사용기간 만료 전 2개월에 해야 하는데 그 이후에 했나요? 그 날짜를 정확히 증거로 남겨두세요!

- 노무수령거부의사) 회사가 노무수령을 거부해야 하는데 아무렇지 않게 일을 시키고 업무지시를 했나요? 2차 촉진으로 강제로 정해진 연차일에 비자발적으로 출근해서 업무지시를 받았다면 반드시 녹음, 메일 등으로 기록해 두세요! 회사가 시켜서 나왔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니까요.


미사용 연차수당을 주는 회사라면 글쎄요... 뭐 사람은 다 다른거니까 돈으로 받아서 살림에 보태겠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순 있습니다.. 하지만 돈으로도 주지 않는데 쉬고 싶지 않은 사람이 세상 어디 있을까요..


일 할 때는 일하고 쉴 때는 쉴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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