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묵은 때 벗겨내기
사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예전에 그냥 재미로 사주를 봤는데, 사주에 망신살이 있어서 공중목욕탕에 자주 가라고 하더라고요. 뭔가 꺼림칙해서 그 때부터 저는 적어도 2주에 한 번씩은 목욕탕에 가고 있습니다.
어릴 땐 목욕탕을 참 싫어했는데요, 요즘은 제가 목욕탕 다니는 것도 약간 의무감인 것 같습니다. 내 안의 망신살을 모두 씻어버리겠다! 라는 전투적인 태도로 주기적으로 목욕탕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머니가 존경스러워지더라고요.
어떻게 매주 한 번, 3시간씩 목욕을 하시는지..
저는 40분 정도면 한계입니다. 더 이상 탕에 몸을 담그기가 싫어져요.
어제도 간만에 목욕을 했습니다. 추운 날씨에 오들오들 떨며 목욕탕에 갔습니다. 뜨끈한 열탕에 들어가면 온 몸의 피로가 풀리잖아요.
차가워져있던 몸이 열탕의 따뜻한 온기로 점점 채워지는 느낌 아시죠? 참 행복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것도 5분이 지나니까 불편해졌습니다. 몸이 너무 뜨거워서 식히고 싶더라구요. 얼른 일어나서 현기증 나는 몸을 비틀거리며 냉탕에 들어갔습니다. 참 시원하고 살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오래 있으니 춥더라고요.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네 인생도 냉탕과 열탕 같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요. 첫 책을 출판했을 때 세상의 모든 행복이 나에게 온 것만 같았습니다. 추운 몸을 이끌고 열탕에 들어간 거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냉탕에 가고 싶더라고요. 또 다른 자극을 추구하게 된 겁니다. 하지만 어느새 그 자극에 익숙해지고 이제는 더 이상 물에 몸을 담그고 싶어지지 않게 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어떻게 보면 인생의 슬럼프라고 할 수도 있겠죠. 예전에는 열탕과 냉탕을 옮겨다니다 지치면 오랫동안 인생의 목욕탕을 찾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춥고 몸이 찌뿌둥하더라도, 어차피 다시 물에 몸을 담그고 싶지 않을텐데, 의미 없어라고 생각했던 거죠.
하지만 돌이켜보니 목욕을 하고 나야지만 묵은 때가 벗겨지고, 새로운 기분으로 일주일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이뤘을 때 새로운 자극을 찾는 것이 인간의 당연한 욕구입니다. 그런데 열탕과 냉탕에 들어가기도 전에 그거 해 본 사람들이 별로래. 그거 의미없대. 라고 한다고 탕에 들어가는 걸 꺼려한다면, 인생의 묵은 때를 벗겨내기가 힘들지 않을까요?
지금도 작은 목표들을 세우고, 그 목표들이 달성됐을 때 한 번씩 허무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 허무감보다는 목표를 세우며 묵은 때를 벗기고, 조금씩 내가 발전하고 있다는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끊임없이 열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목욕을 다니는데도 불구하고 망신당할 일이 꽤 많습니다..
그래도 목욕은 꾸준히 다녀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