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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 현정 Jul 07. 2019

식사의 시작과 끝에는 항상 엄마가 있었다.


엄마의 칼질 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때 

‘아! 저녁식사 시간이구나’라는 것을 직감한다.


엄마는 나를 부를 때

‘개똥아! 밥 먹자!’라고 불렀다.

내가 나이를 먹어도 똑같이 불렀는데 

이건 불변의 법칙인 것 같다 :)


그러고 난 후 마치 데자뷔 인양

나는 매일 항상 순서대로

거실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는 아빠와 

방안에 있는 오빠에게 

저녁식사 알림을 자처한다.


우리가 자리에 앉으면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된장찌개를 엄마가 들고 오고

비로소 저녁 식탁이 완성된다.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의 식사자리는 항상 정해져 있었다.

마치 서로 무언의 약속이라도 한 듯

우리가 항상 앉던 자리로 향하곤 했다.

습관처럼 익숙해서였을까?


엄마는 저녁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모두들 바빠 아침과 점심에는 다 같이 모일 수가 없으니

저녁에는 되도록이면 가족 모두 집에서 밥을 먹기를 바랬다.

그래서 엄마는 매끼 집밥, 특히 한식으로 해주셨고

그래서인지 우리 가족 모두 가리는 음식 없이 좋아했다.


밥 먹을 때 딱히 많은 말을 하지 않더라도

익숙한 그 편안함들이 참 좋았다.


아빠는 매일 저녁 반주를 했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정량을 확실히 지켰다.

그 또한 좋았다.

나무와 꽃을 좋아하는 아빠답게 식탁옆에도 자리잡은 화분들을 보며 

마치 뿌듯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아빠의 표정을 보는 것도 재밌었다.


아빠와 오빠가 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도 

나는 한참까지 자리를 지켰다.

정말이지 가리는 음식 없이 다 잘 먹었는데,

물론 엄마의 음식이 맛있기도 했지만

어쩌면 엄마의 음식이라서 

도저히 수저를 놓을 수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엄마는 내가 다 먹을 때까지 곁을 지켰다.

혹은 주방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시작도 마지막도

엄마는 자리를 꿋꿋이 지켰다. :)

그 순간에는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있었지만

표현을 제대로 못한것에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도 엄마는 알고있었을 것이다.

아니, 가족 모두 서로에 대한 

고마움.

미안함.

편안함.

따뜻함.

이 모든 것을 표현에 서툴러 말로 내뱉지는 못해도 

느낌만으로도, 표정만으로도 알고 있지 않았을까?


가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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