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아도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은 결국 가족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영화를 관람하고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목요일에 일을 하다가 핸드폰이 진동하길래 보았더니 CGV 스피드 쿠폰 광고 알림이었다. 어떤 영화인지 보았더니 <코다>였다. 그전에 새롭게 음악영화가 나온다고 인스타에서 본 적이 있어 흥미가 있던 영화였다. 마침 스피드 쿠폰이라 저번에 <그린 나이트>를 볼 때 비싼 영화값보다 싸게 볼 수 있어 돈도 굳고 영화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바로 쿠폰을 다운 받고 토요일 오후 5시 몇분 영화를 예매하였다. 예매할 때는 몰랐는데 극장에 가보니 2자리씩 앉는 관이여서 커플들 사이에서 홀로 옆자리를 비우고 영화를 보았다. 하지만 더 예상 밖인 것은 영화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싱스트리트>, <비긴어게인> 같은 음악 영화인 줄 알았지만 영화의 주된 내용의 가족 간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음악으로 감동받으러 갔지만 가족 간의 이야기로 감동을 받고 나왔다. 그렇다고 음악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음악감독이 <몰랑루즈>와 <라라 랜드>를 연출에 참여한 '마리우스 드 브리스'가 음악감독으로 <코다>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OST도 준수했다. 하지만 나는 <비긴어게인>,<싱스트리트>의 OST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다소 아쉬웠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싱스트리트> 주인공 '퍼디아 월시 필로'가 포스터에 나와서 많은 기대를 했지만 비중이 크지는 않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영화는 가족에 대해 집중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오히려 가족 역할을 한 배우들이 눈에 띄었다. 주인공인 '루시'를 빼고 극 중 가족들은 모두 농인이다. 그래서 농인인 엄마, 아빠, 오빠를 맡은 배우들도 모두 농인으로 캐스팅했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그들의 연기가 좋았던 것 같다. 루시 역할은 한 '에밀리아 존스'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고 시원시원한 보컬도 음악영화에서 잘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스토리 측면에서 진부하다고 느껴지기는 했다. 정형적인 음악을 곁들인 가족 성장드라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 연출적인 부분에서 굉장히 좋았고 감동을 받았다. 전반부는 정형적인 신파로 빌드업했지만 후반부는 참신하게 울음을 터트리게 만든다. 그리고 억지로 울리지 않는다. 이해하고 마음을 흔들리게 만든다. 그 부분이 좋았다. 영화를 보실 분들은 음악적인 부분에 큰 기대를 같지 말고 하나의 성장 힐링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보시는 걸 추천드린다.
무한한 바다 한가운데서 고기잡이 배 하나가 둥 떠있다. 라디오에서 들리는 신나는 노래. 그 노래에 맞춰
흥겹게 노래를 부르는 소녀 '루비'(에밀리아 존스). 루비는 아빠(트로이 코처)와 오빠(다니엘 듀런트)와 함께 고기잡이 일을 한다. 두 사람은 농인(귀머거리)이라서 이 신나는 노랫소리를 듣지 못한다. 하지만 셋 사람은
즐겁게 일한다. 비록 자신들이 잡은 고기가 제값에 못 팔아 하루 먹고사는 게 힘들어도 서로 의지가 되는 것
같다. 루비는 그렇게 아침에 뱃일을 하고 학교로 등교를 한다. 새벽부터 일어나 고기잡이 일을 한 루비는 수업시간에 자주 조는 것 같다. 그런 그녀도 어느새 8학년 새 학기 동아리 활동을 정해야 하는데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 짝사랑하는 '마일스'(퍼디아 윌시-필로)가 합창단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따라 들어간다. 처음으로 주어진 노래는 생일 축하 노래이다. 다른 친구들이 모두 부르고 어느새 루비의 차례. 하지만 농인인 가족들 앞에서 말고는 노래를 부른 적 없는 루비는 결국 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도망치게 된다 홀로 자신만의 아지트인 호숫가로 가서 그곳에 부르지 못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른다. 저녁시간 식탁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루비는 농인인 가족들이 큰소리를 내면 행동하는 것이 듣기 싫어 이어폰을 낀다. 그런 루비를 보면 엄마는 이제 밥 먹을 거니 이어폰을 빼라고 한다. 루비는 짜증이 나지만 어쩔 수 없이 뺀다. 오빠는 틴더(미국 랜덤 소개팅 어플)를 보면서 가족들에게 이 여자 어떠냐고 묻는다. 엄마는 별로라고 하고 아빠는 엄마 젊은 때보다 별로다라고 대답하다. 어느새 옛날이야기가 수화로 꽃을 피웠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저녁 식사시간이 되었다. 루비만 빼고. 루비는 자신에게는 노래만이 편안함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다음날 동아리실로 가 선생님인 '베르나르도 빌라로보스'(에후헤니오 데르베). 일명 'Mr.V'를 찾아가 어제 도망쳐서 죄송하다고 말한다. 베르나르도는 루비한테 왜 도망쳤는지 묻는다. 루비는 애들 앞에서 노래 부르기 두렵다고 말한다. 선생님은 루비에게 자신에게 노래를 들려달라고 한다. 이번에는 용기를 내어 노래를 부르는 루비. 베르나르도는 루비의 음색이 좋은 노래에 감동받게 된다. 다음 시간부터 다시 나오라고 하는 베르나르도. 루비는 약간의 자신감을 찾는다.
다음 동아리 활동 시간이 끝나고 루비와 마일스를 부르는 베르나르도. 학교 가을 축제 때 부를 듀엣 곡을 너희가 부르면 좋겠다고 말씀하신다. 알겠다고 하는 두 사람. 그리고 나가려는 루비를 붙잡는 베르나르도. 마일스는 버클리 음대를 준비하는데 루비, 너도 준비하는 게 어떤지 묻는다. 루비는 당황스러워한다. 자신의 가정형편상 어렵다고 말한다. 베르나르도는 장학제도도 있으니 도전해보라고 한다. 그리고 매주 자신의 집에 와서 레슨 수업을 들으라고 한다. 루비는 무언가 새로운 희망이 마음 한켠에서 자라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집에 오면 루비의 역할이 정해져 있다. 바로 가족들과 세상의 연결 창구이다. 잡은 물고기값을 제값의 못 파는 아빠, 오빠 대신 상인한테 따진다. 루비는 어획활동에 어려움을 주는 관리자들에게 아빠, 오빠 대신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서 정작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입 밖으로 내지 못한다. 그런 루비에게도 이제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시간이 생겼다. 거기다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말이다. 바로 마일스와의 듀엣 곡 연습시간이다. 하루는 마일스가 루비네 집에 와서 연습을 했다. 연습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달달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는 중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루비가 집에서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없는 부모님께서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셨던 것이다. 루비는 마일스 앞에서 창피해서 얼른 마일스를 집으로 보낸다. 다음 날, 학교에 어제 있었던 일이 소문이 퍼졌다. 알고 보니 마일스가 친구 1명한테 말한 것이 학교 전체에 퍼진 것이다. 루비는 이제 마일스도 꼴도 보기 싫어졌다.
기분이 우울해진 루비는 베르나르도와의 레슨 수업 때 실력 발휘를 못하고 노래를 제대로 못 부른다. 그런 루비의 상태를 눈치챈 베르나르도는 그런 루비에게 조지 미첼의 노래를 선택했으면 그러면 안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속에 있는 것을 뱉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루비에게 저번에 말한 두려움이 있는지 묻는 베르나르도. 루비는 처음 학교에 다닐 때 농인처럼 말해서 놀림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마치 괴물 소리 같다고. 베르나르도는 괴물을 소리를 내면서 배로 호흡하라고 한다. 서로 손을 잡고 괴물 소리를 내며 소리치는 루비와 베르나르도. 어느 정도 소리가 명쾌해질 때 베르나르도는 루비에게 이제 노래를 부르라고 한다. 그러자 루비는 정말로 아름다운 목소리로 힘 있는 노래를 부른다. 그제야 베르나르도는 조지 미첼 노래는 그렇게 부른 것이라고 한다.
한편 어획 관련 회의에서 정부 쪽 직원과 어부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는데 위원장은 참관인 관련 재정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어부들에게 조금씩 희생하라고 한다. 이게 다 어부들을 위한 것이라고 하며 말이다. 루비는 이 말을 아빠와 오빠에게 통역해주고 그 말을 들은 프랭크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나 수화를 막 한다. 그리고 루비에게 통역하라고 한다. 아빠의 말은' '여기에서 돈 버는 사람은 너희 쪽 사람들이지 우리 어부들이 아니다.''앞으로 물고기는 우리가 직접 팔겠다.'라고 선언한다. 이에 더 붙여 오빠는 '어부들에게는 지금 값의 2배로 물고기를 사겠다'라고 선언한다. 집에 돌아온 가족들은 엄마인 재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고 재키는 어떻게 가격 2배로 사서 팔 수 있겠냐고 걱정한다. 프랭크는 협동조합을 만들면 되고 장부는 재키가 맡으며 어부들의 아내들과 같이 일하며 된다고 이야기한다. 재키는 그 사람들은 우리를 싫어하다며 걱정한다. 오빠인 레오는 엄마에게 이제 우리도 마을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며 물러서지 말자고 한다. 재키는 그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겠냐고 묻자 아빠는 루비를 통해서 하면 된다고 한다. 루비 어깨의 짐이 하나 더 늘어났다, 다음날 새벽 3시에 일어나 루비와 가족들은 어부 협동조합 일원을 모으고 잡은 물고기를 산다고 홍보하고 빈 창고를 빌려 어부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된다. 그에 따라 루비도 가족들을 위해 통역해주느라 바빠진다. 그럴 때마다 베르나르도와의 레슨 수업에 늦어지는 루비. 베르나르도는 지각은 자신의 시간을 뺏는 행동이며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을 존중해주지 않는다면 루비를 가르쳐줄 수 없다고 한다. 루비는 다음부터 절대 늦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학교에서 마일스를 마주친 루비. 마일스는 루비에게 졸업까지 계속 피할 거냐고 묻는다. 마일스는 놀리려고 친구한테 말한 게 아니라고 한다. 가족이 화목해 보여서 부러워서 그랬다고 말한다. 자신이 버클리 음대에 지원하는 것도 부모님이 원해서 하는 거라고. 마일스는 그렇게 사과를 하지만 루비는 그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리에서 떠난다. 가족들과 일하고 있는 루비는 곧 베르나르도와의 레슨 수업이 있다는 알람을 보고 떠나려고 한다. 그러자 엄마가 루비를 붙잡고 어딜 가냐고 묻는다. 수업을 들으러 간다니까 엄마는 방송국에서 인터뷰 왔는데 누가 통역하냐고 가지 말라고 한다. 루비는 가야 한다고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방송국 사람들이 오자 결국 통역해준다. 결국 베르나르도와의 약속 어기고 지각을 한 루비. 뒤늦게 베르나르도의 집 문을 두들리지만 어떠한 대답도 오지 않는다. 루비는 다음날 음악실로 찾아가 베르나르도를 만나 죄송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베르나르도는 준비가 아직 안된 것 같다며 지금 버클리 음대를 가면 버티지도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루비는 가족들과 떨어져 무언가를 해본 적이 없다며 이야기한다. 집으로 돌아온 루비는 가족들에게 버클리 음대에 가고 싶다고 고백한다. 베르나르도 선생님이 도와주고 있다고 가족들도 도와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아빠는 보스턴에는 양아치들 밖에 없다고 하고 엄마는 이제 가족 사업이 번창하기 시작했는데 네가 가면 망한다며 루비에게 죄책감을 심는다. 루비는 부모님에게 평생 같이 살 수 없다고 말한다. 자신은 노래를 부를 때가 가장 좋다고 말하며 방으로 들어간다. 오빠는 그런 루비의 마음을 아는지 부모님에게 이제 루비 없이도 우리끼리 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루비에게 기대지 말라고 말한다. 하지만 부모님은 걱정뿐이다. 가족 사업이며 등록금이며 딸의 독립. 모든 것이 걱정이라서 아이를 울타리에 잘 간직하고 싶어 한다. 루비는 싫고 힘들어도 어쩔 수 없이 고기잡이 일 때문에 평소에 맞추던 새벽 3시 알람을 맞추려고 한다. 그 순간 마일스에게서 문자가 온다. 어떻게 하면 사과를 받아줄 수 있는지 뭐든지 하겠다고 말이다.
다음날 고기잡이를 준비하는데 루비가 보이지 않는다. 프랭크와 레오는 어쩔 수 없이 출항을 하기로 한다. 그리고 참관인 한 명이 배를 같이 타게 된다. 루비 없이 출항이 처음이다. 한편 루비는 마일스를 데리고 자신만의 아지트인 호수로 갔다. 루비는 마일스에게 사과를 받아주는 대신 절벽에서 다이빙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루비는 먼저 호수로 뛰어든다. 마일스도 곧이어 중력에 몸을 맡겨 그녀를 향해 떨어진다. 또 한편 배 위에서는 참관인이 계속 프랭크와 레오에게 말을 걸지만 둘은 듣지 못한다. 결국 두 사람이 농인인 것을 알게 된 참관인. 때마침 해안경비대에서 무전이 온다. 평소 무전 소리는 루비가 들어 대답했지만 이번에는 대답해줄 사람이 없다.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 하지만 프랭크와 레오는 평소처럼 물고기를 나누고 있을 뿐이다. 어느새 배에 올라탄 해안 경비원들이 프랭크와 레오를 제압한다. 참관인은 두 사람이 농인이라고 말해준다. 한편 루비는 마일스와 호수에서 마일스와 가까워진다. 그러다가 키스도 하는 애틋한 사이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온 루비는 집에 오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다. 프랭크는 루비에게 아침에 왜 항구로 오지 않냐고 질책한다. 루비가 오지 않아 범칙금을 내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소리가 들리는 사람이 배에 한 사람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루비는 그럼 그런 사람을 고용하라고 말한다. 프랭크는 그 사림이 바로 루비, 너라고 말한다. 루비는 평생 가족들 곁에 있지 못한다고 말한다. 레오도 루비의 말에 동참하여 루비가 평생 우리 곁에 있을 수 없다며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루비는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지 말라며 뛰쳐 올라가 방으로 간다. 다음날 가족들은 법원에 출석하여 해안경비대 승선 요청 불응과 장애인들만 출항하여 2가지 법률을 적용해 총 2,500달러 벌금을 요구했다. 프랭크는 그런 돈이 없으며 돈을 벌려면 바다에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루비는 바다에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살마이 배에 한 사람이라도 무조건 승선해야 하고 해안경비대에서 주기적으로 지켜볼 것이라는 대답을 듣는다. 집에 돌아온 가족들은 조용한 저녁 식사를 한다. 프랭크는 고민을 한 끝에 배를 팔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루비는 자기가 이곳에 남아서 뱃일을 하겠다고 말한다. 부모님은 그 말을 듣고 좋아하지만 레오는 그렇지 않다. 레오는 다른 사람을 구하면 된다고 말한다. 루비는 확고히 자신의 결정을 말한다. 레오는 그런 루비의 말에 화가 나서 집 밖으로 나가버린다. 다음 날 루비는 바닷가에 있는 레오에게 찾아간다. 레오는 루비에게 너는 고기 잡는 일보다는 노래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거티에게 루비가 노래를 잘한다는 것을 들었다고 말한다. 레오는 루비가 태어나기 전에도 가족들은 잘 지냈고 이제는 귀가 들리는 정상인들도 농인들을 위해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농인들은 바보가 아니라면서 루비한테 가족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한다.
시간은 어느새 흘러 학교 가을축제 당일이 되고 그동안 연습했던 듀엣 곡을 부르는 날인 것이다. 루비네 가족들은 거티와 함께 자리에 앉고 베르나르도 선생님의 인사와 함께 합창단 동아리원들이 모두 나와 그동안 연습했던 노래들을 뽐낸다. 옆에 있는 다른 학생들의 가족들은 노래를 들으며 박수도 치고 웃기도 한다. 하지만 루비네 부모님은 눈치를 보면서 박수를 치고 미소를 짓는다. 어느덧 루비와 마일스의 듀엣곡 시간이 다가왔다. 과연 루비는 무사히 듀엣곡을 마치고 버클리 음대를 지원할지 남아서 가족들을 위해 고기잡이 일을 할지 결정할 수 있을까?
영화 <코다>의 주인공 루비는 농인 부모님에서 태어난 청인이다. 그리고 친오빠도 농인이라 집의 유일한 청인이다. 그래서 루비는 어려서부터 가족과 사회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면서 지냈다. 어떻게 보면 가족과 세상의 중간다리 역할로써의 삶을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견보다는 가족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삶을 살았다. 정작 자신의 마음속 하고 싶은 일은 모른 채 하고 말이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들러준 이가 나타난다. 바로 베르나르도 선생님이다. 그렇게 루비는 자신의 내면 속 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노래를 하면서 마음의 소리는 점점 명쾌해지고 힘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소리를 처음으로 입 밖으로 내어 가족들에게 들려준다. 하지만 가족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여기서 루비 빼고 가족들을 농인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1차원적으로 노래를 하고 싶다는 루비의 소망과 달리 가족들은 루비의 노래를 듣지 못한다. 그래서 루비가 노래를 잘하는지 못 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노래를 하는 것이 루비에게 좋다는 것을 확신할 수 없으니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눈에는 보이는 가족 사업일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들의 눈에 보이기도 하고 루비가 가족의 생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확실하니 말이다. 그래서 루비의 꿈을 지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두렵기도 하고.
은유적으로는 들리고 안 들리는 것의 문제가 아닌 가족들이 루비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이다. 아무리 들리지 않아도 어느 가족들은 전적으로 자식이 원하는 것을 지지해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루비의 가족은 그런 상황에 놓여 있지 않다. 루비네 부모님은 마을 공동체와 어울리는 것을 껄끄러워하고 특히 엄마는 가족을 위해 예전에 모델 일을 접어야 하기도 했다. 그렇게 자신들의 생계만 신경 쓰면서 살아왔고 남을 신경 쓸 틈이 없다. 그래서 루비의 진심에 대해 헤아려보려고 하지 않았고 오직 자신들만의 생각 속에 살아가고 있던 인물들이 바로 루비네 부모님이다. 귀가 안 들려 눈으로만 세상을 봐라 보았더니 어느새 무엇이 중요한지 것인지 알지 못하는 눈 뜬 장님과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것이 잘 못 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루비네 부모님도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고 삶이 어느새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루비도 마찬가지로 부모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의 꿈을 접게 만드려고 하는 부모님이 그저 원망스러울 뿐이다. 루비도 평소 부모님의 말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뿐이지 부모님의 말에 담긴 생각을 이해하려고 해 본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부모님의 마음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부모님을 위해 자신의 꿈을 접고 어부 일을 하겠다고 말하는 루비의 행동은 어느 정도 부모님을 생각해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해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모님은 그저 네 명의 식구끼리 잘 살았으면 한다. 창문이 없는 자신들만의 작은 다락방에서 옹기종기 말이다. 하지만 루비는 이미 안다. 그곳은 조금 답답하기도 하며 밖에는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것을 포기하고 가족을 선택하는 것은 그만큼 가족을 사랑한다는 것이겠다. 여기서 조금 다른 인물이 있다. 바로 오빠다. 오빠 레오는 루비가 좀 더 넓은 세상에 나아가기를 원한다. 그리고 부모님과 자신들도 루비만큼은 아니지만 세상 밖과 소통하기를 원한다. 누구보다도 적극적이며 신념이 있다. 자신의 마음의 소리도 잘 알며 루비의 마음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준다. 그리고 그런 루비가 마음을 접었을 때에도 화를 내면서 지지를 해준다. 여기서 화를 낸 이유를 생각하면 루비가 자신의 마음을 접는 행동은 루비의 꿈과 레오의 꿈 둘 다 접게 만드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루비가 노래를 잘한다는 것을 아는 레오에게 있어 루비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고 그런 희망이 이어져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리고 자신의 꿈인 '루비' 없이도 가족들이 마을에서 잘 지내는 것, 즉 농인들도 스스로 잘 지낼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루비가 꿈을 접고 남게 되면 부모님은 루비에게 기대게 될 것이고 그 믿음이 깨질 것을 잘 알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루비의 꿈을 소망하는 오빠이다.
영화를 보면서 루비네 가족의 이런 상황들은 현대사회의 가족들에게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은 자식의 꿈이 안정적이기를 바란다. 특히 중산층 이하의 부모님들 말이다. 아무래도 집이 부유한 집안 경우는 자식의 꿈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이 가능한다. 자본적으로 힘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난한 집안에서는 그것은 힘들다. 생계유지에 있어서도 힘든데 어떻게 자식의 꿈을 지원할 자본이 있을 수 있을까. 그렇게 가난한 집안의 자식은 '꿈'을 접고 아무래도 바로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아마 대부분의 집안이 그럴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더욱 신기한 것은 상위 몇 퍼센트의 집안의 자식들은 꿈이 부모님으로부터 부여받게 된다. 마치 영화 속 '마일스'처럼 말이다. 마일스는 자신이 원해서 버클리 음대를 지원하는 것이 아닌 부모님이 원해서 지원한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 자신의 꿈을 모른 채 자란다. 이렇게 다양한 상황 속 여러 마음의 소리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서로의 마음의 소리는 진정으로 잘 듣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의 모습과 표정, 주위 상황, 환경 등을 눈으로 잘 관찰하여 인지하고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말 스포 주의) 결국 루비의 아버지 프랭크는 가을 축제 때 루비의 공연을 보면서 귀로는 들리지 않지만 주위를 바라보면서 루비의 노래를 듣고 감동하는 관객들을 통해 루비의 노래를 듣게 된다. (이 장면 연출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집에 온 뒤 루비의 성대를 만지면서 루비의 노래를 듣게 되고 루비의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진정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말로 하는 진심이 아닌 행동에서 보이는 진심을 상대방한테 전달하고 받아 들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가족이라면 조금 더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나이를 먹으면서 여러 생각들은 하다 보니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간다. 아직 다 모르겠지만 과거에 부모님이 왜 그렇게 행동하고 말씀하셨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바로 모든 것에는 사랑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면 된다. 그것을 잊지 않으면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루비의 엄마도 루비를 사랑하니 조심스러웠고 루비의 아빠도 확신이 없어서 가족을 위해 그랬던 것이다. '사랑한다면 안 들리는 마음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해보자'라는 감독의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들리지 않았던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마치 프랭크의 시선처럼.
영화가 다소 진부한 설정으로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고 딱 꽂히는 음악도 없어서 아쉬웠지만 영화의 메시지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마지막 시퀀스의 연출은 훌륭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 번은 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자신이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마음을 먹고 있는데 아무도 지원해주지 않고 심지어 가족들이 그런다고 할 때 이 영화를 보면서 포기하지 말고 적어도 자신만이라도 자신을 지지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부모님의 꿈도 무엇인지 한 번쯤 여쭤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들도 나 같은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부모님의 꿈도 들어봐 주기를 바란다. 우리들도 영화 속 '코다'인 루비처럼 음악에 있어서 코다의 의미인 악장의 마지막에 강조하는 종결 효과처럼 지금까지 챕터는 끝냈고 꿈을 향한 새로운 챕터를 여는 삶을 희망하기를.
가장 조용할 때 들리는 마음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