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 Iver_Holocene
일주일 정도 사막으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사막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나는 마음의 평화를 느꼈다. 바로 앞의 언덕의 사람들이 손톱만큼 보이는 대자연 앞에서는 내가 가진 많은 고민들도 그만큼 작아졌다. 시시각각 변하는 사막의 모래언덕에 앉아 있으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내가 가만히 멈추어 있을수록 모래의 변화는 더욱 빠르게 느껴진다. 부드러운 사막의 모래가 발가락 사이를 지나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지는 반복의 가운데 앉아 그것을 지켜보는 순간이 좋았다. 특히나 노을이 지는 사막은 빛과 구름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하나의 작품과도 같았다. 저녁이 되니 오후에 모아둔 나무들로 모닥불을 만들었다. 토마토소스에 콩을 끓여 허기를 채우고, 아이스박스에 넣어 두었던 미지근한 맥주를 꺼내 마셨다. 배는 따듯한데 볼과 코는 차가웠다. 하늘을 보니 머리 위로 은하수가 흐르고 있었다. 그 은하수 아래에 침낭을 깔고 누워 별을 보다 잠이 들었다. 새벽에 코가 시려 잠이 깼는데 눈앞에 펼쳐진 별들을 보며 잠깐 꿈인가 생각했다. 사막의 밤에 바라보는 하늘은 하늘을 본 다기보다 우주를 보고 있는 기분이 들게 했기 때문이다. 다시 잠이 들지 않아 랜턴을 키고 가져온 어린 왕자 책을 꺼냈다. 그리고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페이지를 찾아 읽었다.
“내 별이 작아 보여줄 수는 없어. 모든 별을 봐. 그 중의 어느 하나에서 내가 웃고 있겠지.
그러면 아저씨에게는 모든 별이 웃는 것같이 보이겠지. 결국 아저씨는 웃는 줄 아는
별을 가진 거야.”
사막여행의 여운을 더 짙게 만들어준 것은 바로 음악이다. 사막여행을 다니는 일행중에 한 호주인이 큰 스피커를 차 뒤에 싣고 다니는 내내 장소와 시기에 맞는 음악을 틀었는데 음악이 아주 적절해서 그 후 찾았던 사막에서도 그 음악을 찾아 들을 정도였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조합은 사막 일출과 Bon Iver의 Holocene. 울룰루 근처에 캠프를 치고 자다가 새벽에 일어나 울룰루의 일출을 보기로 하였다. 불과 몇시간 전에 더움을 느꼈던 탓인지 사막의 새벽은 더 춥고, 새벽의 바람은 곳곳에 파고든다. 그때 우유를 살짝 넣고, 설탕을 한 스푼 털어 넣은 따뜻한 홍차를 일행이 건넨다. 그리고 이내 울룰루의 붉은 언덕 뒷편으로 떠오르는 해와 같이 들었던 Bon Iver의 Holocene는 현실의 감각을 지우고 어떤 초현실적인 세계에 들어와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새벽의 몽롱함에서 아직 깨지 않았는데 손에는 따뜻한 홍차와 눈에는 떠오르는 태양을 담고 귀로는 Bon Iver의 음악이 흐르는 경험은 일상에 돌아와서도 두고두고 힘이 되는 기억이 되었다. 그 후로 사막은 늘 다시 가고 싶은 가장 그리운 장소가 되었다.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벗어던지고 가장 편한 옷을 입고 가끔은 맨발로 걸으며 온전히 나에 대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앞으로도 잔잔한 바람에 맞춰 변하는 모래사구와 같이 또는 유유히 흐르는 밤의 은하수와 같이 나만의 리듬으로 살아가고, 잔잔한 변화를 만들어내며 살고자 하는 마음을 채우기에 좋은 장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