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내 돈의 위치를 찾는 '자산 리스트' 작성법

by 반바지

안녕하세요!


10년 차 회계사이자 여러분의 돈 여행 가이드, 반바지입니다.


“이번 달도 월급이 통장을 ‘로그아웃’했습니다.”


혹시 이 문장에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이셨나요? 매일 열심히 일하는데 왜 돈은 항상 부족한 느낌일까요? 그건 우리가 ‘얼마를 썼는지’(가계부)에만 집착하고, 정작 ‘내가 지금 얼마를 가지고 있는지’(재무상태표)는 모르고 살기 때문입니다.


10년 동안 수많은 기업과 개인의 장부를 들여다본 회계사로서 확신합니다. 내 자산의 현재 위치를 아는 것, 이것이 부자가 되는 첫 번째 단추입니다. 오늘 저와 함께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신다고 생각하고, 딱 10분만 투자해 볼까요?


이 글을 다 읽으실 때쯤엔, 흩어져 있던 여러분의 돈이 하나의 ‘군대’처럼 든든하게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자산: 내가 가진 것들의 '실전' 목록 만들기


먼저 ‘자산(Asset)’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회계 용어라고 겁먹지 마세요. 한 줄로 정의하면 아주 심플합니다.


"지금 당장 돈으로 바꿀 수 있는 내 모든 것."


집에 있는 낡은 냄비나 입지 않는 옷까지 적어야 하냐고요? 에이, 그건 너무 가혹하죠. 실제 회계 감사에서도 ‘중요성(Materiality)’의 원칙을 따집니다. 우리도 ‘현실적으로 의미 있는 돈’만 자산으로 인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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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건 딱 질색인 분들을 위해, 자산을 크게 5가지 바구니로 나눠봤습니다.


현금·예금: 당장 쓸 수 있는 돈

저축·투자: 불려 나가고 있는 돈

부동산: 삶의 터전이자 가장 큰 덩어리

기타 자산: 자동차 등

연금: 미래의 나를 위한 돈

하나씩 여러분의 상황을 대입해 보세요.


(1) 현금·예금: 내 지갑의 기초 체력


가장 기본이 되는 돈입니다.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을 방어해 주는 기초 체력이죠.


포함 항목: 지갑 속 현금, 월급 통장 잔액, 파킹통장(CMA), 1년 안에 만기가 오는 단기 예금


[중요 체크 포인트]


본인 통장에 잔고가 얼마인지 정확히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앱을 켜서 1원 단위까지 확인해 보세요. 예를 들어 지금 상황이 이렇다면 표로 정리합니다.


[예시 상황]


지갑 속 현금: 3만 원

스쳐 지나간 월급 통장 잔액: 52만 원

급할 때 쓸 비상금 통장: 150만 원

내년에 만기 되는 예금: 300만 원


▼ 내 자산 기록하기 (현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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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저축·투자 자산: 통장 밖에서 일하는 돈


이제 통장 밖으로 시선을 돌려봅시다. 여기가 핵심입니다.


포함 항목: 적금, 청약통장, 주식, ETF, 펀드, 채권


[중요 체크 포인트]

여기서 많은 분들이 실수하십니다. 주식이나 펀드는 ‘내가 투자한 원금’이 아니라 ‘지금 팔았을 때 받을 수 있는 돈(평가금액)’으로 적어야 합니다. 마이너스가 났다면 뼈아프지만 깎인 금액을, 수익이 났다면 불어난 금액을 적으세요. 그게 진짜 내 돈의 가치니까요.


[예시 상황]

자동이체 중인 적금: 800만 원

무조건 넣고 보는 청약통장: 300만 원

파란불 켜진 주식 계좌(평가액): 550만 원


▼ 내 자산 기록하기 (투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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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부동산(집·보증금): 자산의 묵직한 기둥


대한민국 직장인 자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항목이죠. 자가가 있다면 좋겠지만, 전세나 월세 보증금도 엄연한 내 자산입니다.


포함 항목: 내 명의 아파트/빌라, 전세보증금, 월세 보증금


너무 정확한 시세를 맞추려고 공인중개사처럼 스트레스받지 마세요. "지금 급매로 내놓으면 이 정도는 받겠다" 싶은 보수적인 금액이면 충분합니다.


[예시 상황]

전세 살고 있는 아파트 보증금: 1억 5,000만 원

투자용 오피스텔(시세): 1억 8,000만 원


▼ 내 자산 기록하기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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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동차·기타: 감가상각의 함정


자동차는 사는 순간부터 가격이 떨어지는 대표적인 자산입니다. 슬프지만 '지금 중고차 딜러에게 넘길 때 받을 금액'을 적으셔야 합니다. 명품 가방이나 시계는 정말 고가가 아니라면 과감히 제외하세요. 우리는 '재무제표'를 만드는 거니까요.


[예시 상황]

5년 된 애마(중고 시세): 700만 원


▼ 내 자산 기록하기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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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연금·노후자산: 미래의 나에게 보낸 돈


"연금은 어차피 지금 못 쓰잖아요?"라고 묻는 후배님들이 많습니다. 맞아요. 하지만 이 돈을 기록해 두지 않으면 노후 준비가 전혀 안 된 줄 알고 불안해하게 됩니다. 지금은 복잡한 수익률 계산 말고, '내가 지금까지 넣은 원금' 정도만 파악해도 훌륭합니다.


[예시 상황]

개인연금 납입액: 600만 원

퇴직연금(IRP) 잔액: 450만 원


▼ 내 자산 기록하기 (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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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 흩어진 내 돈, 한눈에 모아보기


자, 이제 드래곤볼 모으듯 흩어져 있던 자산을 합체시켜 볼까요? 위에서 적은 예시를 합치면 이런 그림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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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요? "나 돈 진짜 없는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적어보면 생각보다 큰 금액에 놀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막연한 불안감은 '모를 때' 생깁니다. 이렇게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돈 관리는 통제의 영역으로 들어옵니다.

여러분의 자산 목록을 적어 내려가는 그 순간이, 바로 '월급 노예'에서 '자본가'로 변화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자, 이제 내가 가진 건 파악했으니, 다음 시간에는 '내가 갚아야 할 빚(부채)'이라는 녀석을 해부하러 가보겠습니다. 준비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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