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은 가르쳐줄 수 있지만, 지혜는 그러지 못해요.
지인과 밥을 먹기 위해,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조금 이따 엄마와 아들로 보이는 분들이 옆에 서시더군요. 아들은 5살 남짓되어보였습니다. 손에 무언가를 들고 계속 만지작거렸고, 그런 아들을 엄마는 사랑스럽게 쳐다보더군요.
그러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췄고, 저와 엄마 그리고 아들은 엘리베이터에 탔습니다.
그 때 아들이 엘리베이터에서 갑자기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어요.
2층이나 3층이면 좋았겠지만
공교롭게도 둘 다 고층, 같은 층수였기에 아들을 방치하기에는 좀 어려워보였습니다.
그 때 엄마의 대처가 참 인상적이더군요.
전 '시끄러워. 옆에 삼촌이 싫어하잖아.'라거나
'사람 많은 곳에서 소리지르면 못 써.'라며 혼을 내거나 윽박지를 줄 알았는데,
'00야, 엘리베이터 안에서 조금만 조용히 하면 엄마가 참 행복할 거 같은데, 엄마 행복하게 해줄래?' 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 순간 아이는 '네' 라고 하며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런 아이를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며 토닥거려주시더군요.
엘리베이터가 고층에 도착해 문이 열린 뒤 손을 꼭 잡고 나가는 엄마와 아들의 뒷모습이 참 예뻐보였습니다.
엄마는 굉장히 처세가 좋고 지혜로운 분이었어요.
너의 행동이 남들에게 피해가 된다라고 얘기했으면, 아이는 졸지에 피해자가 될 수도 있고 반항심을 가질 수도 있었을거 같아요.
그런데,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에게 엄마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고, 그 방법이 정말 어렵지 않다는 걸 인지시켜주니 아이는 엄마의 행복을 기꺼이 찾아줬던 거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지식은 가르쳐줄 수 있지만 지혜는 가르쳐줄 수 없다.'
엄마는 아이에게 지식보다는, 자연스레 지혜를 깨닫게 도와주는 현명한 사람이었어요.
살다보니, 처세술이 좋은 사람은 똑똑한 사람도 지식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그 상황에서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하고 존중해주는 사람이었던 거 같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지식보다는 지혜를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 하루였어요ㅂ