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꾸는 변화는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무대공포증을 극복하면서

by 권민창

다수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게 지금은 익숙하지만, 사실 전 무대공포증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생각나는 게 고등학교 때 총학생회에 출마한 적이 있어요.

7명의 학생이서 회장, 부회장, 각종 부장들로 팀을 이뤄서 출마하는 거거든요.

선거활동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 때 처음으로 정치를 배웠던 거 같아요.

정치인들이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는 이유, 경쟁자를 짓누르기 위해 네거티브 전략을 쓰는 것들.. 어느 정도 이해됩니다.(웃음)

결국 상대편 후보들과 사이도 안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저희 팀이 총학생회도 되지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지금은 다들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선거활동을 하며 제일 힘들었던 때가 있었는데요,

다름 아니고 총학생회 후보들과 학생들의 만남이라는 시간이었습니다.

학생들이 학생강당에 모여, 무대에 앉아있는 후보들에게 질문을 하는 거예요.

‘여자친구 있으십니까.’ ‘무슨 치킨 좋아하세요.’ 뭐 이런 질문이 아니라,

말 그대로 총학생회가 됐을 때 학교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싶은지, 무슨 포부를 갖고 총학생회에 임할 것인지 같은 질문들이 오고 가는 거죠.

그 때 저는 무대 맨 왼쪽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최대한 학생들이 나를 인지하지 못하게 행동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덩치는 커다란 게 제일 끝에서 그렇게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게 굉장히 튀는 행동이었더라고요. 없던 질문도 하고 싶을 거 같았습니다.(웃음)

다행히 약속된 1시간이 거의 다 지나갔고, 회장, 부회장, 봉사부장에게만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잘 넘겼다라고 생각하고 안도하는 찰나, 현철이라는 동기가 손을 들고 저한테 이렇게 질문하더라고요.

‘권민창 학생은 왜 문화부장이 되고 싶습니까?’

지금 그 질문을 저한테 한다면, 신나서 대답했겠죠.

학교생활의 꽃이 문화 아입니까~! 뭐 이런 식으로 시작하면서요.(웃음)

근데 그 당시에는 아무 말도 못하겠더라고요.

얼굴은 홍당무처럼 빨개지고 온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면서 결국 그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안타깝게 보던 부회장으로 출마했던 두울이가 마이크를 대신 받아 답변을 해주더라고요.

그 후로 그게 굉장히 큰 트라우마가 됐습니다.

그렇게 10년 가까이를 남들 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조용히 있었던 거 같아요.

‘나는 할 수 없어.’ ‘애초에 사람들 앞에 서는 건 주제 넘는 행동이야.’

그러다 26살에 처음 책을 접하게 됐습니다.

누군가의 간접경험을 통해 내 생각이 확장되는 경험을 해보니 정말 신선하더라고요.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제가 갖고 있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싶었습니다.

그 방법은 바로 책을 읽고 1분 동안 그 책을 요약하는 거였어요.

셀카봉 삼각대를 사서 핸드폰을 끼우고, 벽 앞에서 정자세로 인사하고 책을 요약했어요.

‘안녕하세요. 책 요약해주는 남자 권민창입니다. 오늘 제가 소개해드릴 책은 ~인데요..’

영상 편집할 줄도 몰라 1분 동안 NG 내지 않고 쭉 해야 되는 상황이었고, 그 1분을 위해 2시간 정도를 계속 촬영했던 거 같아요.

겨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온 몸이 땀으로 젖었고, 정신이 없었지만 완성본을 보니 행복하더라고요. 그래도 내가 하긴 했구나 라는 뿌듯함이 온 몸을 감쌌습니다.

그렇게 영상을 주기적으로 촬영하면서 촬영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제 말과 손짓, 눈빛에도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대본 외의 애드립을 치기도 하고 넉살 좋은 웃음을 짓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연습했던 것들이 나중에 사람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줬던 거 같아요. 트라우마를 자연스레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기보다는 회피하거나, 트라우마가 두려워서 숨는 경우가 더 많은 거 같아요.

그리고 그 트라우마를 고치기 위해선 정말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들을 극복해야한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전 생각이 좀 다릅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라는 책의 저자 마크 트웨인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앞서 가는 방법의 비밀은 시작하는 것이다. 시작하는 방법의 비밀은 복잡하고 과중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작은 업무로 나누어, 그 첫 번째 업무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팔굽혀펴기 100개를 하고 싶다면, 무릎을 땅에 대고 팔을 굽히는 연습부터.

테니스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공을 치기 전에 채로 스윙 자세를 잡는 연습부터.

그렇게 차근차근 하루하루를 쌓아간다면, 어느 순간 ‘어? 내가 이렇게 팔굽혀펴기를 잘했었나? 어? 내가 이렇게 스트로크가 좋았었나?’하며 놀라는 순간이 올 겁니다.

그리고 그 순간 스스로에게 대견함을 느낄 거예요.

나를 바꾸는 변화는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여러분도 그 작은 변화의 기적을 경험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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